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카우트호의 항로. 가운데 왼쪽 하늘색선이 지나온 궤적이고 오른쪽 붉은선은 스페인 해안까지 예정된 직선항로이다. 가운데 핑크색 곡선 궤적은 스카우트가180여일 동안 표류한 흔적이다. 왼쪽 상단 나침반과 웨이포인트, 속도는 모두 0으로 표시돼 있다. 아래 숫자들은 미국 해안을 출발한지 222일째 21시간 08분24초가 지났으며 1307.44마일을 운항했다는 표시이다.또 스페인 해안까지는 2109마일이 남았고 총 운항거리는 2595.92마일이었음 보여주고 있다.

500여년전 컬럼버스가 갔던 뱃길을 따라가는 로봇 보트 '스카우트'호가 180여 일째 제 길을 못 찾고 대서양에서 표류 중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길이 4m의 소형 무인로봇 보트(Autonomous Boat) 스카우트호는 옛 컬럼버스 뱃길을 따라 100일 이내에 대서양을 횡단한다는 야심찬 목표아래 지난해 8월 24일 미국 로드아일랜드 뉴포트를 출발하는 '스카우트 트랜스어틀랜틱'(SCOUT Transatlantic)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목적지는 뉴포트로 부터 약 3700마일(5955km) 떨어진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의 치피오나 해변이다. 스카우트호는 36일째인 지난해 9월29일 1000마일(1600km) 지점을 지날 때 까지는 순항하는 듯했다. 이 속도라면 예정된 11월말까지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40여일 째인 10월초부터 예정됐던 항로(동→서)를 이탈하면서 진행 방향이 남쪽으로 꺾였다.

스카우트호가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직선항로로 들어오기까지 150여 일이 걸렸다. 이때가 지난달 초이다. 스카우트는 예정된 직선항로를 찾았지만 30여일 째 동작을 멈추고 대서양에 표류 중이다. 기술적으로는 수면(asleep) 상태이다. 진행한 직선 거리도 1037.44마일에서 멈춰 있다. 그러나 스카우트가 이 기간 동안 실제 운행한 거리는 2595.92마일이나 된다. 1000마일 지점에서 37.44마일을 가기 위해 1288.48마일을 곡선으로 돌아간 셈이다.

앞으로 치피오나 해변까지 남은 거리는 2109마일이나 된다. 이런 상태라면 스카우트가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서양 미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카우트호가 표류하게 된 이유에 대해 우선 동력을 전달해주는 태양열 전지판에 이상이 생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카우트는 가벼운 하이테크 탄소섬유 재질에 태양열 전지판을 상단에 부착하고 있다. 내부에는 아두이노 기반의 온보드 컴퓨터가 탑재돼 있어 GPS 를 통한 원격조종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만약 전지판이나 전지판 제어기에 이상이 생겨 동력을 전달받지 못하면 스카우트는 모든 동작을 멈춘 채 수면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이 가능성은 인터넷(http://gotransat.com)의 실시간 중계창에 표시되는 나침반 방향이나 항로를 지정하는 웨이포인트(waypoint)가 모두 멈춰있는 것(0)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 대서양을 표류중인 무인로봇보트 '스카우트'호

스카우트호가 자신보다 큰 물고기나 바다쓰레기 떼에 떠밀려 다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로젝트팀도 출항에 앞서 만약 스카우트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 같은 가능성이 가능 높을 것으로 예상한바 있다. 스카우트 자체의 기술적 결함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이에 대해 프로젝트팀은 아직 어떤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스카우트 트랜스어틀랜틱 프로젝트는20~24세의 다국적 대학생 7명(미국6명, 스페인1명)이 주도하는 것으로서 스카우트도 이들이 직접 제작했다. 이들의 도전과 모험정신에 공감한 미국의 선박용품공급회사 제임스타운 디스트리뷰터(JD)를 비롯 전세계 독지가 100여명이 후원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