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 로봇의 구조

네덜란드 과학연구소인 AMOLF 연구진이 스마트하게 설계된 공기압 밸브를 이용해 환경 변화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면서 리드미컬하게 걸을 수 있는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고 테크엑스플로어가 최근 보도했다.

AMOLF 연구진은 이번 연구 성과를 전문 저널인 ‘매터’(Matter)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존의 강성 로봇들은 동작의 각 단계별로 중앙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지만, 살아 있는 유기체들은 지능적인 행동이 그들의 몸 자체에 배어 있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 뇌에 있는 중앙 컴퓨터에 의존하기보다는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동안 소프트 로봇 개발자들은 외부의 지도 없이도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소재의 소프트 로봇을 개발하는 데 온힘을 쏟았다.

AMOLF 연구진은 전자장치의 도움 없이 공기압으로 동작하는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스마트하게 설계된 밸브 덕분에 리듬을 타면서 부드럽게 걸을 수 있다.

이 소프트 로봇의 핵심은 ‘히스터레틱 밸브’(hysteretic valve)에 있다. 히스터레틱 밸브는 마치 케첩 병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케첩병은 케첩을 쉽게 넣을 수 있고, 캐첩이 병으로부터 새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케첩 병을 뒤집어서 아주 세게 짜면, 케첩이 사방으로 튀어 엉망이 되고 만다. 이 같은 현상은 케첩 병의 입구가 반복적으로 빠르게 열리고 닫힐 때 발생한다. 현재 주방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병들은 가능한 한 내용물이 튀지 않도록 개선되었다.

▲ 소프트 로봇의 작동 원리

AMOLF 연구진은 케첩 병의 히스터레틱한 반응들이 오히려 로봇의 동력이 될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구팀은 실리콘 고무를 정밀한 3D 프린팅 금형에 붓는 방식으로 밸브를 만들었다. 이어 레이저로 밸브에 작은 흠을 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밸브는 압력이 충분히 높아지면 갑자기 열리고, 압력이 상당히 감소하면 다시 닫힌다. 밸브를 펌프나 저수지에 연결하면 자동으로 압력이 높아지고, 공기가 방출되는 일종의 리듬이 만들어진다. 마치 심장이 박동하는 것처럼 스스로 움직인다. 이 원리를 소프트 로봇의 밸브에 적용하면 소프트 로봇 근육은 공기의 압력에 따라 부풀어 오르거나 이완한다.

연구팀은 외부 명령이 필요없는 자연스러운 걸음걸이를 가진 네 발 달린 소프트 로봇을 만들었다. 또한 다섯 손가락을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면서 건반을 두드리는 소프트 로봇 핸드 시연장치도 선보였다.

연구팀은 단순히 움직이는 소프트 로봇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반응하는 소프트 로봇을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이동 중에 소프트 로봇이 장애물을 만나면 근육과 관절이 압력의 변화에 반응하면서 자동적으로 걸음걸이를 바꾸는 것이다. 자연적인 반사 작용으로 움직이는 소프트 로봇은 컴퓨터 전력뿐만 아니라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