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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기술의 진보를 이끄는 다르파, 휴머노이드 로봇에 집중하다한재권 로보티즈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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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08  10: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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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월 미국 플로리다주의 홈스테드 자동차 경주장에 세계 최고의 로봇 공학자들이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ARPA Robotics Challegne)를 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NASA, CMU, SCHAFT, 보스톤 다이나믹스, 록히드마틴 등 로봇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연구 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신기했지만 더 신기한 것은 그들이 가지고 온 로봇들이었다. 인류 역사상 최고 성능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재난 구조 임무를 놓고 자웅을 가린다는 것은 역사에 남을 만한 보기 드문 명장면임에 틀림없었다.

다르파 (DARPA,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는 인류의 기술 진보를 이끌기 위해 1958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국방성 산하 연구기관으로 지난 50 년간 우주 로켓, 인터넷, 스텔스 비행기, 무인 자동차 등 당시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적인 과제들을 제안했고 성공해 온 명실상부한 최고의 프로젝트 기획 기관이다. 다르파의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기술들은 언제나 인류에게 커다란 기술 진보를 가져다 주었으며 인간의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왔다.
지금까지 다르파가 해왔던 프로젝트를 보면 공통점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우선 프로젝트가 군사용 목적이 어느 정도 있다는 점이다. 우주 로켓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로 연결되는 기술이었고 인터넷은 전장에서 적에게 도청당하지 않고 통신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무인자동차는 전차나 장갑차를 무인으로 조종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기술이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조금만 뒤집어 보면 인간의 생활을 향상 시키는 유용한 기술이 된다. 우주 로켓은 미사일이라는 무기로도 만들어 졌지만 우주탐험용으로 주로 쓰이고 있다. 인터넷은 암호화된 군 통신 체계가 아니라 인류에게 정보 통신 혁명을 가져다 주었고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또한 무인 자동차는 무기의 형태 보다는 택시라는 형태로 우리 곁에 먼저 다가올 예정이다.
그리고 다르파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기술들은 10년 뒤에 우리 실생활에 쓰이게 된다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50년대 후반에 개발된 우주 로켓은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라는 성과를 가져왔으며, 80년대에 개발된 인터넷은 90년대에 활발하게 쓰여 졌다. 그리고 2000년대에 추진된 무인자동차는 2010년대인 지금 우리 곁에 다가올 준비가 한창이다.
그런 다르파가 지금은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미국이 로봇 병사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추진된 다르파 프로젝트들을 보고 유추하건대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군용으로만 쓰이기보다는 10년 뒤에 우리 실생활에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할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 미국 로봇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휴머노이드 로봇 보다는 실생활에 직접 쓰일 수 있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우선시 하는 기류가 강했었다. 그러다가 다르파가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심을 기울이자 많은 로봇 연구 기관들이 이제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 왜 다르파가 갑자기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일까?
그 시작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였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자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지뢰제거 로봇 등 몇몇 군용 로봇들이 투입 되었었다. 하지만 어떤 로봇도 사태를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원전 엔지니어들 수십 명이 방사능 피폭을 당하면서 원전 안으로 들어가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 당시 원전 안에서 작업했었던 엔지니어들은 현재 암 투병 중이며 고인이 되신 분도 있다. 이런 비극이 또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만에 하나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로봇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그래서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 이런 생각은 많은 로봇 공학자들의 다짐이었고 다르파 프로젝트의 책임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르파 프로젝트의 책임자들은 그들이 지금껏 해온 방식대로 다르파 챌린지를 통한 기술의 진보를 통해서 이런 재난 상황을 해결하자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후쿠시마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둘러본 뒤 내린 결론은 휴머노이드 로봇 경진 대회였다.
재난 구조 로봇은 예상치 못한 다양한 상황에 대처 할 수 있어야 한다. 로봇 한 대가 그런 수만 가지의 경우의 수를 모두 만족 시킬 수 있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개를 들어 우리 주변을 둘러보라. 어떤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가? 각자 처한 상황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아마도 대부분 인간의 몸에 맞게 만들어진 환경 속에 둘러싸여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다루는 모든 기구는 우리 손에 맞게 제작되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있는 책상, 의자, , 계단, 사다리, 씽크대, 냉장고 등 모든 눈에 들어오는 사물들이 우리 몸에 맞게 만들어 졌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로봇을 사람처럼 만들면 수많은 경우의 수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재난 상황같이 어떤 상황에 처할지 모르는 경우 일수록 더더욱 사람과 같이 생긴 로봇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비단 재난 상황뿐만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서도 청소하기 위한 청소로봇, 요리하기 위한 요리로봇, 빨래하기 위한 빨래 로봇을 구매할 필요 없이 각 가정에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만 있으면 모든 가사를 로봇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재난 상황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답인 경우가 많다.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 참가하는 로봇은 형태의 제약 없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해결할 수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참가팀들이 다르파의 예상대로 팔 두 개, 다리 두 개가 달린 형태의 로봇을 들고 나왔다. 자동차 운전하기, 사다리 오르기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간 형태로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본선 대회가 치러졌고 그 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로봇 공학자들의 인식도 많이 바뀐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대량생산 버전까지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본선에 로보티즈의 로봇 똘망과 카이스트의 로봇 휴보가 참가하여 각각 9등과 11등이라는 성적을 거둔 것은 세계 기술 조류에 우리도 함께한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한국 로봇의 인상적인 활약에 힘입어 다르파에서는 보다 많은 한국팀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20156월에 캘리포니아에서 열릴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결선에서는 한국 정부와 협의하여 한국 팀들의 참가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 최고의 로봇 대회에서 대한민국 로봇의 우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세계적 기술 조류에 동승하면서도 우리만의 차별화된 기술을 보여줄 수 있을까? 로봇에서는 후발 주자인 우리가 어떻게 하면 세계 기술에 기여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같이 자원도 부족하고 인구도 적은 나라에서 쓸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은 무엇일까? 우리가 가진 장점이 무엇일까?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빠른 학습 능력과 우수한 손기술을 바탕으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써왔는데 로봇도 그런 전략을 쓰면 되는 것일까? 로봇에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쓰기 위해서는 빠른 개발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을까?
로봇의 모듈화(modularization)는 이러한 질문에 훌륭한 대답이 될 수 있다. 로봇의 모듈화란 로봇에 필요한 다양한 부품들을 모두 하나의 패키지 안에 담는 것이다. 그래서 패키지화된 모듈을 레고 블록처럼 그냥 이어 붙여서 조립만 하면 로봇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일단 모듈을 잘 만들기만 하면 어떤 형태의 로봇이라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 로보티즈의 로봇 똘망은 모듈화 전략으로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 참가하여 단기간의 개발로 9등이라는 국내 팀으로서는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빠른 로봇 개발에 있어서 모듈화 전략은 꽤 효과적이다.
▲ 로보티즈의 휴머노이드 로봇 ‘똘망’
▲ 모듈화된 로보티즈의 휴머노이드 로봇 ‘똘망’
모듈화 전략은 로봇을 빠르게 만드는 효과 이외에도 여러 효과들을 가져온다. 우선 조립, 분해가 간편하고 수리가 빠르고 쉬워서 유지 보수에 용이하다. 이러한 장점은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증명되었다. 로봇 똘망은 주어진 8개의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각 미션에 맞게 손 모듈의 조합을 빠르게 바꿈으로서 미션들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불의의 사고로 고관절 모듈이 오류가 발생했을 때에도 잠깐의 쉬는 시간 동안 오류가 난 모듈을 빠르게 교체함으로서 미션을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다.
모듈화는 공유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국토가 작고 인구가 적은 우리나라는 내수 보다는 수출로 활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세계인들과 하나가 되어야한다. 모듈화의 장점 중에 하나는 로봇이 여러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백인백색인 세계인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 시켜 줄 수 있다. 다양한 곳에 다양한 형태로 쓰일 수 있다는 장점은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로보티즈가 '다윈-오피(DARWIN-OP)' 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쌓아왔던 노하우를 전면 공개할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과 같은 후발 주자들에게 우리의 기술을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윈-오피와 그것에 관련된 소스들을 시장에 내놓자 우려와는 다르게 소비자들은 자신의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생태계를 만들어 갔다. 더구나 모듈화된 로봇의 설계도가 공개되자 누구나 로봇을 쉽게 설계하고 조립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다윈-오피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변종 로봇들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변종 로봇으로는 유럽의 글로벌 베어링 회사 이구스(IGUS)가 만든 ‘NimbRo-OP’ 와 미국 인텔(Intel)사가 발표한 ‘Jimmy’ 등을 들 수 있다. 이 로봇들은 로보티즈의 엑튜에이터 ‘다이나믹셀’ 을 사용해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다윈-오피의 프레임워크를 차용해서 각종 프로그램을 확장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런 글로벌 기업들이 다윈-오피의 기술을 적용하여 로봇 산업에 뛰어 들면서 로봇 산업의 파이가 커지고 있으며 다윈-오피의 생태계는 점점 더 강건해 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수십 대의 다윈-오피들이 한복을 입고 종묘제례악 공연을 하는 등 다방면에서 쓰이고 있다.

