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다 연구 잘 하는 사람에게 많은 기회 돌아갔으면"

"일본 로봇산업 강점은 빠른 부품 수급과 한 분야 다수 전문가 집단"
"미국 로봇산업 강점은 짜임새 있는 연구 조직과 분명한 목적성, 자부심"
"획일적 평가보다 다양한 평가방법과 융통성 있는 운용의 묘 아쉬워"

정명진 교수(64ㆍKAIST 정보과학기술대 전자전산학과 전기 및 전자공학전공 교수)는 1983년부터 KAIST에서 30년 넘게 교수로 재직하면서 수 많은 로봇 인재를 배출하였다. 제 4대 한국로봇학회장을 역임하면서 국내 로봇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센서기반의 로봇컨트롤&플래닝 분야의 전문가이다. 국내 로봇업계의 1.5세대 산증인으로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았지만 아직도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정 교수를 인터뷰하러 지난 20일 오전 대전에 있는 기술원을 찾았다. 비가 오려고 해서 인지 날씨가 무척 후덥지근 했다.

최근 대외 활동이 좀 뜸하신 듯합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이제 내년이 은퇴니까 마무리하는 단계입니다. 최근 제가 관심이 있는 분야가 무인 자동차라든가 로봇이 주행하는데 환경 인식하는 기술이 필요할 것 같아 그 분야를 연구하고 있고, 그 다음으로는 이전부터 계속 연구해 온 인간-로봇 인터랙션 특히 사람하고 로봇이 감성을 주고받는 쪽의 두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에서 제어공학을 전공하셨다. 대학과 석사는 전기공학 쪽이었는데 제어공학으로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을 갔을때 고명삼 교수님이라고 젊으신 교수님이 계셨는데 뉴멕시코에서 연가를 다녀오시고 나서 저희들한테 그 당시 새로운 학문인 제어시스템에 대해 강의를 하셨는데 모든 것이 수학으로 잘 표현되어 가지고 내용이 새롭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당시 전기공학분야를 보면 전기쪽 이니까 크게 전력, 발전 그리고 여러분야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제어라는 분야에서 시스템 이론(System Theory)쪽 강의를 하셨는데 굉장히 재미있고 그 분야를 하면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제가 방위복무를 마치고 ADD(국방과학연구소)에 잠시 들어 갔는데 그 당시 제어대상은 주로 비행기나 미사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제어쪽에 관심이 있었고 그런 쪽으로 접목시키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가서도 제어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원이 ECEE(Electrical & Computer Engineering)입니다. 여기 여러 분야 중의 하나로 제어가 있어 전공을 제어분야로 하고 부전공을 컴퓨터 분야로 했습니다. 그리고 박사과정은 완전히 CICE(Computer Information Control Engineering)라는 융합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제어를 하면서 주대상을 로봇으로 했습니다.

▲ 연구실 1층에서 본지 기자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계신 모습

제가 박사과정일 때는 분위기가 군수 인공위성 쪽에 관심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제 지도교수님이 항공과 교수님이던 해리스 맥클램로치(N. Harris McClamroch)셨습니다. 그런데 1978년도인가 79년도에 로보틱스라는 세미나를 들어갔는데 그때 어느 분이 로봇에 대해 강연을 하는데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로봇 서비스는 생각지도 못하고 다만 제어 대상으로 로봇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래서 관심이 있었는데 운이 좋게 젊은 교수님이 퍼듀대학에서 졸업하고 오셨는데 조지 리(Dr. George Lee) 교수님입니다. 그분을 찾아가 로봇에 관심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고 그런 인연으로 제가 그 교수님의 첫 번째 학생이 됩니다. 그리고 재미있지만 두 번째 학생이 지금 서울대에 계신 이범희 교수입니다. 그 이후 두분을 제 박사학위 논문 공동지도교수로 모시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때는 로봇이라는 단어가 그래도 생소한 시기인데 미래 로봇시대가 올 거라는 예상을 하고 계셨던 것인지요?

