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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의 개발과 철학의 문제박광현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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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17  09: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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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폰을 로봇의 두뇌로 사용하는 스마트 로봇은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정보통신부 시절에 네트워크 로봇이라는 개념이 있었고, 그 중에서 씬 클라이언트 로봇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로봇의 내부에는 최소한의 장치만 넣고 대부분의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는 로봇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원격의 서버에서 운영되는 방식입니다.

최근 얘기되고 있는 클라우드 로봇도 그 뿌리는 네트워크 로봇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네트워크 기술도, 서버 기술도 현재와 같지 않아서 상품화를 위해서는 데스크 탑 PC나 노트북으로 서버를 대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씬 클라이언트 로봇은 하드웨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로봇을 움직이려면 주위에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어 밖으로 가지고 나가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때마침 스마트 폰이 탄생하게 되었고,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적합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때는 2010년 초반이었으니까 국내에서 '갤럭시A'가 출시되기 전의 일입니다.

스마트 로봇에 대한 시스템 구성과 철학은 이 시기에 대부분 만들어졌습니다.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이해를 못했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선구자들에 의해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었고, 현재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스마트 로봇의 탄생은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스마트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스마트 로봇으로 부르는 것은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보다 폭넓은 개념으로 모두 스마트 로봇이라 해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좀더 엄밀하게 따지자면 스마트 기기를 로봇의 내부에 포함하고 있는 내장형은 리눅스나 윈도우 OS를 안드로이드 OS로 바꾼 것이기 때문에 네트워크 로봇 중 리치 클라이언트 로봇이 발전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로봇의 하드웨어가 단순함의 미학을 추구하였듯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였습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다 보면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저렇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항상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주위에서도 이렇게 저렇게 의견을 쏟아내기 때문에 논쟁을 하게 되는데, 급기야 방향을 잃고 나중에는 무엇이 어떻게 되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게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반드시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과정에서 초기에 수립한 철학이 있으면 흔들림 없이 원래의 의도대로 곧장 나갈 수가 있습니다. 스마트 로봇의 전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설계하면서 가장 시간을 들여 고려한 것은 사용자입니다. 크게는 개발자 그룹과 소비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SDK라고 불리는 개발자용 소프트웨어는 다음과 같은 5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 다양한 로봇을 지원해야 한다.
 로봇 전문 지식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 확장이 가능해야 한다.
 빠른 개발이 가능해야 한다.
 배우기 쉬워야 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들일 수도 있는데 이것을 지켜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모두 다 얘기하기엔 지면이 허락하지 않고, 한 가지만 언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개발자들 또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돈이 되고 자신의 이력에 도움이 된다면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라도 공부를 합니다. 게임이나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은 어렵지만 줄을 서서 배웁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쉽게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의 이유입니다. 하지만 로봇 소프트웨어는 아직 크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고 개발자들은 꿈적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억울하지만 아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밖에 없습니다.

마우스 조작으로 쉽게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주얼 프로그래밍 방식도 고려해 볼만 합니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마우스보다 키보드를 더 선호합니다. 마우스로 손을 가지고 가는 것보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 훨씬 속도가 빠르니까요. 뭔가 다른 전략이 필요하였는데, 하드웨어 제품에서 추구한 단순함의 미학과 제품의 라인업에서 소비자를 유혹하는 도입(엔트리) 제품 방식을 소프트웨어에도 적용하였습니다. 3개의 함수만 알면 어떤 로봇이든 움직일 수 있다고 개발자들을 유혹한 것입니다. 물론 3개의 함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업의 대부분은 3개의 함수만 사용해도 가능하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디자이너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자까지 3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반나절 가량 교육하였는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가 접하게 되는 소프트웨어는 또 다른 철학이 필요합니다. 소비자는 개발자와 달리 사소한 버그에도 분노합니다. 소비자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개발자보다 더 싫어합니다. 소비자의 의견(VOC)을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상품일수록 소비자 자신도 무엇이 필요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소비자 의견이 조사자의 잠재적 의도에 따라 왜곡되어 조사되는 경우도 있고, 의견이 분명치 않아 개발에 참고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개발자용 소프트웨어보다 소비자용 소프트웨어가 좀더 확고한 철학이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스마트 로봇에서는 소비자가 접하는 소프트웨어를 아주 익숙한 것부터 출발하도록 하였습니다.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론처, 즉 화면을 좌우로 넘기면서 손가락으로 터치하여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점차적으로 약간씩 변화를 주면서 사용자들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많고 갈 길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단순함의 미학은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되는 것이어서 복잡한 것보다 오히려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단순함은 제품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게 합니다. 복잡한 것은 제품의 본질과 핵심을 잘 모른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소비자용 소프트웨어가 아직까지 복잡하게 느껴지는 것은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B2B 사업의 꽃은 영업이고 B2C 사업의 꽃은 마케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개발자용 소프트웨어는 B2B 사업의 전략을 따라야 하고, 소비자용 소프트웨어는 B2C 사업의 전략을 따라야 합니다. 개발자용 소프트웨어는 SDK를 배포하는 사람과 그것을 사용하는 개발자 간의 관계와 신뢰가 중요합니다. 철학을 공유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여야 하고 개발자들에게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내 일처럼 달려가 도와주어야 합니다. 개발자들이 뭔가 새로운 것을 도입할 때는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참고할만한 문서와 예제가 얼마나 있는지 등을 생각하게 됩니다. 커뮤니티와 입 소문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얼라이언스를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소비자용 소프트웨어는 우수성과 품질이 가장 중요하고 브랜드도 중요합니다. 로봇을 사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라고 해서 하드웨어에 묻어 가려는 생각은 버리고, 소프트웨어 그 자체로도 인지도와 인정을 받는 브랜드가 필요합니다. 마케팅 부서의 도움을 얻는 것도 좋고, 잘 알려진 대기업의 브랜드를 빌려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소프트웨어 자체로도 돈을 벌 수 있을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박광현ㆍ광운대학교 로봇학부 교수

박광현  akaii@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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