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창궐로 오프라인매장에 로봇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월마트 매장에 사용된 물품을 스캔하는 로봇. (사진=유튜브)

미국 식료품점들이 로봇 도입을 통해 코로나19 창궐에 따른 비대면 거래 증가 추세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CNN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지역 식료품점(식료잡화상)과 대형 체인점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바닥 청소, 선반에 물품 채우기, 식료품 배달 등에 로봇을 배치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로 인해 점주들의 로봇 도입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상점주인들은 매장을 방문하고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쇼핑객이 급증하는 가운데, 매장 작업자들에 대한 압박을 줄이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로봇과 인공지능(AI)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도입이 비용 절감과 매장 운영 개선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소매 및 식료품 컨설팅 회사인 '브릭 미츠 클릭(Brick Meets Click)'의 공동 설립자 빌 비숍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게임(효율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에 이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오늘날의 노동 시장에서는 직원을 늘리기보다 자동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비용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스티븐 키스 플랫 노스웨스턴대 조교수는 “현재의 코로나19 위기는 소매업에서 로봇 도입을 가속화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단기적으로는 작업자와 고객의 (접촉 대면에 의한) 건강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상점에 있는 로봇들이 선반(매대)에 물건을 올리고 음식을 준비토록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료품점주는 로봇을 어떻게 사용할까

워싱턴 D.C.에 있는 브로드 브랜치 마켓은 무게 44파운드(20kg), 6륜 자율주행 로봇에 센서와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이 지역 고객들에게 배송하고 있다. 브로드 브랜치는 점포문을 닫고 코로나19 같은 위기 때에만 배달과 배달주문을 받는 방식으로 영업을 전환하기로 했다. 이 점포의 공동 주인인 트레이시 스태너드는 “우리는 일주일 조금 넘게 그렇게 했고 이는 고객들에게 매우 있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스타십로봇사의 배달용 로봇. 사진=위키피디아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달 보고서에 “코로나19와 관련된 모든 불황은 노동력을 대체하는 자동화의 급증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쓰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자율방식으로 점포 마룻바닥을 닦는 로봇을 공급하는 브레인사(Brain Corp.)는 3월중 식품잡화 매장 로봇 사용량이 1년 전 동기에 비해 13% 증가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 기간중 개방된 채 있는 식품잡화점들은 밤새 청소해 주는 로봇 덕분에 자신들이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 미국 식료잡화점에서 코로나19 창궐이후 로봇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자율방식의 바닥청소 로봇. (사진=애비드 로봇)

미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연말까지 4700여 개 미국내 점포 중 1860여 곳에 브레인사의 자율주행 로봇을 투입한다. 또 연말까지 1000개 매장에 스캔방식의 선반 재고 조사용 로봇들을, 그리고 1700개 매장에 배달트럭에서 내려 오는 박스상자를 자동 스캔하고 이들을 부서별로 분류해 컨베이어 벨트로 보내는 로봇들을 각각 확보할 계획이다.

월마트 대변인은 “위기 동안 월마트는 계속해서 상점에 로봇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스마트 비서들(로봇)’은 직원들이 매장에서 들이는 ‘반복 가능하고 예측 가능하며 수동적인’ 작업에 소비하는 시간을 줄여 주며, 직원들이 매장 쇼핑객 판매와 다른 고객 서비스 역할로 전환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브래드 보골라 심비 로보틱스(Simbe Robotics)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중서부에 있는 몇 개의 슈넉스 마켓(Schnucks Markets) 매장에서는 자율주행 로봇인 ‘탤리(tally)’가 제품 매대를 스캔해 직원들에게 진열제품이 다 팔렸거나 라벨이 잘못 표시됐을 때 이를 알려준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로봇 수요 급증세는 대다수 소매업체들의 재고 수량에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로봇은 어떤 물건이 팔렸는지 실시간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작업자들이 선반에 물건을 다시 채우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작업자 대신 로봇에 물품 선별을 맡기기 위해 통로 비우기

점주들은 또한 고객들로부터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식료품을 매장 통로에서 어떻게 선별할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작업자들이 수작업으로 물건을 고르고, 가방에 넣고 배달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 주문물품을 수작업으로 고르는 작업자들은 매대 사이의 통로를 막아버릴 수 있다.

앨버트슨(Albertsons), 스톱 앤 샵(Stop & Shop)과 그 밖의 다른 식료품점들은 배달과 픽업을 전담하는 주문물량 선별 및 배달전용의 자동화된 소규모 ‘마이크로 주문배송 센터’를 자신들의 점포 뒤켠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앨버트슨은 자사의 두 개 매장에서 고객 주문에 대비하기 위해 로봇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주문된 상품을 골라내는 과정을 가속화시킨다고 한다.

◆사업에는 좋고, 노동자에게는 나쁜 소식이다.

이런 미니창고를 만든 기업 중 하나인 테이크오프 테크놀로지스(Takeoff Technologies)는 코로나19 이후 두 자릿수의 주문 증가세를 보였다.

호세 아게레버 테이크오프테크놀로지스 CEO는 “로봇은 집배 주문을 이행할 때 대부분의 작업자가 다리를 움직여 이동하는 작업을 처리하는데, 이는 식료품과의 접촉이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사회적 거리를 두는 데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유형의 자동화로 저임금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에는 1500만 명이 넘는 소매업 종사자들이 있으며 이 가운데 계산원, 점원같은 숙련도가 낮은 직업들은 이 업계의 발전된 기술 도입에 취약한 직업들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유통업계는 “마진 압박으로 자동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됐다”고 말한다. 또 “자동화는 불균형적으로 소매업을 파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보고서는 “자동화는 특히 경제 충격의 여파를 겪는 안좋은 시점에 기업 수익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사람에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질 때 폭발적으로 발생한다”고 분석·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