로봇이라는 단어가 생소한 시기였습니다. 그때는 로봇의 응용측면은 주로 산업용이었습니다. 디트로이트 옆에 디어본이라는 도시가 있는데 GM과 포드의 본사가 있던 도시입니다. 하루는 그 지도교수님을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거기에서 로봇 전시회를 한다고 한번 가보라고 해서 가 보았습니다. 그 당시 기술이 어느 정도였냐 하면 용접하는 로봇 이런 것 말고, 스누피라는 만화 캐릭터를 로봇이 그 당시에도 그리더라고요. 그래서 야 대단하다 내가 할게 뭐가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 였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속도라든가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좀 다른 방법이 있겠다 해서 로봇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로봇이 뭐 어떻게 될거라는 미래 예측은 저는 사실 못했습니다. 그래서 산업용 로봇에 국한해 성능향상 쪽만 생각했기 때문에 박사 논문 주제도 그렇게 잡았습니다.

제가 1983년도에 여기 과학기술원에 처음 왔는데 로봇이 실제로 응용분야가 꽤 다양하다고 뼈저리게 느낀 것은 84년도에 일본 동경공업대학에 계시는 우메타니 교수님이 변증남 교수님, 조형석 교수님 초청으로 과학기술원에 오셨을 때 입니다. 그분이 그때 지능 로봇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는데 제가 미국에서만 공부를 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 분한테 초청을 좀 부탁하고 해서 제가 과학재단하고 일본 JSPS라는 곳의 프로그램으로 한 달간 일본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우메타니 교수님이 저에게 일본까지 와서 이렇게 연구실에만 앉아 있지 말고 내가 소개해 줄 테니 일본의 로봇회사들을 방문해 보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얼마나 고마운지 자기 연구실에 있는 박사과정 한 사람하고 해서 일주일 정도 돌아 보았습니다. 토요타, 꼬마스 등 하루에 하나 두 개 꼴로 교토대학까지 여하튼 일주일에 돌아다닐 수 있는 최대한으로 쭉 돌아보고 왔습니다. 그러면서 그 당시 일본의 로봇기술을 제가 알게 되었습니다. 야 이거 정말 대단하구나, 그리고 응용분야도 다양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2009년 한국로봇학회 학술대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정명진 교수

제어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된 연구분야를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센서기반 로봇제어 및 계획기법 분야에서 유명하시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지 저희 독자들에게 설명좀 부탁 드립니다.

그러니까 연구 흐름이 제가 제어쪽을 하고 그래서 처음 실험실 학생들 가르칠 때 제어 이론하는 그룹하고 로봇하는 두 그룹으로 운영했습니다. 수학이 좋고 그런 학생들은 로봇 이론으로 시작해서 끝을 내고, 로봇 제어라든가 플래닝 계획이라든가 이런 것을 생각하고 하는 그룹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로봇으로 완전히 하나가 됐는데 로봇 제어이론이 제 판단에는 1990년대 초 이후로 큰 브레이크 투루(Breakthrough:돌파구)가 없었습니다. 응용쪽은 이제 다양해지고 주 대상이 로봇으로 어느 정도 세팅이 된 느낌입니다. 제 능력도 그렇고 해서 저는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도까지 학생들을 교육했고, 그 이후로는 로봇쪽을 했습니다. 로봇쪽은 제어하고 플래닝쪽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처음 제어를 할 때 좀 편하게 로봇을 이용하는 길이 없을까 해서 처음에 플래닝을 위한 시뮬레이터 개발 관련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그래서 플래닝을 하다 보니 센서정보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옛날에는 주로 컨트롤을 위해서는 속도센서 위치센서 정도가 필요하고, 조금 더 효과적이려면 비전센서, 소나센서도 필요하고 그러다보니 센서 베이스가 된거고, 로봇 컨트롤을 위한 비전 쪽도 하게 되었습니다.

