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 중에 하나는 많은 기술들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선사시대의 금속의 발명이나 근대화 시대의 내연기관, 비행기 등 여러 기계들의 발명, 현대의 로켓 및 핵 등 모든 신기술의 발명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왜 이렇게 우리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는 걸까? 왜 지금 이 순간에도 보다 더 뛰어난 전쟁 무기를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걸까?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약육강식의 비참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 왔다. 하지만 그 약육강식은 아직도 전쟁이라는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전쟁은 강한 인간이 약한 인간의 모든 것을 빼앗는 약육강식의 결정체이다. 전쟁에서 진 인간은 자신의 인간성을 포함해서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누구나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이기려고 사력을 다한다. 그 사력을 다하는 방식이 현재에서는 기술 개발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현대에서는 보다 뛰어난 무기를 가진 사람이 전쟁에서 이기기 때문이다.

▲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인간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가장 잔인한 짓이라고 생각하며 윤리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살인마가 아닌 다음에야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들은 대부분 외상 후 스트레스라는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 (사진: 베트남전쟁, LIFE Picture)

로봇 또한 기술의 한 형태이다. 그것도 아주 뛰어난 기술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로봇을 전쟁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전쟁용 군사 로봇은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핵무기 보다 더 위험한 기술일 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전쟁을 막는 최후의 보루는 인간의 윤리 의식인데 로봇은 인간의 윤리를 무력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윤리 의식은 우리가 만든 문명의 핵심이다. 윤리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일례로 사람은 같은 동족인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 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인간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가장 잔인한 짓이라고 생각하며 윤리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살인마가 아닌 다음에야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들은 대부분 외상 후 스트레스라는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이것은 죄책감이라는 윤리 의식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죄책감은 전쟁을 꺼리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에 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것은 비단 내가 죽을 수 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만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죽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윤리의 힘이 전쟁이라는 약육강식의 행위를 가능한 피하게 만든다.

그런데 만약 로봇이 전쟁을 수행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다. 전쟁을 하더라도 나와 우리 군인들이 죽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 내가 누군가를 해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까지 더해진다면 전쟁은 나와 관계없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각 개인들은 윤리적인 죄책감으로 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된다. 비록 우리나라의 로봇 군대가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해쳐서 죄책감을 느낀다 하더라도 이것은 나와 내 이웃이 전쟁에 나가서 겪는 피부로 와 닿는 죄책감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죄책감이라는 윤리의식은 전쟁을 막는 최후의 보루가 되지 못한다.

윤리적인 면을 떠나서 국가적 이해관계는 어떻게 될까? 군사용 로봇을 보유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의 전쟁은 이미 승패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 두 국가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랬을 때 로봇 군대를 보유한 국가는 잃더라도 돈만 잃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는 돈과 함께 국민들도 희생당한다. 그런 전쟁이 계속 된다면 어떻게 될까? 로봇 군대를 보유하지 못한 국가는 국민들의 희생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에 결국 멸망하게 된다. 지금까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뛰어난 지휘관과 국민들의 단결 등 그 국가 내부의 정신적인 역량이 컸었지만 미래는 군사 로봇의 보유 유무로 전쟁의 승패가 결정 날 수 있다. 좋게 보면 이런 현상이 전쟁을 아예 일어나지 않게 만들 수 도 있다. 질것이 분명한 전쟁을 두고 전쟁을 하는 국가는 없기 때문이다. 로봇 군대를 보유하지 못한 국가는 전쟁을 수행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로봇 군대를 보유하지 못한 국가는 로봇 군대를 보유한 국가가 무엇을 시키던지 그 명령에 복종해야한다. 손자병법에서 가장 좋은 전략은 전쟁을 하지 않고 전쟁에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로봇 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 된다. 결국 세계 패권을 로봇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거머쥘 수 있게 된다. 군사용 로봇의 개발은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고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기술이 될 것이다. 따라서 많은 국가가 군사용 로봇 개발에 전력을 다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윤리적인 면과 국가이해관계 면에서 군사용 로봇의 등장은 전쟁의 개념을 바꾸어 놓을 피할 수 없는 미래이다. 어쩌면 군사용 로봇을 보유한 국가는 전쟁이라는 약육강식의 행위를 마음대로 저지를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미래를 암울하게만 보고 자포자기할 정도는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그렇게 개발된 군사용 로봇들이 사람을 해치지 않게 막는 것이다.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 그리핀 미사일과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무인 폭격기 프레데터가 2011년 파키스탄에서 알카에다 지도자인 아부 하프스 알 샤흐리를 공격해 사망시켰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군사용 로봇은 원점 타격 형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핵무기의 경우, 인류는 핵무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막았다고 볼 수 있다. 비록 핵무기 개발 초기에 두 번의 폭격이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아무도 핵무기를 쓰지 않았다. 만약 핵무기를 가진 국가가 하나였다면 어떻게 전개 되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뿐만 아니라 소련,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이 차례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고 곧 공포의 균형이 이루어 졌다. 누가 하나라도 핵무기로 누군가를 공격한다면 공격당한 국가는 바로 핵무기로 보복하게 된다. 그럼 두 국가의 국민들은 모두 다 같이 죽는 것이다. 이렇게 모두가 다 같이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가 아무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런 공포가 핵무기를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하지만 로봇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군사용 로봇의 사용을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핵무기는 한번만 사용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죽지만 군사용 로봇은 그렇지 않다. 군사용 로봇은 주로 작은 범위 내에서 사용될 것이고 로봇 전쟁은 국지전의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다. 군사용 로봇으로 전쟁을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대량 학살을 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핵무기와 같은 공포의 균형이 이루어 지지 않는다. 군사용 로봇이 어떻게 쓰일지는 아래 예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개발된 무인 폭격기들은 테러리스트들의 암살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핀 미사일과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무인 폭격기 프레데터가 대표적인데, 미국 CIA 는 2011년 파키스탄에서 알카에다 지도자인 아부 하프스 알 샤흐리가 무인 비행기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군사용 로봇은 원점 타격 형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공격의 대상이 아무리 테러리스트라 할지라도 어떤 이유에서건 로봇이 사람을 해친다는 것은 정당화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로봇이 사람을 해치는 길이 열리게 되면 그것을 통제할 힘을 잃어버렸을 때 인류는 재앙을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예 애초부터 로봇이 인간을 해치는 일은 없도록 해야 안전하다. 그런데 군사용 로봇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로봇에 대한 통제력을 믿고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군사용 로봇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악당인가? 이 또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자신이 속한 사회를 지키고 보호하려는 정의감이 강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인류는 오랫동안 자신이 가진 최고의 기술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사용해왔고 그것은 수 만 년 동안 인류가 생존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런 생존의 방식을 잘 따르는 것을 가지고 비난할 수는 없다. 단지, 로봇이라는 기술이 지금까지의 기술과는 달리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일 뿐이다.

