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시스템: 혼자서도 잘해요

진정한 자율시스템은 스스로 인식, 계획, 학습, 진단, 제어, 중재, 협업하는 지능적 기능을 가지고 의도한 바대로 실세계를 지배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초유의 비극인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을 빌어 다시 한번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이미 수많은 보도에서 밝힌 바, 최악의 인재다. 새삼 거론하는 것조차 괴롭지만, 사고와 직접적으로 간여되는 몇 가지만 집어 보자. 먼저 출항 시에는 안전점검이 부실했고, 사고 시에는 판단 미숙이 결정적이었으며, 사고 후에도 갈팡질팡 부처 간의 불협화음이 문제였다. 전문가는 없고 얼치기들만 있었다. 이럴 때 전문가시스템은 고사하고 간단한 자동시스템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무게초과나 흘수위치 확인이나 배의 기울기에 따른 경고나 위험시 자동 SOS 요청 등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인간을 지원할 수 있는 자동화 장치만 있었더라면 헛된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 정도의 시스템이라면 현재의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안타깝다. 아마도 부분적으로는 이미 설치되었을지도 모른다. 추측컨대 무슨 이유인지 사용하려는 의지가 없었을 뿐... 아무튼 인간의 실수에서 비롯된 치명적 재앙을 보여준 최악의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한편, 세월호 참사 직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또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 무인기추락 사고다. 정부발표에 따르면 증거는 불충분하나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진실은 모르겠으나, 이러한 무인 자율시스템이 청와대 상공을 아무런 방해도 없이 수차례나 선회하며 수백장의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회적 충격이 컸다. 안보에 허점이 드러난 심각한 사태라며 매스컴은 연일 목청을 높였다. 만일 폭탄이라도 싣고 자살폭격이라도 감행하였다면 어찌 되었겠는가 하며 새삼 무인기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다행히 발견된 무인기는 성능이 그리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 사전에 프로그램된 경로를 따라 목표지점에 가서 사진 찍는 임무를 수행한 뒤, 다시 프로그램된 경로를 따라 귀환하는 낮은 수준의 무인기로 추측된다. (뒤에 설명되지만, 이 경우 ALFUS(자율화수준)에 따라 보면 레벨1으로 보인다.) 아무튼 인간의 개입 없이 혼자서도 움직일 수 있는 자율시스템의 치명적 위험 가능성을 보여준 경고임에 틀림없다.

세월호 사고에서는 자율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또는 고의로 사용하지 않아서) 문제가 커졌다. 반대로 무인기 추락 사고에서는 자율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양날의 검과 같은 자율시스템의 양면성이 잘 드러난 사건들이다.

자율시스템이란?

▲ 자율성의 정의는 ‘스스로의 법칙을 가지는 것’이다. 엔도모피즘의 정의 또한 내안에 실세계의 법칙(호모모픽 모델)을 갖는 것이다. 따라서 자율성이 곧 엔도모피즘이다.

autonomy라는 말은 그리스어 autonomos에서 유래된 것으로 auto(스스로)와 nomos(법칙)가 합성된 용어다. 즉 ‘스스로의 법칙을 갖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필자가 이전에 소개한 엔도모피즘 개념을 기억하는 독자가 계신다면, 바로 엔도모피즘이 곧 자율시스템의 원리임을 눈치 채셨을 것이다.) 자율성이라는 용어는 초기에 주로 도덕이나 정치 등에서 사용되었다. 이 용어가 지능시스템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우주개척 바람이 불던 1980대 후반쯤으로 인간 대신 우주선에 탑승할 지능시스템의 필요성에 따라 NASA에서 재정립하면서 부터이다.

초기 단계에 설정된 자율시스템의 규칙은 다음의 네 가지이다.

규칙1: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
규칙2: 인간의 간섭 없이 장시간동안 작업할 수 있어야 한다.
규칙3: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규칙4: 사전에 지시된 명령이 없는 한, 인간이나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상황들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규칙은 영화 ‘아이 로봇’에 등장한 바 있는 로봇의 3대 원칙의 근간이 되었다. NASA에서는 미래 우주실험실에서 인간을 대신하여 활동할 우주로봇의 개발을 위해 자율성을 재정의하였다.

“장시간에 걸쳐, 인간의 간섭 없이,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주어진 목적 달성에 필요로 하는 다양한 행위들을 스스로 실행할 수 있는 능력.”

