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군 기지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미군의 무인 비행기 반대 시위가 있었다. 오키나와에서 일어나는 보통의 반미 시위에 비해 규모가 조금 작았지만 참여하는 면면은 꽤나 고급 지식인들이 참여하는 그것이었다. 그들이 외치는 내용은 미군이 점진적으로 넓혀 가려는 무인 비행기, 드론의 확장을 염려하며 특히, 오키나와 기지에 집중 배치될 것으로 보이는 리퍼 MQ-9의 도입을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일본 최남단의 섬 오키나와는 미군의 태평양 전략을 총괄하는 배후기지로 미국 본토와의 인적 물적 이동이 많고, 소속된 군인과 군속들이 많다 보니 그들이 일으키는 문제가 한둘이 아닌 곳. 특히, 젊은 군인들이 현지인을 상대로 일으키는 성범죄는 나열하기조차 힘들 정도이며 급기야는 오사카 시장이라는 일본의 최고위급 정치인이 지역 사령관을 만난 자리에서 입에 담기도 힘든 논리로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 배경에, 원래는 독립국가였다가 일본에 합병되었다는 전통적인 영토관을 가진 지역 주민들의 정서가 결합되어 이런 저런 반미 시위가 일상이 되어버린 곳이다.

▲ Drone MQ-9 Reaper

미군의 성범죄, 폭행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그들의 엄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시위는 일상적인 주제가 되었으며, 항공기 이착륙 소음에 대한 보상 요구, 미군에 의한 지역 환경 오염에 대한 경고, 장기적으로 그들의 철수를 주장하는 시위까지 내용은 다양하다.

그런데, 그런 일상적 주제를 살짝 벗어난다 싶은, 일반인들에게 뜬금없다 소리를 들을 법도 싶은 이번 무인 비행기 드론 반대 시위는 로봇을 고민하고, 로봇에 대한 생각을 일상으로 하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 준다고 하겠다.

이번 시위대가 구체적으로 지목해서 반대하는 무인 비행기, 통칭 드론이라 불리는 무기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집요하다고 할 만큼 관심을 가지고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미래형 병기. 말 그대로 사람이 타지 않는 비행기인데, 초기의 단순 정찰 기능을 벗어나 가공할 화력의 폭격기로 성격을 갖춰가고 있으며 유사시 스스로 폭격 여부를 판단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비행기 모양의 로봇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하겠다.

2006년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예멘 등지에서 알카에다, 탈레반 등 미군이 적으로 규정한 테러 조직과의 전쟁에 집중 배치되어 상당 수의 실전까지 치른 이들 무인 비행기는 중소형의 공대지 미사일에서 헬파이어로 불리는 레이저 유도 미사일까지 탑재해 적 기지를 정밀 타격하며 미군 측에 큰 성과를 안겨 주었다. 비행 시간, 탑재 무기 등의 기준에 따라 프레데터 RQ-1/MQ-1, 리퍼 MQ-9 등으로 명명된 이들은 실제 중동 지역에서 수많은 전과를 거두었지만 그 조종은 그 곳으로부터 10만km 이상 떨어진 네바다 공군 기지에서 이루어졌다.

대당 우리 돈 50억원(프레데터)에서 100억원(리퍼) 가량인 이들 무인 비행기는 얼핏 수백억원, 수천억원을 넘는 일반 전투기에 비해 저렴(?)하다는 생각까지 드는데, 단순 폭격 비행 기능만 갖추었다는 생각을 하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들 무인 비행기의 가격에서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설치된 카메라와 인공 지능 컴퓨터의 가격. 무인 비행기 가격의 50% 가량이 그들 장비 가격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20억원, 30억원짜리 카메라와 컴퓨터를 싣고 있는 셈이다.

종교적 이유이든, 자원과 정치적 이유이든 미국과 정치적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동 지역의 무장 세력들. 그들의 상공에 나타난 기이한 형태의 비행 물체. 그리고 거기서 쏟아지는 미사일. 파일럿은 보이지 않는다. 파일럿은 보통의 항공기라면 15시간 이상을 날아아가야 하는 곳에 앉아 무인비행기의 카메라로 그들을 내려다 볼 뿐이다. 말 그대로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 숱하게 치루어 낸, 미군들의 대 알카에다, 대 탈레반 전투의 한장면일 뿐이다. 바로 그러한 기능의 무인 폭격기들이 오키나와의 미군 부대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들의 핵심 사정권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일대.

얼핏 생각하면 최첨단의 기술력, 사람이 다칠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무인 전쟁의 시대가 열렸구나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제 아무리 수십억원짜리 카메라 장비라 하더라도 그 정밀도와 현실감은 오류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마치 고급 비디오 게임을 하듯 10만km나 떨어진 곳에서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는 이들. 더구나, 통신이 두절되는 사이 적의 공격을 받는 등의 위급 상황시 오로지 컴퓨터의 논리적 제어와 판단에 의존해야하는 상황. SF 영화나 소설 속에서 원격 조종하다가 유사시 자체 사고로 전환되어 무자비한 공격을 가하게 되는 거대 로봇과 그 무엇 하나 다르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 Drone control

실제 무인 폭격기 드론들은 2006년 이후 파키스탄에서만 1,000명의 무장 게릴라들을 사살했다고 했는데, 미국의 한 탐사기자회에 의해 그 중 35% 가량이 민간인이었음이 밝혀졌다. 원거리 조종에 의한 현실감 결여와 기계에 의한 기능적 판단으로 인한 오폭이 대다수였던 것이다. 이후, 대 테러 전쟁을 벌인다는 미군의 영토 내 활동을 허락했던 파키스탄 대통령은 그러한 무인 비행기 출격을 강력하게 규탄하였으며 UN 기구에서는 미군의 드론 전쟁이 비열한 전쟁 범죄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무차별한 살상이 이루어지는 무인 폭격기의 사용 중지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쯤이면 로봇 관계자들은 로봇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상상만해오던, 가장 우려하던 상황이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더 나아가 ‘로봇은 사람을 해쳐서는 안되며 사람이 위험에 빠졌을 때 가만히 있어서도 안된다.’, ‘첫째 법칙을 어기지 않는 한 로보트는 사람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첫째와 둘째 법칙을 어기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조차 자국의 승리를 위한 로봇 폭격기의 등장 앞에 헛구호가 되버린 느낌을 받는다 하겠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만의 하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 순간 드론이 서울 상공에 모습을 드러내고 카메라에 의존한 미국 본토의 조종자 혹은 유사시의 컴퓨터가 내리는 폭격 명령... 결과적으로 적이 섬멸되었다고 그들의 보고서가 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민간인 오폭을 생각한다면, 카메라와 건조한 기계적 판단에 의한 폭격이 그리 일어난다면 벌써부터 모골이 송연해지기까지 한다. 문득, 오키나와 미군 기지 앞에 서서 드론, 아니 로봇 폭격기의 도입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구호를 따라하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 김혁 ∙ 테마파크 기획자, 테마파크파라다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