▲ NGO 단체인 HRW (Human Right Watch) 가 주축이 된 ‘살인 로봇 금지 운동(Campaign to Stop Killer Robots)’ 의 주도로, UN은 앞으로 매년 이 주제를 가지고 회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인류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규제 및 지침을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UN이 이런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UN의 한 조직인 재래식 무기 금지 협약, CCW (Convention on Conventional Weapons)는 2014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87개국이 모인 가운데 4일 동안 살인 로봇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관에 논의했다. 이 회의는 NGO 소속 단체인 HRW (Human Right Watch) 가 주축이 되어 만든 ‘살인 로봇 금지 운동(Campaign to Stop Killer Robots)’ 라는 단체가 앞장서고 있다. UN 은 앞으로 매년 이 주제를 가지고 회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인류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규제 및 지침을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회의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한국이 미국과 같이 살인 로봇을 제조할 위험성이 많은 국가로 지목되었다는 점이다. 우리의 로봇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윤리 의식이 의심 받고 있다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그 두 가지 모두인지 모르겠지만 세계인이 우리나라를 보는 시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일임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인류가 해온 일들을 돌이켜 보건대 군사용 로봇의 등장은 막을 수 없는 미래의 현실이다. 군사용 로봇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는 예전의 조총과 군함이 그랬듯이 군사용 로봇을 보유한 국가로 부터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 더군다나 지정학적으로 세계 최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살아남기 위해서 군사력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나라 보다 뒤져서는 안 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군사력이 약했을 때에는 여지없이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을 당했었다. 제일 가까운 예로 구한말에는 미개한(?) 서양 오랑캐의 침략에 맞서 우리의 유교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나라의 문을 걸어 잠갔다. 이 쇄국 정책은 우리의 근대화된 군대 양성을 늦췄고 결국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지금까지도 그 비극으로 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군사력에서 뒤진 국가의 국민들은 아무 죄도 없이 비참한 삶을 살아야한다. 따라서 군사용 로봇이 비윤리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개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구한말의 쇄국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UN 이 군사용 로봇을 제제해줄 것이니 우리는 그들을 믿고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가? UN 만 믿고 있다가 군사용 로봇 개발 경쟁에서 뒤쳐져서 또 한 번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 된다면 어떻게 할 텐가? 그런 경우 UN 이 나서서 책임을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국제 관계가 그렇게 순진하게 돌아갔던 적이 있던가?

▲ UN의 한 조직인 CCW (Convention on Conventional Weapons)는 2014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87개국이 모인 가운데 4일 동안 살인 로봇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관에 논의했다. 그런데 이 회의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한국이 미국과 같이 살인 로봇을 제조할 위험성이 많은 국가로 지목되었다는 점이다. 우리의 로봇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윤리 의식이 의심 받고 있다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그 두 가지 모두인지 모르겠지만 세계인이 우리나라를 보는 시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일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이유들로 군사용 로봇을 개발하지 말자고 소리 높여 주장할 수 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 반대로 우리나라가 살인 로봇 개발에 앞장서야하나? 우리가 살자고 인류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대한민국은 인류 모두 이롭게 하자는 자랑스러운 ‘홍익인간’ 의 이념을 가지고 만든 나라 아니던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결국 모든 문제는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세상은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이다. 구지 토마스 홉스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자연 상태의 인간 사회는 불안정한 존재이다. 그 불안전한 상태를 협약과 조약으로 제어하면서 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군사용 로봇은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군사용 로봇이 인간을 해치게 해서도 안 된다. 군사용 로봇을 보유해서 국민의 안전은 지키되 군사용 로봇이 사람을 해치게 하지는 말아야한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이 모순된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유지해 나가는 것. 우리에겐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저대로 잘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위험한 외줄타기에서 성공해야한다. ▒ 한재권 로봇공학박사, 로보티즈 수석연구원

* 본 기사는 '월간로봇' 6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표기는 '월간로봇'의 규정에 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