▲ 미래의 우주실험실은 인간이 우주를 개척하는데 필요한 물리, 화학, 생물 등 중요한 기초 과학적 우주실험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필요성이 자율시스템 연구의 계기가 되었다.

필자는 유학 시절 NASA의 연구비 덕분에 무사히 학위를 마칠 수 있었다. 이 무렵 NASA에서는 ‘SPACE FREEDOM’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미국내 50여개 대학들이 여기에 참여하여 화성탐사로봇을 비롯한 많은 연구결과를 내던 시기였다.필자가 참여했던 일은 미래 우주정거장내에 설치될 우주실험실 가운데서 화학실험실용 자율로봇의 뇌를 설계하는 일이었다. 우주는 무중력상태이기에 지구상의 실험조건과는 전혀 다르다. 때문에 지구에서와는 전혀 다른 실험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우주개척을 위해서는 물리, 화학, 생물 등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 우주공간에 설치될 우주실험실에는 인간을 대신하여 각종 기초과학적 실험을 담당할 자율로봇이 필요하다. 지상으로부터의 실험 명령을 받으면, 스스로 임무계획을 수립하고, 변화하는 다양한 환경에 대처하며, 문제가 발생되면 스스로 진단하여 해결하면서, 임무달성을 위한 각종 작업들을 장시간에 걸쳐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실험결과를 지상에 보고하는 것으로 임무를 완료한다.

그런데 위험한 실험에 인간이 투입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예를 들어 무중력상태에서는 화학용액을 지상에서처럼 용기에 담을 수 없다. 액체가 사방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주사기와 같은 특수한 실험 장치가 필요하다. 때문에 실험자 입장에서는 행위 자체도 어렵지만 그만큼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크다. 따라서 인간을 대신할 자율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절실했던 것이다.
필자는 운이 좋게 이 연구에 참여하여 무사히 학위논문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연구에는 지능시스템의 대부인 폰 노이만이 제안한 세포자동자, 시뮬레이션, 게임이론, 유전 알고리즘 등이 적용되었음은 물론이다. 이외에도 계획수립, 기계학습, 고장진단, 전문가시스템 등 각종 인공지능 알고리즘들이 도입되었다.

▲ NASA에서 최근 개발한 Robonaut(로봇우주인): 최초로 우주에 실전 투입될 로봇이다. 무인시스템이지만 아쉽게도 자율적이지는 못하다. 비록 섬세한 손발의 움직임은 가졌지만, 시키는 대로 단순한 일만 반복 수행하니 뇌는 비어있는 셈이다.

벌써 20여년 전의 일이니, 자율시스템 설계에 관한한 필자도 이제 어느덧 고참이 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 시작된 NASA의 자율형 우주로봇 연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비록 로봇우주인(Robonaut) 등 가시적인 성과들도 있었지만, 자율적 수준은 아직 못되고 있다. ‘빨리빨리’에만 익숙한 우리나라 연구현실에서, 한참을 멀리 내다보고 가는 그들의 연구 자세가 무척 부럽다.

무인시스템이란?

자율시스템보다 포괄적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로 무인시스템(Unmanned System)이 있다. 말 그대로 사람이 탑승하지는 않았지만 센서, 데이터 처리, 제어 및 통신 기능을 탑재함으로써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무인시스템의 발전은 전쟁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비행기의 발명 이전에는 열기구, 비행선을 이용한 무인 폭탄 투하가 시도된 바 있다. 비행기의 발명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표적 설정, 핵실험, 정찰 등 인간이 직접 수행하기에는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각종 임무에 인간을 대신하여 활용되었다. 무인시스템에는 무인항공시스템(UAS: Unmanned Aircraft System), 무인지상시스템(UGS: Unmanned Ground System), 무인수중시스템(UMS: Unmanned Maritime System) 등이 있다. 무인항공기는 지상 및 수중 시스템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체 제어와 환경극복에 대한 어려움이 적고 전술적 효과가 높아 가장 먼저 개발되었다.

