▲ 선체 청소 수중 로봇이 선박을 청소하고 있다(사진=에스엘엠)

보르네오섬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섬이다. 그 중심부를 적도가 통과하며, 석유, 석탄, 금, 철광석 같은 지하자원과 목재, 고무 등이 풍부하다. 내륙의 광대한 우림지대에서 생산되는 원자재들은 바지선에 실려 강을 따라 바다로 운송된다.

섬의 남부 지역에 위치한 남칼리만탄주의 주도이자 최대 도시인 반자르마신(Banjarmasin) 앞바다(자바해)는 수십척의 대형 화물선들이 바지선에 실린 화물을 선적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으로 항상 장관을 이룬다.

국내 수중 로봇 전문기업인 에스엘엠(대표 박영준)은 올해 가을부터 선체 청소 수중 로봇인 ‘CHIRO’를 이곳 항만에 정박해 있는 선박들에 투입해 선저(배의 옆면과 밑면) 청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싱가폴 항만에도 연내 수중 로봇이 공급될 예정이다.

에스엘엠은 해양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방법으로 기존의 잠수부에 의한 선박청소 방식보다 안전하고 작업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선체 청소 수중 로봇의 개발 및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선체 청소 수중 로봇을 이용해 선사들이 주기적으로 선박 청소작업을 수행하면 선박의 연료비를 약 10% 정도 절감할 수 있으며, 선체의 위치와 작업 영상의 매핑 기능을 이용해 선체의 위치에 따라 청소 결과를 확인하는 등 데이터 기반의 선박 상태 관리로 선체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또한 청소 과정에서 발생되는 바이오파울링(biofouling) 잔해물을 포집하고 정화해 해양 환경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스엘엠에 따르면 선저 청소는 바이오파울링(Biofouling, 선체부착생물) 제거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잠수사에 의존하는 기존 작업 방식은 높은 위험도와 낮은 효율성 때문에 청소작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고 해양 오염과 과다한 연료소비를 감수해야 한다.

▲ 선체 청소 수중 로봇의 구성(사진=에스엘엠)

▲ 선체 청소 수중 로봇 투입 과정(사진=에스엘엠)

‘CHIRO’는 국내 대형 조선사에서 지난 2010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선체 청소 전문 수중 로봇이다. 당시 이 회사 중앙연구소의 개발 책임자로 일했던 박영준 에스엘엠 대표가 기술 이전을 받고 추가 개발 노력을 통해 사업화에 성공했다. 현재는 수차례의 모델 개선을 통하여 버전(V) 4.3 제품까지 출시됐다.

에스엘엠은 국내에선 해군, 경상남도, 민간기업 등 수요처에 총 8기의 로봇을 공급하거나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3기의 로봇을 조선소와 해운사에 공급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HIRO는 2021년 공개 성능검증과 입찰을 거친 후, 해군 정비창과 1, 2함대에 모두 5기가 공급되어 함정의 작전 성능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19의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 개척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인도네시아에 1기 판매 계약 이후, 추가로 싱가폴에 1기를 공급하는 등 실적을 보이면서 싱가폴 항만청(PSA) 및 현지 수중 청소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에스엘엠 측은 “고객사에 대한 철저한 기술지원으로 '선박청소가 곧 CHIRO다’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 국내 시장 대비 수십배에 달하는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겠다. 또한 북미, 유럽 등 세계 주요 항만에서도 CHIRO 수중 청소 서비스를 해운 서비스산업에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