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6년, 변호사에게 유리한 변리사 실무수습안을 담은 변리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반대하는 대한변리사회 시위 장면.(사진=대한변리사회)

특허업무에 대한 직역 문제를 둘러싼 변호사와 변리사 간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허변호사회가 특허 업무를 변호사 직무로 명시하는 방향으로 변호사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변리사회와의 갈등이 또 다시 표면화됐다.

대한변리사회(회장 홍장원)는 최근 성명을 통해 변호사 직무 범위에 특허업무 등을 규정함으로써 직역침탈을 막겠다는 대한특허변호사회(회장 구태언) 주장에 대해 ‘변호사 만능주의’에 빠진 시대착오적 망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허변호사회는 앞서 열린 총회에서 특허 업무, 세무대리, 노무대리 등을 변호사 직무로 명시하는 방향으로 변호사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키로 의결했다.

이에 변리사회는 “변호사법 제3조에 변리사 업무를 기재하자는 특허변호사회의 주장은 개정된 변리사법 제3조 제2호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법률체계는 물론 국회의 입법권한까지 무시하는 태도”라며 “전문성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몰염치한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자동자격 제도를 부활시켜려는 몰염치한 발상”… 대한변리사회

변리사회는 특허변호사회가 변호사 직무 범위에 특허업무를 포함시켜 변호사라면 자동으로 변리사가 될 수있도록 함으로써 과거 ‘변호사 자동자격 제도’를 다시 부활시켜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변리사회는 “변호사 자동자격은 수십년 전 전문가 선발제도가 없던 시절 궁여지책으로 마련되었던 후진적 제도”라며 “최근의 변리사법과 세무사법 개정에서도 국회는 전문성 강화가 시대적 요구임을 이유로 변호사의 자동자격 취득을 폐지했다”고 주장했다.

변리사회는 또한 “현재는 폐지된 변호사의 자동자격 제도 덕분에 한 번도 특허 명세서를 써 본 적이 없는 ‘무늬만 변리사’인 변호사가 수천명에 이른다”라며 “변호사의 자동자격 혜택은 일본 외에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식민 잔재”로 규정했다.

“직역침탈 시도, 바로잡겠다”.. 특허변호사회

특허변호사회는 추상적인 법 규정 때문에 변호사의 직무범위가 제한되고 있어 현행 변호사법 제3조의 직무 규정을 더욱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변호사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함으로써 직무 범위를 둘러싼 직역침탈 시도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변호사법 제3조의 각호를 신설해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 ▲특허청, 특허심판원에 대하여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을 대리하는 행위 및 그 사항에 관한 감정과 그 밖의 사무 수행행위 ▲세무대리 ▲노무대리 ▲등기대리 ▲각 호에 부대되는 업무 등을 변호사의 직무로 구체화한다는 전략이다.

▲ 지난 2016년, 손보인 대한특허변호사회 미래전략특별위원장이 국회 앞에서 변리사에게 공동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입법안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대한특허변호사회)

특히 변리사법과 관련해 “특허변호사는 변호사법이 규정하고 있는 의무 외에 변리사법이 부과하는 의무를 중복적으로 이행해야 했으며 이는 변호사에게 불필요한 부담일 뿐 아니라 국가적 손실과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특허변호사회측 주장이다.

특허변호사회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통해 변호사가 중복으로 부담하고 있는 의무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변호사 직무 범위에 관한 부당한 제한을 없애 직무 범위를 둘러싼 직역침탈 시도를 종식시키겠다”고 주장했다.

특허업무를 둘러싼 오랜 직역 갈등… 변리사 vs. 특허변호사

특허업무에 대한 직역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허변호사들이 변리사 자격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것이 변리사회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이다.

▲ 지난 2015년 변리사회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벌인 ‘변호사의 변리사 자동자격 폐지를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 장면.(사진= 대한변리사회)

실제로 변리사회는 “일본을 제외하고, 변호사라는 이유로 자격 특혜가 인정되는 경우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특허변호사회측은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국가도 변호사가 변리사 일을 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대다수 변호사가 자연과학과 산업재산권 지식을 갖추지 못했고 변리사만 지식재산권 분야 전문성을 담보한다”는 것이 변리사회측 주장인데 반해 특허변호사회는 “기초과학과 공학 등 이공계 출신 학부생이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까지 통과해 기술과 법률 전문성 모두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권 문제도 오랫동안 불씨로 남아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변리사와 변호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권을 골자로 하는 입법안이 발의되자, 특허변호사회가 입법안에 반대하면서 국회 앞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이에 변리사회는 특허변호사회 소속 김승열(1대 회장)·문성식(2대 회장)·손보인 변호사 등을 변리사회원 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에 회부했고, 그 결과 초대 회장인 김 변호사가 제명 처분됐다. 이후 김 변호사는 “제명 처분은 특허변호사회 설립 취지를 곡해하고 징계권을 남용한 것으로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해 “제명 처분은 징계사유 없이 이뤄진 것이어서 부당하다”는 판결을 이끌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