▲ 진정한 자율시스템이라면 복잡한 환경 하에서도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 인식하고, 계획하고, 학습하고, 진단하고, 제어하고, 중재하고, 협업하는 등 다양한 지능적 기능들을 가져야 한다. 각 기능들은 각각의 호모모픽 모델(법칙)과 이를 작동시킬 추론엔진이 있어야 한다. 자율시스템은 이러한 지능적 원칙을(엔도모피즘) 통해 실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의도한 바대로 실세계를 지배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2010년 전 세계 무인항공기 시장 규모는 약 52억 달러 규모로 집계되며, 그 중 90% 이상이 군수용 무인항공기 시장이다. 2010~2019년까지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무인항공기 신규 개발에 투입될 예산은 약 21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국방 주 전력화를 위한 무인항공기를 개발하는 국가는 51개국에 달하며, 운용되는 기종은 160여종에 달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500여개 무인항공기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우리나라도 7~8개의 무인항공기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은 무인항공기를 비롯해 무인시스템의 대표적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다.

민간에서도 무인자동차를 비롯하여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및 일본의 자동차 회사와 유수의 대학은 물론 구글까지 서로 경쟁과 협력을 통해 놀라운 기술 발전을 이루어 내고 있으며, 많은 기술들이 실용화 단계까지 와 있다. 최근 세계적인 물류/유통 기업인 아마존(amazon.com)은 소형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상품 배송서비스를 기획하고 기술 시연을 통해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무인시스템의 연구/개발의 목적을“어떻게 제어할 것인가?”에서“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로 전환하는 계기로 인식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바야흐로 무인시스템의 활용연구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무인시스템을 위한 자율성 레벨

미국 국방성에서는 최근 자율성에 대한 정량적 측정과 평가를 위해 무인시스템을 위한 자율성 레벨 (ALFUS: Autonomy Level for Unmanned System)을 정의하였다. ALFUS는 임무복잡성, 환경복잡성 그리고 인간독립성 등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무인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종합적인 기술 수준을 0~10수준으로 분류하고 있다. 레벨0은 원격조종의 단계를, 레벨1-4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의해 작동되는 자동조종 단계, 그리고 레벨5-9는 의사결정 기능을 갖춘 자율조종 단계에 해당된다.

▲ 미국 국방부에서 발표한 무인시스템의 자율성 레벨 (ALFUS). 현재 국내의 수준은 레벨2~3정도이나, 미국, 이스라엘 등은 레벨4~5정도로 파악된다.

지난번 발견된 정체불명의 무인기는 정해진 경로를 따라 비행하면서 사진을 촬영한 뒤 복귀하는 매우 단순한 임무를 수행하는 수준으로 밝혀졌다. 이는 원격조종단계인 레벨0을 갓 벗어난 레벨1에 해당된다. 국내의 현수준은 이보다는 약간 높아 보이지만 여전히 높은 인간의존도, 낮은 전술 수행 능력, 그리고 낮은 수준의 환경 복잡도의 특징을 갖는 레벨2~3에 해당된다. 선진국의 경우는 우리보다 한 단계 위인 프로그램에 의한 자동조종 단계에서 자율조종 단계로의 진입을 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높은 복잡도를 갖는 환경 하에서도 비교적 어려운 임무를 약간의 인간 의존도만으로 해결해낼 수 있는 수준(레벨4~5)으로 파악된다. 이와 같이 자율 의사결정 기능을 갖는 무인시스템에 대한 연구는 미래 국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인 바, 각 나라간의 기술 경쟁이 한창이다.

자율적 집단 무인 시스템 연구 사례

▲ 영화 ‘꿀벌대소동’의 한 장면. 조직화된 집단으로 일하는 일벌군단

성급한 결론이지만, 치열한 기술경쟁에 힘입어 드론(Drone)으로 상징되는 무인기의 시대는 곧 저물듯하다. 수색, 정찰이나 감시, 폭격 등 단순한 일만을 혼자서 감당하는 그런 무인시스템의 시대는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드론이란 단어는 ‘혼자 생식에만 간여하는 게으름뱅이 수벌’을 뜻한다. 그런 게으름뱅이 혼자만으로는 까다로운 환경을 헤쳐 나가면서 고도의 임무를 수행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바야흐로 드론의 시대는 가고 비(Bee: 집단적으로 협업하며 부지런히 일하는 일벌)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앞으로의 무인시스템은 개체적 자율성은 기본이고, 거기에 여러 대가 일을 나누어 협력할 수 있을 만큼 영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복잡한 임무를 척척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자율시스템의 뇌 구조: 자율적 의사결정은 복잡한 다중의 에이전트간 결합구조로 달성될 수 있다. 뇌에서 뇌세포에 해당되는 각 기능(IC: Intelligent Unit)들은 호모모픽 모델(KB: Knowledge Base)과 추론엔진(IE: Inference Engine)으로 구성된다. 즉 세상을 내 안에 품음으로써, 동료들과 함께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엔도모픽 시스템, 즉 자율적 시스템이 완성된다.