90년도 중반 이후에 KIST 이종원 박사님하고 KAIST 변증남 교수님하고 노약자를 위한 과제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저희쪽에서 변교수님과 저 그리고 권동수 교수님하고 지금 DGIST에 계신 교수님하고 네 명이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 했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중증 노약자분들이 자기 의도나 의지를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정말 움직일 수 있는게 눈밖에 없습니다. 그중에 제가 맡은 부분이 눈동자를 인식해서 그 눈동자 움직임이 모니터상의 어느 쪽을 비쳐 보면 모니터에서 어디에 있다는 것을 디텍트하는 겁니다. 제가 모니터상에 명령이 있으면 명령을 클릭하면 로봇이 움직이게 하는 연구를 제가 맡았었는데 참 재밌게 잘 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재활쪽이라는 분야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비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다 사람 의도쪽도 연구를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감정이라는 것도 그 당시 기술이 있어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 KIST 김문상 박사님이 2003년도인가 프론티어 사업이 시작됐거든요. 그때 저희가 로봇 비전쪽을 할까 아니면 의도쪽을 할까 하다 저희가 의도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이제 사람의 의도를 보여주기 위해 정서적ㆍ 감정적인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페이스 로봇을 지금 기계연구원에 계신분하고 저하고 같이 처음에 시작했어요. 그분은 중간에 이브라는 로봇에 전신같은거를 하였고, 저희는 마스코트 타입으로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쪽으로 했습니다. 지금은 저희 랩의 이원형 박사과정에 있는 친구가 감정을 생산하는 쪽, 즉 센서로부터 받아가지고 어떻게 감정이 만들어지는가 하는 쪽을 하고 있고, 비전쪽은 이제 주위환경을 알게 해서 3차원 맵을 만든다든가 무인자동차가 갈 때 로컬리제이션 하는 기법을 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광주고를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좋은 성적으로 법대나 의대, 경영대가 아닌 전기공학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십니까?

계기가 있습니다. 제 아버님은 교육자셨고 어머님은 간호사셨습니다. 어느 하루는 어머님께서 의사는 하지 말라고 그러세요. 간호사로 계시면서 보니까 의사가 시간이 없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의사가 힘든거구나 그렇게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것도 약간 작용을 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피를 본다는 것 보다는 공학, 수학쪽에 관심이 있어 공대를 갔습니다. 또 그 당시에는 서울대 공대라는 위상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어떤 자부심도 있고, 또 취직이라는 것도 보장되는 곳이고 그래서 선택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버님(광주 보건대학 설립자)이 경영 경제쪽을 하셨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옛날 분 치고는 공부를 좀 하셨어요. 일본에서도 공부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아버님이 항상 실사구시, 실제로 사람이 뭔가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걸 꼭 강조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해서 공대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아버님께서 광주보건대 설립자 겸 학장이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버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아버님은 제가 생각해도 대단하신 분입니다. 아버님이 함평분이십니다. 가난한 양반 집안이었는데 할아버님이 굉장히 엄하셔서 어릴 때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아버님이 초등학교 5,6학년때 광주로 공부하고 싶어가지고 이사를 나왔습니다. 그래서 선교사 집에서 일하시면서 거기 학교를 다니셨습니다. 그 다음에 혼자 또 전주로 가서 신흥학교에서 공부하시고 그 다음에 또 아무것도 없는데 혼자 일본 동지사대학교 가셔서 공부를 하고 오셨습니다. 제 생각에도 아버님이 굉장히 의지가 강하신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회사에 다니시다가 해방이 되어 학교로 가셔서 신흥학교 전주고등학교 계시다가 수피아학교 교장으로 계셨습니다. 그 당시 제가 전주에서 태어났는데 아버님이 광주로 오시면서 저도 같이 왔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때부터는 광주에서 다녔는데 6살까지는 전주에서 살았습니다.

1983년에 박사 학위를 받으셨는데 당시 학위 논문은 어느 분야인지요.

당시 제가 제어쪽을 했기 때문에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법인데, 그 당시 기어가 없이 빠르게 컨트롤 하려면 다이나믹 컨트롤이라는게 필요합니다. 동력학을 기반으로 한 스킴(Scheme)에다가 로봇이 물건을 집어 들면 하중이 달라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것에 적응할 수 있는 기법을 가미한 것입니다. 제목은 어답티브 컨트롤 스트라티지 포 컴퓨터 콘트롤드 매니퓰레이터(Adaptive Control Strategy for Computer Controlled Manipulater) 입니다. ‘컴퓨터로 제어되는 로봇팔에 관한 적응제어기법’이라는 것으로 논문을 썼습니다.

