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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L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이용우 FEST창의공학교육협회 코리아 로봇 참피온십 총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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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21  2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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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의 연결못이 빠졌어!"
"어떡하지?"
"시간이 없으니까 여기를 빼서 이것으로 고정해 보자. 안되는 게 어디 있어? 빨리빨리!!"

2014년 5월 30일, 성난 황소들이 질주하는 산 페르민 축제로 유명한 스페인의 작은 도시 팜플로나의 대회장인 발루아테. 로봇퍼포먼스 1라운드를 앞두고 베리타스팀의 아이들이 마지막 점검에 열중이다.

'2014 FLL 오픈 유러피안 참피온십'은 매년 유럽 각 국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FLL팀을 초청하여 세계의 최강자를 가리는 세계적인 로봇대회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전 세계 42개국 96개팀들이 서로 다른 열정과 독특함을 뽐내며 4일간의 잊지 못할 교류의 장을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인천 계양의 베리타스팀, 서울 길음의 아이디어 트리 그리고 서울 역삼중학교의 YMIT 세 팀이 참가하였다.
▲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인천 계양의 베리타스팀, 서울 길음 아이디어 트리, 그리고 서울 역삼중학교의 YMIT팀
필자는 2005년부터 FLL의 코치를 경험한지라 이번 베리타스팀의 코치를 맡으면서 개인적으로 감개가 무량하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 가까이 FLL이라는 매력에 푹 빠져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이젠 FLL의 열렬 팬이자 FLL를 통하여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산 증인이며,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꼭 한 번은 FLL을 경험하게 하고 싶은 FLL의 평생 홍보대사가 되었다.

이 대회를 전 세계적으로 주관하고 있는 미국의 FIRST장학재단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MIT공대의 신입생 중 20%가 FLL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그 만큼 FLL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공학의 관심을 불러 일으킬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에 아주 좋은 툴이자 활동이다.

FLL은 크게 네 가지 부분으로 나뉘어 심사를 한다. 로봇퍼포먼스, 로봇디자인, 프로젝트, 핵심가치.

로봇 퍼포먼스는 2분30초동안 경기장의 다양한 미션들을 수행하여 점수를 얻어야 한다. 총 3라운드의 시합을 하여 제일 높은 점수를 다른 팀과 견준다.

우리 베리타스팀의 로봇이 1라운드를 앞두고 뭐가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스페인에 오기 전 그렇게도 많은 시간을 투자한 로봇인데 뜻대로 잘되지 않자, 아이들이 다소 초조해한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려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 이번 대회에 참가한 베리타스팀이 로봇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
로봇퍼포먼스에서는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왔다. ‘그래… 고작 사분의 일이 끝났을 뿐이야. 나머지 분야에 최선을 다하자.’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자 베리타스팀은 틈틈이 열심히 장고를 배웠다. 전문가한테 여러 번의 레슨도 받았다. 장고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점수를 주는 것도 아닌데 정말 열심히 즐긴다. 이것이 FLL이다. 로봇퍼포먼스가 잘 안되었다고 걱정하던 아이들의 모습은 온데 간 데가 없다.

▲ 베리타스팀이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자 틈틈이 배운 장고 공연을 하고 있다.
드디어 프로젝트 심사시간이 다가왔다. FLL은 매년 새로운 도전과제가 주어진다. 올해의 주제는 자연재해이다. 베리타스 팀은 내진설계가 안된 건물을 위한 아라미드 섬유로 만든 테트라포트 형태의 라이프 튜브를 제안하였다. 한국대회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우수한 성적을 받아서 한국 대표의 자격을 얻었었다. ‘연습한대로만 잘 발표하고, 심사위원의 질문에 대답만 잘하면, 분명 좋은 성과가 나올 거야!’ 팀은 한마음이 되었다. 세계대회 공식언어는 영어이다. 두 달 전부터 자신들의 연구를 영어로 바꾸고 수 십 번의 대사를 고쳐가며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어떤 주말은 함께 합숙도 하였다.

드디어 심사 시작! 연습 때, 그렇게도 떠듬거렸던 녀석들이 정말 발표를 잘한다. 무대 체질인가 보다.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에도 답변을 야무지게 했다. 기특하다. 이번 대회를 통하여 느낀 것이 우리 한국 아이들, 이제는 세계의 그 어느 누구와 부딪혀도 주눅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FLL대회는 대회가 끝나면 심사위원들의 평가지를 바로 각 팀들에게 배부한다. 심사위원들의 현장감 있는 자필 심사 평을 그대로 팀이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은 베리타스팀이 프로젝트 심사 때 받은 평가서이다. Perfect!! 각 카타고리별로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 베리타스팀이 프로젝트 심사 때 받은 평가서.
프로젝트 심사에 이어 바로 핵심가치 심사가 이루어졌다. 핵심가치는 FLL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팀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팀워크를 중시하며, Gracious Professionalism(아름답고 소중한 프로정신)을 강조한다. 시즌 동안 함께하며 겪었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였는지를 심사한다. 로봇대회에서 이런걸 평가하다니…… 이것이 FLL의 진정한 핵심이자, 하이라이트이다. 물론 베리타스팀은 아주 멋지게 심사를 마쳤다.

