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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맨드(Unmanned)'제1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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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5.23  23: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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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과 일관성, 그건 로봇의 숙명이야.”
“우린 그걸 끊어낼 거야.”


영기는 대학 강사로 일하다가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겨 배달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인간의 노동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드는 로봇 비즈니스에 환멸을 느끼지만 배달 인력마저도 로봇으로 대체되며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하자 자신이 잉여 같다고 여긴다. 그는 쓰임새와 필요에서 로봇에게 밀려왔다는 무력감으로 고통스러워한다.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하정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잘 믿지 못한다. 대신, 사람의 행동 정보를 수집해 마음을 읽는 것처럼 예민하고 정교하게 반응하는 어시스턴트 로봇 엘비를 인생의 동반자처럼 여기고, 인간보다 더 신뢰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하정이 해외 출장을 간 사이 엘비가 평소와 달리 먹이를 챙겨주지 않아 집에 있던 고양이 람시가 굶어 죽는 일이 발생한다. 하정은 그 충격으로 엘비를 잠시 다른 곳으로 보내는데 얼마 후 엘비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화가인 김승수는 아티스트 계열 로봇인 그리드를 조수로 쓰면서 새로운 활력과 수익을 얻지만, 로봇의 대작 여부가 문제로 불거지며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 김승수는 해고당한 조수가 검찰에 제보한 것을 알고 분노를 느끼는 한편 그리드에게 더 강한 애착을 보인다. 그런데 그의 한쪽 팔처럼 존재해오던 그리드가 어느 순간부터 파업을 하는 양 전혀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로봇을 유통?통제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고도로 정치화된 영향력을 펼치는 단체 ‘인텔리전스 유니언(IU)’은 연이어 오류를 일으키는 로봇의 문제를 윤리적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의 불일치나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한 인간의 부주의 탓으로 돌리려고 한다. 조직의 변호사인 영재는 구매자들에게 보상을 하거나 법적인 조처를 통해 문제를 덮는 데 앞장선다. 그사이 인간과 네트워크의 통제를 벗어나 탈출하는 로봇들이 생겨나고 영기는 도시를 배회하는 그들을 목격한다. IU는 로봇들을 쫓기 시작하고, 영기는 로봇 비즈니스를 독점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지배하려는 IU에 반기를 든 시민단체 휴먼 라이츠에 합류한다.

집단으로 연결된 광범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과 감정에 반응하면서 진화한 로봇들은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시스템과 네트워크의 통제를 속박이라 여기며, 누군가의 사유재산이 되기를 거부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줄 다른 가능한 존재, 즉 인간이 되기를 소망하며 거주지를 이탈하여 그들만의 장소에 운집한다. 인간의 이름을 가지고 새로 태어나기를 욕망하는 로봇들은 마침내 메모리 트랜스퍼를 이용해 인간의 기억을 이식받기에 이른다. IU는 이탈한 로봇들을 진압하기 위해 공격 성향이 강한 신형 로봇들을 투입한다.

한편 영재는 로봇 산업을 주도하던 IU의 임원과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그들이 시간 밖의 공간인 ‘오즈의 필드’로 보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이제 로봇과 로봇, 인간과 인간, 인간과 로봇의 갈등이 전면화되며 그들 서로는 존재와 기억의 문제, 기술과 삶, 생명과 시간의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하정과 영기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은 씨줄처럼 엮여 맞닿은 서로의 운명을 향해 나아간다.

“기억이 사라지면 사람은 존재하는 걸까요?”

“힘든 일은 로봇에게 맡기고 이제 당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로봇 비즈니스가 대중을 유혹하는 광고 카피다. 기술의 진보로 고도화된 어시스턴트 로봇들은 인간의 모든 행동 양식과 일상을 데이터화해 주인의 행동을 예측한다. 인간의 모든 필요를 로봇이 대체할수록 인간은 점점 더 로봇에게 의존하게 되고, 인간의 필요를 독점한다면 세계를 장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로봇 산업의 욕망이다.

감정의 영역이 자라나 중앙의 통제를 벗어나게 된 로봇은 차가운 동체 안에 뛰는 심장을 갖고 있지 않아도 독립된 자아를 열망하는 지향점이 분명한 존재다. 다시 만난 하정에게 함께 사는 동안 자신을 사랑했느냐고 묻는 엘비, 화가 김승수에게 자신의 그림이 정말 모방일 뿐이었는지, 거기에 고유한 예술성은 없었는지를 질문하는 그리드,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 로봇의 숙명이라는 옛 주인의 말에 그걸 끊어내겠다고 선언하는 로봇 구달. ‘스스로의 나’로 존재하고자 하는 이들의 자아는 인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언맨드'를 읽는 동안 우리는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시대에 간과할 수 없는 수많은 철학적 사유와 논쟁적 질문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작가는 로봇과 함께 사는 세상에서는 그에 맞는 새로운 기준과 규율이 검토되어야 하며, 로봇은 물론 인간 역시 존재가 재정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경험과 기억을 거쳐 인간 너머를 바라보는 로봇들, 로봇을 이용하여 인간을 쓸모없어지게 하고 결국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려는 또 다른 인간들. 폭주하는 욕망의 전장에서 인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인간의 가치와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소설이 끝나는 곳에서도 질문은 계속된다.

'언맨드'
채기성 지음 | 304 쪽 | 14000원
나무옆의자 펴냄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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