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생활을 함께 한 부부는 배우자의 행동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심지어 영장류 동물들도 한 공간에 오래 같이 있다보면 룸메이트나 가족 구성원들이 가까운 미래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예측하는 법을 학습할 수 있다. 이 같은 능력은 사람이나 영장류가 다른 사람 또는 개체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협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일종의 공감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로봇에게는 이같은 공감 능력이 없다. 다른 로봇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뉴욕시 컬럼비아대학 기계공학과 호드 립슨 교수 연구팀은 오로지 '시각적인 관찰'을 통해 다른 로봇의 (행동) 목표를 예측하고 이해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구현했다. 로봇에게 다른 로봇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을 부여한 것이다. 연구팀은 관련 연구 논문을 전문과학 저널인 ‘네이처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위해 3x2피트 크기의 공간에 행동하는 로봇, 관찰하는 로봇, 빨간색의 장애물 상자, 원형의 녹색점(먹이)을 설치했다. ‘행동하는 로봇(actor robot)’은 녹색점을 카메라로 인식하고 녹색점을 향해 이동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간혹 행동하는 로봇은 장애물에 시야가 막혀 녹색점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때 행동하는 로봇은 또 다른 녹색점을 찾아나서거나 전혀 행동을 하지않는다. ‘관찰하는 로봇(observer robot)’은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장애물에 상관없이 전체를 볼 수 있다. 관찰하는 로봇은 오로지 행동하는 로봇의 움직임을 관찰할뿐이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 관찰 로봇은 98%의 정확도로 행동하는 로봇의 목표점과 이동경로를 예측할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주요 저자인 ‘보위엔 천’은 “우리는 이번 실험을 통해 어떻게 로봇이 다른 로봇의 시각에서 세계를 보는지를 시연했다”고 말했다. 관찰 로봇은 파트너 로봇(행동하는 로봇)이 볼 수 있는 것과 볼수 없는 것을 파트너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며 이는 공감능력의 원시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로봇의 이 같은 능력을 ‘로봇의 마음이론(Robot Theory of Mind)’이라고 칭했다. 이는 인지과학자들이 ‘마음이론(ToM)’이라고 부르는 것을 로봇에 적용한 것이다.
ToM에 따르면 아이들은 3세 정도가 되면 다른 사람들이 상이한 목표와 필요성, 관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이런 인지능력을 통해 아이들은 술래잡기와 같은 놀이 행동을 하고, 거짓말과 같은 보다 정교한 조작 행동을 한다. 인지과학자들은 ToM을 인간과 영장류의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는 특징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협동, 경쟁, 공감, 기만 등 적응적이고 복잡한 사회적 교감으로 사람의 행동을 이끈다.
사람은 여기에 언어를 통해 자신이 예측한 것으로 묘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시연한 로봇은 언어보다는 시각적인 형태를 통해 예측한다. 사람도 말을 하지않고 시각적인 이미지로 미래를 에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팀은 로봇의 마음이론이 로봇과 로봇, 로봇과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하지만 마음을 조작하는 등 윤리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