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오션(Blue Ocean),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것만 같은 이 푸른색 단어는, 경쟁이 너무나 심해 피투성이가 되어 레드 오션(Red Ocean) 이라 불리는 기존의 경쟁 시장에서 그 시각과 가치를 새롭게 창출해 자신 만의 가치를 높인다는 가치 전략 경영의 핵심 단어이다. 1990년대 후반,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교수와 동료 르네 마보안교수가 함께 저술한 <블루오션 전략>에서 처음 제안된 개념인데, 한 동안, 어쩌면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업가와 기획자들의 생각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듯 하다.

블루오션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저자들이 내걸었던 예시는 캐나다 퀘벡의 한 써커스단. 지금이야 한 써커스니, 일개 써커스니 하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엄청나게 성장해버린 그들이지만 그들도 처음에는 써커스 공연 많기로 유명한 퀘벡의 이십여 써커스단들 중 하나였다. 태양의 써커스(Cirque De Soleil)라 스스로를 칭했던 그들은 기존의 써커스단들이 곡예와 동물 묘기를 경쟁하듯 늘여 나갈 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틀을 잡았다.

한 써커스단이 사자를 들이면 다른 써커스단이 코끼리를 들이고 또 다른 써커스단이 거기 대처하기 위해 호랑이 3마리를 들이는 식의 기존 경쟁. 심지어 같은 수준이면 끼워 넣기, 선물로 공짜 표 나눠 주기 등이 일반화되었던 그들 시장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사자를, 코끼리와 호랑이를 더 이상 사지도 않았으며 입장료 또한 엄격하게 관리해 스스로를 싸구려로 만들지 않는데 집중했다. 기존의 써커스단들을 흉내내지 않으며 그들이 내세운 것은 오로지 스토리텔링이었다.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관심을 가진 이야기를 써커스라는 형식으로 뒤틀어낸 것이었다. 사랑과 철학은 물론이고 스타의 일상과 날씨까지 소재로 삼았으며 심지어 죽음과 장례식조차 써커스로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성공이라는 단어로는 도무지 설명을 할 수 없을만큼의 그 무엇.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으며 써커스의 신기원을 연 사람들로 인기의 폭을 넓혀 나갔다. 한참 인기를 끌 때는 20여개의 투어 팀이 세계를 동시에 돌았으며 하루 저녁 10여개가 펼쳐지는 라스베가스의 대형 공연 중 <O>, <미스티어>, <KA>, <러브> 등 7~8개 이상을 그들의 프로그램으로 채우기도 했다. 태양의 써커스가 없으면 라스베가스의 공연이 멈춘다는 말은 과장이나 은유법이 아니라 냉정한 진단서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말 그대로, 피가 튀기는 기존 경쟁 구조 속 레드 오션에 들어가지 않고 그들만의 블루 오션 속에서 커다란 탑과도 같은 성공을 일구어냈던 것이다.

앞으로 우리를 먹여 살릴 것이라고, 미래 산업이라며 각광받는 로봇 산업. 그러나, 그 로봇 산업도 적절한 수요처를 찾지 못해,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수요처가 지나치게 협소하고 한정되어 많은 애를 먹고 있다. 산업용 로봇은 그나마 수요와 공급의 간극을 좁혀간다고 할 수 있으나 고급 기술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써비스 로봇 시장은 세상의 관심만큼 판매할 곳, 로봇이 쓰여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그나마 한정적으로 등장하는 수요처를 놓고 공급자들이 한데 몰려 들어가 가격 경쟁, 써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말 그대로 레드 오션의 전형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경쟁 구조의 레드 오션, 로봇 수요처 맞은 편에 테마파크가, 말 그대로 한낱 놀이동산이라 폄훼하던 디즈니랜드, 유니버셜스튜디오, 에버랜드 같은 테마파크가 새로우면서도 거대한 로봇 시장, 로봇 사업가 그 누구도 들여다 보지 않았던 블루 오션으로 등장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롤러코스터, 회전목마, 후룸라이드 등 테마파크나 유원지의 전통적인 놀이 기구들은 대부분 달리거나 격하게 위치 이동을 주는 아날로그 운동 에너지가 대부분이다. 거기에 테마와 스토리텔링이 덧입혀지고, 3D 등 영상과 IT 장치가 더해지는 것이 요 십여년 사이 그러한 놀이 기구들의 중요한 추세인데, 요근래 뚜렷하게 부각되는 흐름이 바로 로봇 기술의 직접적 사용이라 하겠다. 아톰이나 울트라맨같은 가상의 캐릭터 로봇을 놀이 기구의 캐릭터로 쓴 것은 꽤 오래 전부터의 일이지만 그런 단순한 캐릭터 머천다이징을 벗어나 실제 로봇 장치를 첨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로봇과 테마파크의 만남이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2010년 6월 처음 등장한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의 유니버셜 스튜디오 계열 테마파크,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쳐에 등장한 놀이 기구 <해리포터의 금지된 여행(Harry Potter and the Forbidden Journey)>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포터를 현실로 옮겨 놓은듯한 이 놀이 기구는 영상과 함께 10여m 크기로 만든 로보틱스 용과 거대 거미 등이 불쑥 불쑥 튀어 나오는 터널 속을 느린 속도의 롤러코스터가 다니는 방식. 그런데, 재미난 것은 그 느린 롤러코스터의 의자가 일반적인 모양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우리가 자동차 공장이나 산업현장에서 볼 수 있는 로봇 암(Robotic arm)이 달려 있으며 그 끝에는 집게발 대신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장치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의자에 앉아 롤러코스터가 움직이는대로, 로봇 암이 휘적이는대로 영상과 캐릭터 로보틱스 용과 거대 거미의 추격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깔깔대고 즐거워한다.

결과는 경이로움 그 이상이였었다. 로봇 어트랙션 <해리포터의 금지된 여행>을 운영한 이후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쳐는 방문객이 급증, 급기야는 전년 대비 30%의 놀라운 매출 신장세를 보여준다. 한 마디로 테마파크 입장에서 로또 복권이 맞은 것이나 다름 없었던 결과였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30% 성장이라는 수치 이상으로 테마파크 업계에 받아들여졌으며 로봇 기술이 년간 3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테마파크 산업의 미래를 짊어질 중요한 축으로 떠 오르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 로봇을 이용한 각종 공연, 공룡과 괴물 등 테마파크에 늘상 필요로 하는 연출물을 제어하게 만든 로봇, 각종 놀이 시설의 진입 구간에서 스토리텔링을 풀어 주는 도구로써의 로봇 등 로봇의 활용도는 상상을 넘어 서는 그 무엇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더 이상 테마파크를, 가끔 로봇을 활용하는 별스러운 곳으로 인식하기에는 그 활용도가 더욱 커져만 갔다.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후 첨단의 로봇 공학자들과 기업들이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스튜디오와 같은 대형 테마파크들과 결합해 나갔으며 그저 공상 속의 일이려니, 현실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정도의 기술력이 현실화되어, 놀이 기구의 모양으로 공연으로 테마파크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저 어린 아이들이 깔깔대고, 놀이기구 타는 곳으로만 알았던 테마파크. 그러나, 이제는 세계 로봇 산업의 미래를 펼치는 멋진 블루오션으로 변신하고 있는 그들. 트랜스포머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로봇과 어울려 멋진 변신을 거듭하는 테마파크의 발전이 새삼 기분좋게 보여진다. ▒ 김혁 ∙ 테마파크 기획자, 테마파크파라다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