필자는 현재 정부의 지원하에 자율성 레벨6~7 수준의 다중 무인기 시스템의 설계에 도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진, 건물 붕괴, 산불 등 재난시 인명 수색, 감시, 구조 등을 위한 협업형 다중 무인기 시스템을 위한 이론적 연구와 함께 소형 쿼드콥터를 활용한 실험까지 준비 중에 있다. 희망적으로 몇 달 뒤에는 중간연구결과를 독자 여러분들께 보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다중 개체로 구성되는 협업형 자율 무인시스템은 (일명 무인특공편대) 평시나 전시를 막론하고 지진, 건물붕괴, 산불 및 각종 재난 등 인간 개입이 더디고 어려운 상황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초기대응을 가능케 함으로써 인적 물적 손실을 최소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진행 중인 연구와 관련된 응용사례를 잠시 살펴보자. 그림에서처럼, 먼저 SOS구조 요청을 받은 본부는 대응매뉴얼에 따라 용도별 무인기를 선별함으로써 특공편대를 조직한다. 즉 레벨 6~7 수준의 자율 무인시스템 정예 편대를 구성하여 발진시킨다. 편대비행을 통해 임무지역에 도달한 특공 편대는 정찰, 수색, 감시, 교신, 수송 등 맡은 바 전문 분야별로 흩어져서 실종자를 찾거나, 촬영하거나, 교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거나, 보고하거나, 구호품을 전달하는 등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여 응급활동을 벌인다.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일은 동료 무인기에 도움을 요청함으로써 슬기롭게 상황변화에 대처해 나간다. 각종 임무가 완수된 뒤 이에 대한 보고가 완료되고, 유인시스템 등 본진이 본격적으로 도착하면 임무교대후 편대비행을 통해 다시 본부로 복귀한다.

미래 지능적 자율시스템

▲ 인간의 뇌는 개념적으로 볼 때 우뇌, 좌뇌, 연합영역 등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각각 이성적, 감성적, 통합적 기능을 수행한다. 즉 우뇌는 뒤샹의 작품을 볼 때, 화장실 변기로만 파악하려 하지만, 좌뇌는 그것을 예술작품으로 보려한다는 것이다. 양자 간의 갈등은 연합뇌에서 적절히 조절될 것이다. (여기에 제시되는 마음의 문제는 이미 지난호에 언급하였기에 생략한다.)

자율시스템의 미래 모습은 당연히 수벌(Drone)과 일벌(Bee) 그 이상일 것이다. 즉 감성마저 포괄하는 인간의 모습을 닮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명령만 죽도록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이해하고, 사랑을 이해하고, 그래서 삶과 존재마저 이해하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때로는 명령을 어길 수도 있고, 그럼으로써 궁극적 가치인 사랑과 자비를 져버리지 않는 그런 성자다운 자율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즉 자신의 생명은 버리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더 중요시하는 그런 자율시스템이 언젠가는 나오리라는 희망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오늘날 더욱 간절한 심정이다.

맺는 글

▲ 미래의 지능적 자율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뇌를 닮아갈 것이다. 즉 기계적으로 임무만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 결과가 궁극적으로 세상을 이익 되게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향식 인공지능과 상향식 인공지능 간에 시스템적인 통합이 중요해 보인다.

이 글의 서두에 우리는 사랑하는 님을 떠내 보냈다. 비록 참담한 심정이지만, 그들의 희생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지금 우리는 최첨단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지능시스템, 자율시스템, 무인시스템, 인공지능시스템, 마음시스템들이 양날의 검이 되어 시시각각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과학의 눈부신 발전에 비례하여 지혜 또한 성숙되지 않는다면 아무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으리라. 그렇기에 우리가 무엇을 연구하고 무엇을 만들건, 그것은 온전히 우리와 후손 모두를 이익 되게 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때가 되면 우리 또한 떠나야하기 때문이다. 서산대사의 선시로 갈무리한다.

눈 덮인 들판을 밟아 갈 때
함부로 어지럽히지 마라.
오늘 나의 발자취는
반드시 뒷사람의 길잡이가 될지니.

▒ 지승도ㆍ항공대 항공전자 및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 본 기사는 '월간로봇' 6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표기는 '월간로봇'의 규정에 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