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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변증남 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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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29  13: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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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운동선수 중 상당수가 어려서부터 스포츠를 시작하였다. 김연아도 그랬고, 축구스타인 메시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TV든 장난감 로봇이든 그 덕분에 로봇에 열광하는 많은 어린 청소년들을 보면서, 이들 중에 세계적인 로봇과학자가 여럿 나오리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이담에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대한 정답이 '대통령'이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커서 유명한 '로봇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청소년들이 기특하고 대견스럽다. 뭣보다도 마음 든든한 것은 이들 뒤에 열성으로 성원하는 부모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있었던 한 유명한 로봇학자의 공개 강연장을 보니 아이들보다 엄마아빠들 수가 더 많은 것 같았다.

로봇을 좋아하는 청소년들 중 장차 로봇과학자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가끔 있다. 최근에는 로봇대회에 출전하여 여러 번 수상한 경력이 있다는 한 고등학생을 가깝게 알게 되었는데, 그 학생으로부터 받은 질문은 꽤 구체적이다. “프로그래밍을 조금 배운 상태로 로봇대회에 나가 보았으나 결국 결과 중심의 준비와 참여였다는 사실에 깊이 회의하고 있습니다. 전자회로를 비롯한 로봇의 기초를 확실히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겠습니까?”라 묻는다. 몇 년 전 각종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여러 번 수상했던 학생이 카이스트에 특례 입학하였다가 중도 탈락한 사건이 생각나기도하여 간단히 응답하기가 조심스럽다.

목적이나 동기가 절실하고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공부 성과가 크다. 그러나 스포츠나 예술분야와 달리 보통 학문을 할 때, 어려서부터 내내 한 분야만 집중하여 공부한 결과 크게 성공하였다는 전례는 흔치 않다. 학자라면 전형적으로 누구든 소정의 폭넓은 교과목 이수라는 학습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쳐야 하고, 특히 로보틱스와 같은 종합적 학문에서는 서로 다른 여러 개념들을 잘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보틱스는 공학이다. 공학은 과학과 기술을 연결하는 교량이며, 로봇은 그중에서도 기계, 전자, 전산, 시스템, 디자인을 기본으로 응용에 따라 생산, 의료, 심리, 뇌/생명공학, 재난, 국방과 연계되는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적 분야이다. 현재 로봇공학에서 다루는 핵심기술들의 학문적 제목들을 보면, 로봇 메카니즘과 제어(센서, 구동기, 프로세서,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 SoC)를 포함하는 로봇인프라, 로봇 지능, 디자인, 휴먼로봇상호작용기술(HRI), 시스템통합(SI:System Integration)등이 포함된다. 미래에는 더욱 더 많은 타 시스템과 연결되는 융합적인 로봇을 구현해야 하며, 일부 성능 면에서는 사람과 구별이 어려운 높은 지능의 로봇을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 그런 로봇학자가 되려면, 여러 분야를 많이 배워야 할 뿐 아니라 상상력도 풍부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훗날을 위하여 지금 청소년시절에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장차 큰 로봇과학자가 되고 싶은 학생에게는 국책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과학/수학도 필요하고, 또 로보틱스가 융합적 학문이란 관점에서 볼 때, 심리학이나 예술, 뇌/생명과학 같은 타분야 공부도 중요하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6년의 한정된 기간 안에서 대학 진학도 염두에 두고 공부할 때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관심비중을 달리해서 공부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본다.

이에 필자는 수학과 언어에 대하여 비중 높게 배우고 이해하고 응용하는 노력을 활발히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로봇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수학과 언어는 대학과 대학원을 거쳐 박사학위를 받아 학자생활을 하는 긴 세월동안 늘 문제해결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수학은 공학과 과학에서 필수적인 기본 도구이다. 수학은 비단 방정식을 푸는 데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흔히 언급되는 바, 수학이 논리적 사고력을 증진시킨다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로봇 관점에서 말하자면, 수학은 로봇 자신과 그의 외부환경을 기술하거나 로봇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데 필수적으로 쓰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즉, 수학은 로봇이 관여하는 세계를 표현하는 근사 모델 구축에 쓰이며, 또 관련 문제 해결 아이디어의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도구이다.

언어를 잘 한다는 것은 남이 쓴 글을 쉽게 이해하고 또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나타낸다는 기본적인 의미 외에, 여러 분야의 글을 편견 없이 쉽게 받아들여 자기 생각과 융합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봇 연구자가 좋은 언어능력을 갖추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유리하다. 첫째 융합의 대상인 다른 학문 분야를 대할 때 생소한 개념에 의한 이해 장벽을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글로벌 환경 하에서의 학문교류에 영어를 포함한 언어의 소통기술을 효과적으로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회고해 보면, 수학/과학을 좋아하는 학생들 중에는, 문사철(文史哲) 과목을 포함하는 인문학이나 예술분야에 대해 소질이 없다거나 국어/영어가 어렵다면서, 언어적인 것에 대한 관심을 멀리하는 경우를 보는데, 그런 편견을 가져선 안 된다. 시험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언어영역에 흥미를 가지려 애쓰고 개선, 증진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컨데 고학년 청소년의 경우, 수학과 언어에 우선순위를 두고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두가지 점에서 유효한 판단이다. 첫째 당장 대학 진학에 필수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 둘째 긴 안목으로 보아 수학과 언어 과목들은 그 배우는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점이다. 카이스트 대학원 학생들 중심으로 관찰한 것이지만, 주어진 문제를 다룰 때 수학이 약한 학생들일수록 문제를 생각해서 풀기 보다는 컴퓨터에 매달려 시간만 축내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이를 먹으면 시간이 아까워서인지 오래 생각하기보다 조급하게 답을 구하고자 하여 컴퓨터에 의존하는 것이다. 천자문 세대 양주동(국어학)박사가 뒤늦게 어른이 되어서야 영문법을 혼자 독학하게 되었는데, 처음 부분에 나오는 제1,2,3인칭의 의미를 몰라 몇 달을 헤맸다고 하는 얘기가 50년 전 국어교과서에 실렸었다. 나이 들면서 경험으로 생기는 고지식함과 편견이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는데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엿보게 해준다.

우리는 지금 정보화시대(Digital Age)에 살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4년 9월부터 5세~16세의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컴퓨터 코딩/프로그래밍 교육을 필수화 하기로 하였다 하며, 미국에서도 컴퓨터과학 수업의 비중을 높여 기초수학이나 과학과목과 같은 수업 시수를 배정한단다. 이런 추세와는 다른 환경에서 교육받고 있는 현재의 우리 청소년들은 늘 선진국 추세에 관심을 갖고 여러분들과 경쟁자가 될 그들의 지적 성장과정도 눈여겨 보며 대비하길 바란다. 한편 어느 분야든 올바른 마음가짐(Attitude)으로 임해야 한다는 뜻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이 그의 제자 초의에게 해주었다는 조언 “위학삼요(爲學三要)”(‘배우고자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세 가지 품성’: 혜(慧), 근(勤), 적(寂))에 대하여도 음미해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내가 청소년의 나이로 돌아간다면 수학과 언어에 좀 더 집중하겠지만, 다른 한편 나 혼자만 들여다보는 비밀로봇노트(Secret Notebook on Robot)도 만들고 싶다. 로봇과 관련하여 떠오르는 생각들, 상상 스토리나 그림/설계도, 엉뚱할지 모를 궁금한 질문들 그런 것들을 모두 적어 둘 것이다, 몇 십 년 후에 보면 꽤 재미있을 것을 확신하면서. 변증남ㆍ KAIST 명예교수

조규남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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