▲ 이구스의 로봇 ‘NimbRo-OP'
▲ 인텔의 로봇 ‘지미(Jimmy)'
▲ 종묘제례악에 등장한 다윈-오피
그렇게 구축된 ‘다윈-오피’의 생태계는 충성도 높은 많은 소비자들을 만들어 냈고 후발 주자들의 카피캣은 힘을 얻지 못했다. 현재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지능형 휴머노이드 로봇으로는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Pepper)’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알데바란의 ‘나오(Nao)’와 더불어 다윈-오피가 꼽히는 이유도 이런 정보의 공유와 모듈화된 로봇의 힘이었다고 믿고 있다.

모듈화 전략은 공유 전략과 더해져서 세계인들을 우리가 만든 로봇 생태계 안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부족한 자원과 적은 인구라는 단점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계를 무대 삼아 세계인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모듈화 및 모듈화를 통한 공유를 통해서 우리의 단점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면서 우리만의 장점도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결선 이후 펼쳐질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우리만의 색깔이 되리라 기대한다.

앞으로 10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기술 조류에 발맞춰서 우리도 이제 세계인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경쟁하고 기여해야 한다. 모듈화 전략으로 세계와 경쟁할 ‘똘망’과 대한민국 대표 로봇 ‘휴보’ 가 내년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결선에서 그 신호탄을 쏘아 올릴 것이다. 정부는 이에 응답하여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대한민국의 훌륭한 로봇 공학자들을 지원하려 나섰다. 이제 곧 한국의 로봇 공학자들이 세계 최고의 로봇 공학자들과 멋진 승부를 펼칠 것이다. 그들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한재권 ∙ 로보티즈 수석연구원, 공학박사

한재권  jkhan@robot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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