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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정책, 이렇게 하는거야!”서현진 본지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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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09  23: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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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화기구(ISO)는 엊그제 생활지원로봇에 관한 안전규격을 국제표준(ISO 13482)으로 채택했다. 이 표준은 일본정부가 제안했다. 일본은 치밀하고도 집요했다. 일본 기업들은 이 표준을 앞세워 세계 생활지원로봇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ISO 13482'가 채택되기까지의 과정은 한편의 잘 짜여진 각본을 보듯 하다.

ISO가 이번에 채택한 표준은 통째로 일본 것이다. 일본이 작성한 초안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ISO 차원에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생활지원로봇 분야의 안전규격이라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생활지원 로봇의 개념과 기술범위, 안전인증 항목과 인증 방법 등이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로봇기업들이 생활지원로봇 시장에 참여하려면 이제 이 규격을 따라야 한다.

로봇안전 규격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로봇시장의 활성화가 더디 진행돼온 배경을 알면 생각이 달라진다. 생활지원로봇은 앞으로 산업용 로봇 다음으로 시장 활성화가 기대되는 분야이다. 간호,복지,가사,보안,안심 관련 로봇이 이 범주에 해당한다. 이 분야에 가장 먼저 눈을 뜬 게 일본 기업들이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 역시 그동안 안전규격이 정비돼 있지 않아 판매에 애를 먹고 있었다.

알다시피 오늘날 일본의 딜레마는 노령화이다. 노령화는 필연적으로 복지비용 증가와 일손 부족이라는 사회 경제적 문제를 야기한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를 생활지원로봇으로 풀고 싶어했다. 여기에 로봇개발을 통한 신산업 창출 효과까지 더해지면 일거삼득(一擧三得)이다. 2009년부터 경제산업성이 전면에서 끌고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가 총대를 멨다. NEDO는 산학연관의 기술과 지식을 결집하는 독립 외청이다.

NEDO는 즉각 '생활지원 로봇 실용화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일거삼득이 가능한 대상을 찾아 나섰다. 사람이 조종하는 이동작업 로봇, 자율 주행 이동작업로봇,
신체 착용 로봇(수트), 탑승로봇 등 4개 분야가 꼽혔다.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업,연구소,인증 기관 등이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됐다. 이바라키현 츠쿠바는 개발거점으로 지정됐다. 생활지원로봇 안전성 검증센터가 그곳에 들어섰다. 이렇게 해서 생활지원로봇 실용화 기술과 인증 항목, 시험방법에 관한 표준 초안이 만들어졌다. 무려 5년이 걸렸다.

이 초안을 무조건 국제표준으로 밀어 부친다는 목표는 한치의 흔들림 없이 진행됐다. 기업들이 로봇시대의 도래를 의심치 않으면서도 상용화를 관망하는 것은 규격 미비 때문이다. 애써 상용화한 기술이 표준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인지상정이다. 그런 기업들을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이 거기에 있었다.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런 일본정부의 계산은 ISO의 표준채택으로 맞아 떨어졌다.

NEDO가 지난 6일 ISO의 표준발행 소식을 공표하자, 일본 기업들은 환호작약했다. 자국을 넘어 세계 시장이 눈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일본 매체들도 세계 생활지원 로봇 시장 질서를 일본기업들이 주도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쯤 되면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별로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새로 추진할 3,4,5차 프로젝트가 더 궁금해진다.

이런 일을 예상했을까, 일본정부는 엊그제 생활지원로봇과 별도로 또 다른 로봇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로봇기반 개호서비스 중점분야' 확대 운용 방안이 그것이다. 대상만 생활지원로봇에서 개호로봇으로 바뀌었을 뿐 목표와 내용은 완전 판박이다. 안전성검증센터의 시설과 경험도 츠쿠바의 것을 그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기업-연구소-인증기관과의 호흡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일본정부의 정책 기획력과 추진력이 부러워질 따름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귀에는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 하다. "바보야! 로봇정책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서현진 편집고문

서현진 기자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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