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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로봇변증남 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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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01  01: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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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변증남 명예교수께서 정기적으로 본지에 칼럼을 연재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필자는 우리나라 로봇 1세대로 로봇역사의 산증인이고 1977년부터 KAIST에서 훌륭한 후학을 수 없이 배출해 내신 학자이며 연구자입니다. 본 칼럼에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 부탁 드립니다.

동물은 질문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학자들에 의하면 지능이 최고 수준이라 알려진 원숭이들에게 여러 방법으로 시도해 봤는데 꽤 복잡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어도, 이들이 자의적으로 질문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내는 데는 실패하였다. 멜본대학의 조다니아(J. Jordania) 교수는 바로 이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의 유무'가 사람과 동물의 뇌 인식력 차이를 구별하는 요소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가 로봇으로 하여금 질문을 할 수 있게 설계할 경우, 이런 로봇의 지능이 동물보다 낫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능형 로봇을 개발해 온지 수십 년이 경과됐지만 “귀하가 개발한 로봇의 지능지수가 얼마나 됩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곤혹스러워하는 난감한 표정의 로봇학자들이 떠올라 ‘질문 기능을 갖는 로봇’을 상상해 본다.

질문이란 대체로 <뭔가 배우거나 알기 위하여 또는 타인이 알고 있는 지식을 테스트하기 위하여 물어보는 행위>라 정의한다. 여러 글-기사에 "질문은 사람과 소통할 때 가치 있는 정보를 얻게도 하거니와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자신을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하는 등 여러 가지로 힘을 발휘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도록 도와주고 가끔 위대한 아이디어로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질문의 긍정적 힘의 효과나 다양한 유용성에 대하여 강조하는데, 특히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어떻게 질문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까-하는 경영 노하우로서 조언하는 책들을 여럿 볼 수 있다. 또 학교 교사가 질문을 통해 학습효과를 상승시키는 방법론에 대하여 교육학적 입장에서 쓴 연구보고서도 다수 있다.

질문 기능을 가진 로봇의 경우, 사람을 상대로 서비스할 때 여러 가지로 유용할 것이다. 스마트 홈 환경에서는 공장과 달리 로봇과 인간이 한 데 어우러져 상호작용적 행위(interaction)를 주고받는 일이 빈번히 일어날 수 있다. 집주인이 로봇에게 “마실 것을 달라” 주문하고 로봇이 컵에 물을 받아 전해 주면 이를 받아든 후 “댕큐”라는 말로 명령시행이 성공했음을 확인해 주는 것, 이런 것이 전형적인 예이다. 그런데 집안 여건상 로봇이 애매모호(fuzzy)하고 불확실한 (uncertain) 정보를 근거로 상황을 판단하고 다음 액션을 결정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 로봇이 작업수행을 실수하거나 아예 작동을 못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때에 일어난다. 그런데 만약 로봇으로 하여금 상대하는 사람에게 현재 처한 관련 상황에 대하여 적절한 질문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게 한다면, 그래서 사람으로부터 받은 답변을 근거로 판단-결정과정을 보완한다면, 보다 높은 시행 성공률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8년 전쯤 우리 KAIST-BSCL랩 세미나 시간에 논의되었던 연구결과가 생각난다. 스마트 홈 환경에서 지금까지 해오던 서비스 방식- 즉, 주인이 명령을 하면 로봇이 이를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방식-보다 좀 더 인간친화적일 수 있는 "전향적 능동 서비스(Proactive Service) 방식"을 구현하는 것이 세미나의 주제였다. 오랜 경험을 가진 친절한 집사가 로봇의 롤 모델이다. 일터에서 돌아 온 주인이 일일이 주문하지 않아도 주인의 표정이나 몸동작을 보고 필요 적절한 서비스를 하는 환경을 상정하였다. 세미나를 통해 얻은 한 가지 유효한 결론은 주인을 관찰하여 얻은 정보가 애매모호하거나 불확실 하여 주인의 제반 상태(Physical-mental-emotional state)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경우 질문을 통해 정보를 더 얻어 결정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었다.

