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지식재산권 시대이다. 이제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라면 누구나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확보해야 한다. 지식재산권은 회사의 무형적 자산일 뿐만 아니라 타인의 모방을 방지할 최소한의 방어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업가들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했을 때 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 미흡한 실정이다.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 구축에 관한 기술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편집자>

“그물망 같은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면도기 브랜드 ‘질레트’

▲ 이태영 변리사

질레트는 습식 면도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전기 면도기 브랜드인 브라운과 함께 P&G에 속해 있다. 현재에는 달러 쉐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과 같은 온라인 구독 브랜드의 성장으로 시장 점유율이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질레트는 전세계 습식 면도기 시장에서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질레트는 1900년에 첫 면도기 출시 후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혁신적인 제품을 끊임없이 출시하고 있다. 특히, 1998년에 출시된 3중날 면도기 마하3가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질레트는 습식 면도기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으며 그 이후 질레트는 5중날 면도기 퓨전(2010년), 퓨전 프로글라이드(2011년), 퓨전 프로글라이드 플렉스볼(2014년) 및 퓨전 프로쉴드(2016)를 차례로 출시했다.

▲ 질레트 면도기 제품 라인업 출처:질레트 홈페이지

질레트는 자사 제품에 대한 그물망 같은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하3, 퓨전, 퓨전 프로글라이드 등 출시하는 제품마다 한 두개의 특허가 아닌 수십개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경쟁사의 모방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전략을 취한다.

면도기 헤드가 좌우로 회전하는…“플렉스볼(Flexball)” 기술

▲ 질레트 퓨전 프로글라이드(2011년 출시) 제품의 세부 기술

오른쪽 그림은 2011년에 출시한 퓨전 프로글라이드에 적용된 세부 기술들을 나타내고 있다. 질레트는 실제 면도기의 각 구성요소 즉, 핸들, 커넥터, 카트리지, 클립, 면도날 등 거의 모든 구성요소에 대해 하나가 아닌 다수의 특허권 및 디자인권을 확보해 강력한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질레트는 2014년에 퓨전 프로글라이드에 플렉스볼 기술(Flexball Technology)을 부가한 퓨전 프로글라이드 플렉스볼을 출시한다.

아래 그림과 같이 퓨전 프로글라이드 플렉스볼은 플렉스볼 기술을 제외하고는 기존 퓨전 프로글라이드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 퓨전 프로글라이드(2011) vs. 퓨전 프로글라이드 플렉스볼(2014)

질레트는 퓨전 프로글라이드 플렉스볼 제품을 출시하면서 축구선수 박지성을 모델로 하여 다소 우스꽝스러운 광고를 시도한다. 질레트는 제품 출시후 글로벌하게 동일한 컨셉의 광고를 하는데 박지성이 한국에서의 모델로 선정된 것이다. 박지성의 이러한 우스꽝스러운 표정은 남자들이 깔끔한 면도를 하기 위해 면도중에 남자들이 자주하는 피부를 볼록하게 만드는 동작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 퓨전 프로글라이드 플렉스볼 광고 캡처 화면 출처:질레트 유튜브 광고

“플렉스볼(Flexball)”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퓨전 프로글라이드 플렉스볼은 면도기 헤드가 좌우로 회전하는 기술적 특징을 가진다. 질레트는 이런 플렉스볼 기술로 굴곡을 가지는 남자의 피부에 자연스러운 면도 동작으로 깔끔한 면도가 가능함을 강조하고 있다.

본 컬럼에서는 질레트가 “플렉스볼 기술”이 적용된 퓨전 프로글라이드 플렉스볼을 출시하면서 “플렉스볼 기술”에 대하여 어떤 방식으로 IP 포트폴리오를 확보하였는지 살펴본다.

모든 정보의 수집 및 프로세스 구축.. 특허부서 담당자

출시 제품 및 광고 정보를 참고하면, 질레트는 아래 표와 같은 정보를 수집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R&D 부서, 디자인 부서 및 생산 부서 등에서 기술의 명칭, 제품 스펙, 패키지 스펙 및 면도성능 검증장치에 대한 정보가 수집되었을 것이다.

▲ 퓨전 프로글라이드 플렉스볼 관련하여 수집된 모든 정보

특허부서 담당자는 이러한 모든 정보를 모으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동시에 이런 정보가 수집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정보 수집 프로세스를 구축해 누락되는 정보가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어떤 부분이 IP 권리화될 수 있나?.. 1차 검토

정보가 모두 수집되면 수집된 정보 각각에 대하여 어떤 부분들이 IP 권리화될 수 있는지 1차적으로 검토를 수행하여야 한다. 위 수집된 정보를 기초로 ① 기술 명칭 및 제품 스펙, ② 패키지 스펙 및 ③ 면도성능 검증장치 순서로 IP 권리화 항목을 살펴본다.

① 기술 명칭 및 제품 스펙

▲ 기술의 명칭 및 제품 스펙에 대한 IP 권리화 1차 검토

플렉스볼 기술은 면도기 핸들에 대하여 결합된 카트리지가 좌우로 회전(피봇)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기본적으로 “FLEXBALL” 명칭에 대해서는 패키지에 제품 USP 문구로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상표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플렉스볼 기술을 구현하는 핵심 구조에 관련된 핸들, 커넥터(포드/탄성체)의 구조에 대해서는 특허 및 디자인을 확보해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또한, 핵심 구조에서 파생되어 발견되는 파생 기술(회전 인디케이팅 형상, 포드의 형상)에 대해서도 특허 및 디자인 확보 계획 수립이 가능하다.

▲ 패키지 스펙에 대한 IP 권리화 1차 검토

② 패키지 스펙

질레트는 출시되는 제품마다 패키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IP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전략을 취한다. 플렉스볼 제품 패키지는 위 도면과 같이 제품 하단의 종이 재질의 대지와 대지 상부에 결합되는 투명 블리스터로 구성된다. 이는 일반적인 생활용품에 자주 적용되는 패키지 형태이다.

질레트는 패키지 대지 레이아웃 형상, 블리스터 테두리 형상, 블리스터 상당 중앙의 타원형 형상, 블리스터 측면 돌출 형상에 대하여 디자인 특허를 확보할 계획을 수립했다.

③ 면도성능 검증장치

흥미로운 것은 질레트가 R&D 과정에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플렉스볼 기술의 면도성능 검증장치에 대하여 특허 확보 계획을 수립한 부분이다.

▲ 퓨전 프로글라이드 플렉스볼 광고 캡처 화면 출처:질레트 유튜브 광고

일반적으로 이러한 성능 검증 방법 내지 장치는 특허로 보호할 것인지 아니면 영업비밀로 보호할 것인지 전략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질레트가 검증장치를 특허로 보호할 계획을 세운 것은 이 검증장치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