▲ 2012년 ICRA 학술대회 참가 모습(포스텍 정완균 교수, KAIST 권동수 교수, 한양대 서일홍 교수, KIST 오상록 박사, 드렉셀대 폴 오 교수의 모습이 보인다)

일본과 미국에서 모두 연구원이나 객원 교수 생활을 하셨습니다. 일본과 미국 모두 우리보다 로봇선진국인데 두 나라의 강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일본 로봇산업이 강점이라고 느낀게 제가 일본 기계연구원 엠이엘(MEL)의 가츠오 타니에 박사 연구실에 있었을 때입니다. 그 당시에는 로봇을 만들려면 부품 구하는게 많이 힘들때입니다. 한번 주문하면 한두달 이렇게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이나 외국에서 수입해야 되니까 쉽지 않고 좀 큰 것은 조달청을 통해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꽤나 오래 걸리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일본사람들은 아침에 주문하니까 점심때 지금의 택배 같은 형식으로 부품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부품 수급이 쉬운데 어떻게 우리가 앞질러 나갈 수 있을까 하고 느꼈습니다. 그게 일본의 최대 강점이라 생각을 하고 또 한가지 일본은 한국하고 달리 논문박사라는게 있습니다. 논문박사는 연구소에 있으면서 논문을 쓰고 그 과정에서 유명한 대학교수하고 합작을 해서 하나의 토픽을 가지고 5년에서 10년씩 연구합니다. 하나의 토픽만 가지고 하다 보니 전문성이 있습니다. 한국은 불행하게도 프로젝트 베이스로 해가지고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런 점에서 일본사람들이 전문성이 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제가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왔기 때문에 미국의 산업현장은 깊이 있게 모릅니다만 학회 참석이나 다른 이유로 유명한 연구소를 가보면 미국은 프로젝트가 잘 오가나이저(Organizer)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목적도 분명하고, 그걸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대단하고 그래서 그런게 응집력이 더 강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것 같으면서도 자기가 그 일부라는데 자랑스러워하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 것들이 미국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일본하고 미국은 응용분야가 완전히 다른 것 같습니다. 미국은 에너지 국방쪽에 굉장히 역점을 많이 두고 있는 것 같고, 일본은 반면에 소셜(Social)한 그러니까 옛날 아톰부터 시작해서 친숙한 휴머노이드라든가 이런 아주 미래 지향적이라고 할까 그런 쪽에 좀 더 포커스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휴머노이드 다음에는 무슨 에이디드 어시스트 로봇(Aided Assist Robot)이라든가 그런 쪽은 일본이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2008년 IFAC World Congress 국내 준비위원과 함께(서울대 권욱현 교수, 조형석 교수, 고려대 송재복 교수의 모습이 보인다)

2003년 한국로봇공학회 지금의 한국로봇학회 설립부터 부회장, 수석부회장을 하시고 2007년부터 변증남 교수님에 이어 제4대 회장을 맡아 오셨습니다. 회장 재임중 잊지 못할 일이나 업적이 있으시다면 무엇이 기억에 남으시는지요.

