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봇이 실제 물고기 무리속에 섞여 있다(사진=하버드대)

군집을 이루면서 물속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은 먹이를 찾거나 침입자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단 행동을 한다. 무리들의 전체 행동을 조정하는 리더 물고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물고기들은 상호 커뮤니케이션 과정 없이 통일된 움직임을 보인다.

이 같은 물고기들의 집단 행동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과학자들은 물고기들의 이런 집단 행동을 ‘암묵적인 조정(implicit coordination)’ 과정의 산물이라고 보고 있다. 물고기들은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는 않지만 자신과 이웃한 물고기들을 시각적으로 인지한후에 자신의 행동에 관해 구체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웃한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보고 자신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단순한 과정이 결국은 전체 물고기 무리의 집합적인 행동으로 귀결된다.

13일 '테크익스플로어' 보도에 따르면 하버드대 ‘공학 및 응용과학부(SEAS: John A. Paulson School of Engineering and Applied Sciences)’와 비스연구소(Wyss Institute) 연구진은 물고기의 군집 행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외부의 간섭없이도 물고기처럼 자신들의 움직임을 다른 로봇과 동기화할 수 있는 군집 물고기 로봇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를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게재했다.

▲ 블루봇(사진=하버드대)

'블루봇(Blubot)'이라는 이름이 붙은 물고기 로봇들은 다른 블루봇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인지한후에 집합, 분산, 원형 이동 등 집합 행동을 할 수 있다. 연구논문의 주요 저자인 플로리안 베링거 박사과정(연구원)은 “GPS나 와이파이 신호에 접근할 수 없는 수중 환경에선 3차원 시각 기능을 갖춘 물고기 로봇의 집합적 행동이 자율성과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이번 연구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연구팀은 불루봇으로 이뤄진 군집 로봇들을 ‘블루스웜(Blueswarm)’이라고 칭하고 있다. 기존의 군집 로봇들이 2차원 공간에서 활동하는데 반해 블루봇들은 수중이라는 3차원 공간에서 활동한다. 당연히 만만치 않은 도전과제다.

▲ 블루봇의 구성요소

연구팀은 각각의 블루봇에 3개의 푸른빛 LED조명과 2개의 카메라(어안렌즈)를 탑재했다. 블루봇들은 LED 조명을 시각적으로 인지하고 암묵적인 조정 활동에 들어간다. 특정 블루봇은 자신과 이웃한 블루봇의 LED 조명을 어안렌즈로 인식한후에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통해 이웃한 블루봇과의 거리, 위치, 이동 방향을 추론한다.

만일 물고기 로봇들을 한곳에 모이는 집합 행동을 유도할 경우 각각의 블루봇들은 이웃한 블루봇의 LED 조명을 통해 각자의 위치를 계산하고 중앙으로 움직이려는 행동을 한다. 분산 행동을 유도하려면 반대로 하면 된다. 크게 원을 그리면서 움직이게 하려면 자신 앞에 위치한 블루봇의 LED 조명을 뒤따르되, 시계 방향으로 이동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물탱크를 시뮬레이션한 환경에서 블루봇들이 적색 조명을 찾는 미션도 수행했다. 물탱크에 블루봇을 넓게 펼쳐놓고, 특정 블루봇이 적색 조명을 찾으면 자신의 LED 조명을 반짝이도록 했다. 이웃한 블루봇들은 이 물고기 로봇의 LED 조명을 신호로 적생 조명 근처에 모이는 집단 행동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군집 로봇기술을 수중 생태계 모니터링이나 수색 작업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