아이들의 표정이 점점 밝아진다. 녀석들도 무언가 느낌이 오나 보다. 베리타스팀은 고1 한 명, 6명의 중학생, 한 명의 예쁜 초등숙녀로 이루어진 팀이다. 자신들의 모습을 각인시키려 유니폼도 핑크색으로 맞추었다. 참 재미있는 팀이다. 언제나 유쾌하다. 대회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은 이 친구들이 남보다 뛰어나서일까, 아니면 개념 없는 대한민국의 중학생이어서일까?

마지막으로 로봇디자인 심사가 남았다. 이 심사는 말 그대로 로봇을 제작한 팀의 테크닉, 미션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 프로그래밍 능력을 심사한다. 디자인 관점에서 보면 정말 잘 만들어진 로봇인데, 경기에서는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하였다.

모든 심사가 다 끝났다. 아쉽기도 하지만 최선을 다 했기에 후회는 없다. 아이들도 부담을 털어냈는지, 다른 나라의 부스를 기웃거리며 열심히 친구들을 사귄다. 역시나 남자친구들은 다른 나라의 여자친구들한테 관심이 많다. 몇몇 친구는 벌써 국제적인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인종과 언어가 다른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이 지구가 좁을 뿐이다.

FLL의 로봇디자인, 프로젝트, 핵심가치분야의 심사에서는, 몇몇 잘한 팀들을 선정하여 결선심사(Call Back)를 한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베리타스팀이 이 모든 분야 결선심사에 올라간 것이다. 결선심사 대상 팀들은 자기 팀의 부스에서 심사위원들의 인터뷰를 기다려야 한다. 10번에 가까운 심사위원 인터뷰가 이어졌다. 굉장히 떨린 순간인데도 아이들은 지금 즐기고 있다. 코치인 나는 이렇게 떨고 있는데 말이다.

▲ 프로젝트 심사시간에 베리타스팀이 준비한 프로젝트에 대해 심사위원에게 설명하고 있다.
폐회식만이 남았다. 지난 4일동안 베리타스팀은 모든 열정을 다 쏟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안에서는 분명 또 다른 꿈을 꿀 것이다. 그리고 더 넓어진 가슴으로 세상을 볼 것이다. 페회식장으로 들어가는 아이들 모두 축제의 장이다. 모두가 하나다. 세상에 이렇게 멋진 로봇대회가 또 있을까!!

시상식. 멋진 메달을 모두에게 걸어주는 심사위원들, 이 대회에 참가한 모두가 승자이다. 그래도 부문별 시상이 이루어진다. 세계대회인지라 각 분야별 3위부터 1위까지 시상을 한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시상식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한국팀의 이름이 불리지 않고 있다. 로봇디자인부문, 프로젝트부문 다 지나간다. 다른 나라의 수상 팀을 위해서 열심히 축하박수를 치지만 마음이 어딘가 이상하다. 핵심가치 부문까지도 수상 팀이 거의 불렸다. 챔피언 1위부터 3위까지 그리고 Gracious Professionalism 1위만 남았다. 지금 이 순간. 아이들이 졸고 있다. 무척이나 피곤했나 보다. 아니 기다리다 지쳤나 보다. 가슴이 찡해 온다. '너희들은 최고였어. 나한테는 너희들이 챔피언이다……’

▲ 1위를 차지한 한국의 베리타스팀이 우승컵을 들고 시상대위에서 기뻐하고 있다.
갑자기 베리타스 이름이 불린다. 하하하!!! 우리 아이들이 해냈어. 1위에 올랐다. 졸고 있던 아이들을 깨워 1위 단상에 올랐다. 이 맛이리라. 세계대회에서 처음으로 부문별 1위(코어 밸류부문)를 했다는 것. 결실을 맺는다는 것.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코치는 이럴 때 정말 행복하다.

인천공항에서 헤어지며 우리는 서로에게 의미 있는 눈인사를 한다. 우리에겐 또 다른 내일이 있어. 하하하…….

[필자 소개]
이용우(Eric Lee)
 공학도로 살다가 FLL때문에 인생의 목표가 바뀜.
 2006년부터 5번의 유럽대회, 2번의 미국대회에서 FLL 한국대표팀 코치로 활동
현) FEST창의공학교육협회 '코리아 로봇 참피온십' 대회 총 책임자

조규남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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