얼마전에 한국로봇학회 10년사 책을 발간한다고 해서 자료도 제공하고 그랬는데, 제가 했을 때 세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는 회원수를 확장하여 로봇학회를 빨리 기반위에 올려야겠다 하는 게 하나 있고, 그 다음은 국제저널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했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제 임기때 그것을 마무리 했다는게 하나 있습니다. 우리 로봇학회가 만드는 국제저널인데 지명도가 없으니까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외국 출판사하고 이야기하는 문제도 있었고, 그 다음에 저널 주간(Chief of Editor)을 선정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 어렵게 이석한 교수님과 여준구 박사님 두분을 모셔가지고 시작을 했습니다. 그 다음에 국제학회 스폰서 유치하는 거 관련되어 제가 많이 도움을 주었는데 사업으로 보면 회원 확장, 그 다음에 국제저널을 만들어 학회 위상을 높인 것, 그 다음이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서 컨퍼런스때 스폰서링하는거 이런쪽을 많이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국내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 정책 입안자나 관계자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거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한말씀 부탁 드립니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연구하는 인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상당히 역량있는 분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좀 조심스러운 표현이지만 정치력은 없지만 연구를 잘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정말 연구 잘하고 자기 일 열심히 하시는 분들을 어떻게 잘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연구 프로젝트도 될 수 있고 교육프로그램도 될 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하는 융복합로봇전문연구인력센터라는 것을 5년 전부터 해서 이번에 끝났습니다. 7개 연구 토픽중의 한 꼭지를 저희가 맡았었는데 그때 보면은 다른데도 모두 인력은 상당히 우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무슨 프로젝트 평가 기준이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합니다. 예를들면 논문도 잘 써야하고, 기술이전도 잘해야 하고, 학생들도 많이 배출해야 되고 그러다보니 애로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무슨 프로젝트가 있으면 평가 기준도 확실하게 하고, 그 다음에 토픽에 맞게 처음부터 다양성을 제공 한다던가 해서 평가하면 그분들의 역량이 더 빛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프로그램하던지 센터하든지 평가 기준이 다 똑같습니다. 아마 이것은 로봇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너무 획일적이라는게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평가할 때 너무 획일적이지 않게 프로젝트 특성에 맞게 어느 범위내에서 융통성을 준 다던가 해서 운영의 묘를 가져갔으면 하는게 좀 아쉽습니다.

좌우명이 ‘초심을 잊지 말자’ 라고 들었습니다. 이 좌우명을 가지시게 된 동기나 이유가 있으면 한 말씀 해 주시지요..

사람이 살다보면 달라지고 그러는데 그게 처음에 했던 그 순수한 마음, 이상 이런 것을 잊어버려서 그러는데 초심을 간직하고 계속 해나가야 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게 쉽지는 않은데 저는 주위 환경에 덜 민감한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어서 좀 더 쉬울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 2006년 북경에서 열린 IROS 학술대회 참가 당시 아내와 함께 한 컷~

사모님은 어떻게 만나셨는지요?

선을 본 것은 아니고 대학원 다닐 때 방학때 집에 내려와서 미팅때 만났는데 내 파트너는 아니었는데 인상이 좋았고 해서 기억에 남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광주에서 방위로 군 복무할 때 길에서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그 당시 중학교 무용선생이었는데 버스타고 가는데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보이 길래 차에서 내려 만나서 결혼까지 하게 됐죠. 제가 76년도 4월에 결혼을 했는데 제가 그해 8월에 유학을 갔습니다. 제가 먼저 들어가고 그 다음해 1월에 아내가 미국으로 왔습니다. 미국에서 애 둘 낳고 뒷바라지 했습니다. 아내가 이화여대 무용과 나왔는데 무용을 참 잘했다는데 실제로 저는 무용 하는걸 보지는 못했습니다.

30년 넘게 학생들 가르치시랴, 연구하시랴 아직도 많이 바쁘신 것 같은데 건강은 좋으신지요. 특별히 건강 비결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저희 집안이 원래 장수 집안 입니다. 아버님이 2년 전에 102세에 돌아가셨고, 지금 어머님이 생존해 계신데 거의 100세십니다. 그래서 아마 타고난게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 운동은 별로 하지 않습니다. 대신 답답하면 산책을 하고,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가서 사진 찍는 것 좋아하고, 해외출장가면 틈나면 박물관 간다든가 하는 게 제 취미 생활입니다.

로봇을 전공하고 싶은 후배들을 위해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 드립니다.

