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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라운호퍼 IPA'의 로봇테스트필드 운영 방식구성용ㆍ픽잇(Pickit) 한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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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8.19  18: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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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성군에 '국가로봇테스트필드'가 들어서게 되었다. 2023년부터 2029년까지 7년에 걸쳐 3천억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으로, 로봇 기업의 연구개발→ 실증 규제 개선 → 테스트베드 → 사업화 지원 등 전 주기 로봇 기업 지원체계 구축이 목적이다.

대구시는 그동안 2010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유치, 2012-2017년 로봇산업클러스터 조성, 2020년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에 이어 이번 '국가로봇테스트필드'까지 유치하게 되면서 진정한 로봇 산업 메카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다. 또한 지금까지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추진한 로봇 산업 인프라를 십분 활용하고 그 모멘텀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축하하고 환영한다.

이번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이 진정으로 우리나라 로봇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많은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기를 바라며, 내가 6년간 경험한 독일의 유사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독일에서 로봇 산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도시는 뮌헨과 슈투트가르트 두 도시이다. 두 도시 모두 자동차 산업이 발전한 지역으로 뮌헨은 BMW의 고향이고 슈투트가르트는 벤츠의 고향이다. 로봇 산업에서 두 도시의 공통적인 특징은 산·학·연 클러스터가 잘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뮌헨은 바로 옆 아우크스부르크에 쿠카(KUKA)라는 세계 3대 로봇회사(산)가 있고, 뮌헨공대(학)가 있으며, DLR연구소(연)가 있다. 슈투트가르트에는 로봇 관련 수 많은 중소기업(산)들이 밀집되어 있고, 슈투트가르트대학(학)이 있으며, 프라운호퍼 IPA연구소(연)가 있다.

필자는 독일에 6년간 머물며 뮌헨과 슈투트가르트 두 도시와 모두 인연이 있다. 뮌헨에서는 3년간 박사과정 연구를 했으며, 슈투트가르트에는 포닥 연구로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자주 출장을 갔었다. 뮌헨은 이미 로봇 기술로는 세계 최고인 쿠카와 DLR이 글로벌한 로봇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반면에, 슈투트가르트는 프라운호퍼 IPA를 중심으로 학계와 연계해 독일의 수많은 중소기업의 로봇 기술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 국가적으로 보면 뮌헨은 글로벌한 연구를, 슈투트가르트는 로컬 기업의 지원을 나눠서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구시는 슈투트가르트를 닮아가면 좋겠다. 특히 이번 '국가로봇테스트필드'는 프라운호퍼 IPA 연구소와 유사한 기능을 담당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램으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프라운호퍼 IPA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인프라 공유 및 운영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교와 캠퍼스를 공유하는 프라운호퍼 IPA 연구소에는 '로봇 아레나'라 불리는 '로봇테스트필드'가 있다. 필자가 2015-2016년에 과제 수행 및 평가를 위해 여러 차례 방문했던 '로봇 아레나'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 프라운호퍼 IPA 연구소 내부(사진: 프라운호퍼 IPA 연구소 홈페이지)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큰 아레나(원형 경기장)처럼 가운데에는 수많은 각종 로봇 시스템이 있고, 이 공간을 크게 둘러싸고 4층으로 된 각종 연구실이 위치한다. 여기에는 프라운호퍼 연구실도 있고, 대학교 연구소도 있고, 입주한 기업도 있고, 창업을 준비하는 공간도 있다.

이 모든 산·학·연 주체들이 한 건물 안에서 각종 인프라를 공유하고 있다. 대학 연구실에서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고가의 각종 로봇과 장비들이 갖추어져 있었고, 입주해 있는 수많은 연구원들이 그 장비들을 사용하며 실제 연구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었다.

이번에 대구시가 추진하는 '로봇테스트필드'의 가장 큰 목적도 인프라를 공유하는 것에 있을 것이다. 고가의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수많은 교수와 연구원들에게 정말 매력적일 것이다. 과제 하나 할 때마다 장비와 인프라를 갖추고 이를 운용하기 위한 인력을 확보하고 교육하는데 큰 비용과 시간이 드는데, 상시 사용할 수 있는 시설과 지원이 있다면 연구과제 수행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장비만 갖추는 것이 아니라 그 장비를 운용하고 관리하고 사용자들에게 교육까지 할 수 있는 테크니션을 상시 갖추는 것이다. '로봇테스트필드'가 자칫 비싼 장비만 사놓고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실제 운용할 수 있는 연구원 또는 테크니션까지 고용하고 운용할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

2. 인력 교류 및 공동연구

프라운호퍼 IPA는 '로봇 아레나' 시설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을 넘어 유럽의 로봇 연구 인력들이 섞일 수 있도록 각종 세미나, 워크숍, 챌린지를 주도한다.