이 주장은 로봇으로 하여금 집주인이 보고자하는 TV 채널을 성공적으로 선정-추천(recommend)하는 모의실험 예로 확인하였다. 어떤 사람이 200개의 TV 채널 중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 시청하는 행위에 대해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매 30초마다 체크하여 2주간 정보를 수집하였다. 그리고 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학습한 후, 로봇은 피실험자가 TV를 보고자 할 때 “채널 xxx번을 보시겠읍니까?”라고 질문하는 것으로 인터랙션을 시작한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높은 확률로 “Yes"라는 답변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주제였다. 당시 문제를 다루던 대학원 학생의 보고에 의하면, 자기의 (훌륭한) 학습 알고리즘을 썼을 경우 첫 번째 질문에 ”Yes"를 들을 수 있는 확률이 75%정도 였는데, 그게 틀렸을 경우 “그럼 ooo번 체널인가요?”라며 두 번째 질문을 하여 “Yes!"라는 대답을 듣는 확률이 95%정도로 증가 되었다고 하였다. 질문을 통하여 추천 신뢰도를 증가시킨 것이다.

질문하는 기능을 가진 로봇은 교육용으로도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시판되는 교육용 로봇의 주요기능이 종이학습지를 전자학습지(electronic/paperless workbook)로 변환하여 이용하는 역할의 연장선 정도로 본다면 기존 학습지의 한계를 크게 뛰어 넘지 못한다. 상위권 학생 입장에서 보면 이미 알고 있는 문제를 자꾸 물어보는 로봇의 교시방법에 곧 싫증이 날 것이며 자연스레 로봇에 대한 총체적 매력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로봇이 학생에게 답변만 주질 않고 적절한 질문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학생이 문제에 얼마나 빠르게 답하느냐, 바른 답을 맞추는 확률은 얼마냐, 어떤 문제 유형을 어려워하느냐와 같은 판단키 쉽지 않은 사항들에 대하여 질문을 통해 학생의 학습 과정을 분석/평가할 수 있다면, 그래서 필요하다면 학습지에 나와 있는 비슷한 쉬운 문제는 적절히 뛰어 넘어가면서(skip) 학습서비스를 한다면 문제풀이의 지루함도 줄이면서 여타 학습효과도 증대시킬 수 있지 않을까.

<질문하는 로봇>을 구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닐 것 같다. 사람은 질문을 시작하려 할 때 호기심/용기가 필요한 반면 로봇은 질문 후에 듣는 답변에서 요체를 알아내야 하는 요약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보통 쉽지 않은 문제이다. 상대하는 인간의 답변이 장황하면 이를 요약하여 중심 포인트를 찾는 일도 어렵고 감정이 섞여 있다거나 얼굴과 손 몸짓의 제스쳐가 동반되는 답변인 경우에는 언어적 요소와 비언어적 표현( paralanguage)을 융합하여 답변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Yes/No"와 같은 간단한 답변을 요하는 질문으로 로봇이 상대방이나 자기 주변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경우에 적용하면 상당히 효과적인 응용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조로봇을 장애우가 처음 사용하는 경우, 또는 로봇을 신체 재활 훈련에 사용할 때, 보통은 상당히 긴 시간에 걸친 전문 인력의 수동 조정 과정을 요하는데 이런 경우에 질문 기능 로봇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형 로봇이 시중에 나오면 한 대 구입하여 강의실에 가끔 데리고 들어갈 계획이다. 하라-하라-강권해도 별로 질문하지 않는 클래스 학생들에게 “로봇이 질문하는데 내가 왜 못해?” 하는 분발심도 일으킬 겸 ‘질문은 이렇게 하는 거야’-하는 시범도 보여주고 싶다. 변증남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명예교수

조규남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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