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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로봇, '실기(失機)'는 없다장길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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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21  15: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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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로봇 시장은 최근 몇년사이 로봇산업계에서 가장 ‘핫(hot)’한 분야다. 전자상거래, 소매유통, 제3자 물류(3PL), 제조산업 등을 중심으로 물류로봇의 확산세가 매우 빠르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시기가 임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초는 아마존의 키바 시스템즈(Kiva Systems) 인수가 제공했다. 아마존은 이 스타트업을 지난 2012년 7억 75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품에 안았다. 이후 키바는 아마존 로보틱스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아마존의 물류센터에 들어가는 물류로봇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굳이 따진다면 키바 시스템즈의 초기 고객은 아마존이 아니라 경쟁 사업자인 월마트였다. 월마트는 키바 시스템즈로부터 1000대 이상의 로봇을 주문해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마존이 키바를 전격 인수하면서 물류로봇 업계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아마존 로보틱스는 아마존에만 물류로봇을 독점적으로 공급한다. 굳이 아마존 이외의 시장을 쳐다볼 필요가 없다. 아마존 주문 물량만 소화해도 대세에 지장이 없다. 역사에 가정법이 존재하지 않는다지만 만일 월마트가 키바를 가져갔다면 유통업계와 로봇업계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별로 상상이 안된다.

키바 시스템즈의 ‘창의성’은 3명의 공동 창업자가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The National Inventors Hall of Fame:NIHF)’에 헌액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토마스 에디슨,니콜라 테슬라, 스티브 잡스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다. 2019년말 현재 582명의 인물이 미국 최고의 발명가라는 명예를 얻었다. 미국이 기술적인 패권을 행사하는데 초석을 다졌던 인물들이다.

키바 시스템즈의 공동 창업자는 어쩌다 이런 명예를 얻게 되었을까. 키바 시스템즈는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사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키바의 혁신가들은 물류창고내 작업자가 고객 주문 상품을 선반에서 꺼내 포장 작업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선반 자체를 통째로 포장 작업대로 가져오는 방식을 창안했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많은 로봇 기업들이 키바의 물류 로봇 기술을 모방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키바는 로봇산업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후 물류 로봇 분야에서 키바의 기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했으며, 벤처 투자자들과 글로벌 기업들의 뭉치 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다른 테크놀로지 분야가 그렇듯이 물류 로봇산업 역시 미국 스타트업들 중심으로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이런 와중에 중국과 인도에 기반을 두고 있는 2개의 물류로봇 스타트업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만큼 이들 기업의 행보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중국 ‘긱플러스(Geek+·极智嘉科技)’는 불과 5년도 안돼 글로벌 물류 로봇 전문 기업으로 도약했다. ‘중국 제조 2025’ 등 중국 정부의 지원을 남부럽지 않게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긱플러스는 2018년 하반기 진행한 시리즈 B 펀딩에서 1억5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이렇게 투자받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중국 위주에서 벗어나 일본, 홍콩, 영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초 나이키재팬의 새로운 물류센터에 물류 로봇을 대량 공급하는 큰 성과도 거뒀다. 긱플러스는 얼마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사무소를 오픈하고 북미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긱플러스의 글로벌 행보가 돋보인다.

지난 2011년 설립된 인도계 물류 로봇 스타트업인 ‘그레이 오렌지(Grey Orange)’도 물류로봇 분야의 신성(新星)으로 인식되고 있다. 몇년 전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창업 이후 지금까지 네차례 펀딩을 받았다. 작년 9월의 시리즈C 펀딩에서 무려 1억4000만 달러를 투자받는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그레이 오렌지의 기업 가치는 4~5억 달러로 평가됐다. 그레이 오렌지 역시 긱플러스와 마찬가지로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도,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 활발한 영업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와 보스턴에 미국 본부와 R&D 부문을 설립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점에서 긱플러스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긱플러스와 그레이 오렌지의 펀딩 대박과 글로벌 시장 진출은 우리 로봇 산업계에 부러움의 대상이다. 또 다른 측면에선 우리 로봇 기업에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물류 로봇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업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자금력에서도 심한 열세다. 물류로봇 시장은 ‘퍼펙트 스톰’이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다. 앞다퉈 이 시장에 스타트업들이 진출하려는 이유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근거를 두고 있는 물류 로봇 스타트업들을 비롯해 긱플러스, 그레이 오렌지와 같은 기업과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물류로봇 전문기업이 우리나라에도 빨리 나와줘야 한다. 이미 글로벌 시장 경쟁은 시작됐다. 우리 기업이 ‘실기(失機)하지 말아야 할텐데’ 하는 걱정이 기우가 아니기를 바란다. 장길수ㆍ편집국장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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