특히 2015~2016년에 필자가 참여했던 '유러피안 로보틱스 챌린지(European Robotics Challenge:EuRoC)' (https://cordis.europa.eu/project/id/608849) 중 첫 번째 챌린지인 '리콘피규러블 인터랙티브 매뉴펙처링 셀(Reconfigurable Interactive Manufacturing Cell)' 과제는 프라운호퍼 IPA에서 주도했다. 챌린지라고 하면 보통 각 팀이 각자 열심히 준비해서 챌린지 당일에 모여서 평가하고 순위 매기고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EuRoC는 우승팀 뽑는 것이 목적이 아닌 '인력 및 기술 교류'가 큰 목적이었다. 프라운호퍼 IPA에서는 과제 문제 기획, 관련 기술 세미나 개최, 챌린지 운영, 챌린지 후 평가ㆍ공유 워크숍 개최, 공동논문 집필까지 주도했다.

나는 그때 알게 되었던 챌린지 참가 연구원들이나 프라운호퍼 연구원들과 지금까지 소식을 주고받을 정도로 단순 챌린지를 넘어서 진짜 인력 교류가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로봇테스트필드'는 어떤 기관에서 관리 운영을 할지는 모르지만 프라운호퍼 IPA처럼 로봇 산·학·연을 아우를 수 있는 전문가 팀이 맡았으면 한다. 산업현장의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연구문제화 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계 교수 및 연구원들을 모아서 워크샵, 세미나, 학회를 개최할 수 있으며, 이벤트성이 아닌 인력을 교류하고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챌린지를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고, 우리나라 연구원들이 경쟁보다는 더 많은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3. 로봇 창업의 메카

2015년 처음 프라운호퍼 IPA를 방문하고 투어를 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수많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냥 의미 없이 (춤추거나) 동작하는 로봇은 하나도 없었고, 각 로봇 시스템 셀마다 해결하려는 문제가 분명했다. 연구원들은 어떤 문제를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떤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했고, 대부분이 창업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 기관의 창업지원 시스템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 공간만큼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확실한 가치를 가져다주고 있었다.

▲ 연구소내에서 스타트업들이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모습 (사진=프라운호퍼 IPA )

현재 우리나라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자금과 공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많이 있다. 하지만 로봇처럼 비싼 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한 산업에 맞는 인프라를 지원하는 곳은 아직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로봇 산업에서 창업이 참 어렵다. 기술적으로 어렵다기보다는 산업의 접근성이 어렵다. 그나마 로봇 기술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져있는 카이스트, 포항공대, 서울대에 진학해서 대학원에서 전공하는 것이 아니면 어디서 그런 로봇을 만져볼 수 있을까?

이번 '로봇테스트필드'는 좋은 아이디어와 능력을 갖춘 더 많은 사람에게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로봇과 시스템을 마음껏 사용해보고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하고 사업할 수 있는 지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슈퍼밴드처럼 서로 다른 팀이 모여서 새로운 팀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공간이 되면 더 좋고 말이다.

4. 지속 가능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공간

한국과 독일 양쪽에서 로봇 연구를 하며 느낀 가장 큰 차이는 '현장 접근성'과 '장비 접근성'이었다. 사실 인력으로 따지면 한국 학생들이 훨씬 더 똑똑하고 열심히 연구한다. 하지만 독일 학생들은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값비싼 산업용 로봇과 센서들을 가지고 그 기반에서 연구를 할 수 있는 반면,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저가의 모터 조립부터 로봇 연구를 시작하다가 운 좋으면 로봇 한 대 만들어 보고 끝난다. 혁신을 위해 그렇게도 하지 말라는 '바퀴 발명하기(Reinventing the wheel)'를 반복하는 것이다.

주위에 보면 젊은 특히 지방대 교수님들의 고충도 비슷한 것 같다. 아무것도 없는 연구실에서 과제 하나씩 하나씩 하면서 돈을 모아서 작은 로봇 하나 사고, 센서 하나 사고, 스스로 사용하는 법 공부해서 학생 가르치고... 학생들 졸업하고 나가면 또 다시 반복하고... 다들 치열하게 각개전투하고 계신 것 같다.

연구든 창업이든 우리나라의 우수한 인력들이 더 효율적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고 혁신을 이루어내려면 더는 각자가 '바퀴 발명하기(reinventing the wheel)'를 하지 않고 이미 알려진 기술은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고 공유하고 그 다음이 무엇인지 토론하고 발굴하고 같이 협력하는 문화와 인프라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번 '로봇테스트필드' 사업이 기획되고 선정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우리나라 로봇 학계와 산업계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과 공간과 인력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내가 경험한 프라운호퍼 IPA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보다 더 좋은 협력 문화와 방식을 주도하는 '로봇테스트필드'가 대구에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구성용 픽잇(Pickit) 한국지사장

* 이 기고문은 필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본지에 재정리해서 보내 온 것 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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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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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철
페북에서 마주한 글을 읽고 내용이 너무 좋아 로봇신문에 투고를 권유했는데, 정말 많은 독자들이 공유할 수 있게 되어 잘됬네요~ 구박사남 앞으로도 좋은 경험의 글을 올려주셔요~
(2021-08-20 00:23:33)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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