학교에서 로봇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을 보면 로봇에 대한 열정적이 대단한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어느 부분에서는 취미 이상의 전문 실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아까 ‘초심을 잃지 말라’ 이런 것처럼 그 열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로봇이 융합학문인 만큼 많은 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전문성을 길러야 될 것 같습니다. 또 생뚱맞은 이야긴데 영어도 잘해야 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일본이나 우리 학생들이 실력은 좋은데 표현력이 부족해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학생들은 실력은 좀 낮지만 표현력이 좋아가지고 높게 평가받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발표능력이 중요한데 영어정도는 좀 신경을 써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워낙 바쁘셔서 책을 자주 읽는지 모르겠는데 일생을 살면서 감명 받은 책이나, 최근에 읽은 책중에서 로봇신문 독자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저는 방학이 되면 예스24 이런데서 책을 여러 권 사서 일단 쌓아 놓고 보는데 주로 역사 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특별히 감명 있었던 책은 어렸을 때 읽었던 그리스 로마신화입니다. 제가 그리스 로마신화는 엄청 많이 읽었습니다. 그 다음에 삼국지도 여러 번 읽었습니다. 어릴때는 그리스 로마신화하고 삼국지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다 알고 그 사람들의 배경 같은 것까지 다 알 정도로 엄청 읽었습니다. 지금은 역사 기행 이런쪽을 읽고 소설은 잘 읽지 않습니다. 제가 최근에 읽은 소설은 조정래씨의 정글만리를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제 정년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혹시 정년을 하시면 무신 일을 하시며 보낼 계획이 있으신지요, 어느 곳에서 취미를 보니 원예와 사진찍기 라고 되어 있던데 출사는 자주 가시는지요?

출사까지는 아닙니다. 저희 어머님께서 꽃을 좋아하셔서 지금도 100세이신데 꽃을 기르십니다. 그래서 꽃 기르고 하는 것은 지금도 집에서 저도 잘 하고 있습니다. 사진 찍는 것은 어릴 때 아버님이 미놀타 카메라를 사주셨는데 그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재미로 찍고, 여행갈 때 지금도 보고 그렇습니다. 은퇴하면 저희 카이스트는 명예교수가 되는데 사무실도 제공해주고 강의도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5년 정도는 그런 혜택이 있으니 저도 그런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지금 저희 학과에서 중국 중경에 있는 대학하고 국제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만약에 이게 잘 추진되면 제가 내년쯤 중국 중경에 가서 그곳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2014 겨울산행(무등산-재학생들과 함께)

30년 넘게 KAIST 게시면서 지금까지 배출하신 제자분은 얼마나 되시는지요?

많습니다. 지금 현재 박사가 37명이고 앞으로도 몇 명 더 졸업을 시켜야 됩니다. 석사는 100명이 넘습니다. 옛날 초창기에는 교수 수가 적었고 학생 수는 많았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버거운 일인데 그때는 의욕이 넘쳐가지고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제자들은 학교에 가 있고 일부만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상이 제가 준비해 온 질문입니다. 혹시 더 보충하고 싶은 이야기나 우리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부탁 드립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제 인생이 드라마틱한게 없어 가지고 미안합니다. 하하하...어려운 환경이겠지만 로봇신문 만들어서 새로운 소식도 알려 주시고 그래서 좋습니다. 이런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규남 기자

[정명진 교수 주요 약력]
1950년 전북 전주 출생
1969년 광주고 졸업
1969 ~ 1973 서울대 공과대 전기공학과 졸업
1973 ~ 1974 서울대 대학원 전기공학
1976 ~ 1977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 전기공학석사
1978 ~ 1983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 제어공학 박사
1976 ~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
1980 ~ 1983 미국 미시간대 CRIM 조교
1983 ~ 1993 한국과학기술원 공학부 전기 및 전자공학과 조교수, 부교수
1985 ~ 일본 동경공업대 객원연구원
1993 ~ 한국과학기술원 공학부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1994 ~ 일본 기계기술연구소 객원연구원
1995 ~ 1996 미국 퍼듀대 방문교수
2002 ~ 2004 한국과학기술원 공학부 전자전산학과장 겸 전기 및 전자공학과 책임교수
2002 ~ 2004 한국과학기술원 BK21 정보기술사업단 단장
2003 ~ 2007 한국로봇공학회 부회장, 수석부회장, 회장
2006 제어자동화시스템공학회 부회장
2008 ~ 현 한국과학기술원 정보과학기술대 전자전산학과 전기 및 전자공학전공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