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가 조사한 주요 20개 로봇기업의 최근 3년간 매출 추이(단위:억원,%)

국내 로봇 업계가 2012년을 기점으로 침체 국면을 탈피, 지난해부터 다시 성장세에 돌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대비 매출 성장률도 평균 10%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8일 본지가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주요 20여 로봇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들의 매출 합계는 2012년 대비 10.6%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대상 20 개 기업 가운데 전년 보다 매출이 낮아진 곳은 2개사에 불과 했다. 조사대상에는 제외됐지만 국내 로봇 매출 순위 1, 2위를 다투어 온 현대중공업과 삼성테크윈도 지난해 각각 6000억원, 5500억원 정도를 기록, 전년도 실적은 상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야별로는 산업용 로봇 및 부품의 경우 2012년 대비 5.4%가 증가했지만 증가율에는 기업마다 다소 편차를 보였다. 반면 서비스 로봇 분야는 전반적으로 증가하며 전년 대비 28.4%나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은 고영테크놀러지, 나온테크, 동부로봇, DRB파텍, 로보스타, 마이크로인피니티, 미래컴퍼니, 삼익THK, SMEC, LS메카피온, 케이엔알시스템, 티이에스(이상 산업용 및 부품 분야), 로보티즈, 마미로봇, 모뉴엘, 유진로봇, 이디, 이산솔루션, 퍼스텍, 한울로보틱스(이상 서비스 분야) 등이다.

산업용 및 부품 분야, 2012년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다
2012년 혹독한 한해를 보냈던 산업용 로봇 및 부품 분야는 지난해부터 국면 반등에 성공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반도체 생산 공장에 대한 설비 투자를 시작으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 업체들의 중국 현지 설비투자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수출도 크게 증가했다. 이와 관련,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로보스타와 동부로봇의 경우 상반기중 이미 전년도 매출에 육박하는 실적을 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엔화가치 하락으로 일본 기업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성장을 이끈 또 다른 요인으로는 연구 개발(R&D)에 대한 투자 강화이다. LS메카피온의 경우 200명의 직원 중 70명이 연구 인력이고, 2012년 매출하락과 영업 적자를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R&D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다. 이는 원가하락, 가격경쟁력 악화 등 악재를 극복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이를 통해 LS메카피온은 전년 대비 20.8% 증가한 320억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중국 법인 실적을 포함할 경우에는 매출 규모가 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기술 투자가 다소 미흡했던 삼익THK는 상대적으로 낮은 7.4%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원화 강세에 따라 가격 경쟁력에서도 취약성을 드러냈다. 삼익은 직교로봇용 부품인 LM가이드만으로 매출의 3분의 2를 채웠다.

미래 먹거리로서 수술 로봇에 투자해온 미래컴퍼니와 고영테크놀러지는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고영테크놀러지는 3차원 정밀측정·검사 장비의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미래컴퍼니는 전방산업 침체라는 외부 요인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대표이사 교체라는 어수선한 분위기로 3년 연속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DRB파텍과 케이엔알시스템은 각각 전년 대비 13.5%, 23.9% 상승한 420억원, 192억원을 기록했다. DRB파텍은 산업용 로봇에서 90%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나 최근 관심을 모은 소방로봇 부문은 5%에 불과했다.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온 케이엔알시스템은 대부분의 매출을 시험장비 부문에서 기록했다. 순수 로봇 분야 매출은 30억원 수준이다.

이밖에 나온테크는 전년 대비 52.4%하락한 50억원을 기록하며 조사대상 가운데 가장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회사측은 지난해 예정됐던 대규모 납품계획이 올해로 연기된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로봇 분야는 청소로봇이 주도
주력 아이템이 청소로봇인 마미로봇, 유진로봇, 한울로보틱스 등 3사는 최근 몇년동안 계속된 청소로봇 시장 확대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도 각각 19.7%, 8.8%, 282.2%라는 높은 성장율을 이어갔다. 특히 청소로봇 매출이 70% 이상인 한울로보틱스의 경우 전액을 수출로 일궜다. 청소로봇만 공급하는 마미로봇은 국내에서만 100억원 정도의 실적을 올리며 중저가 시장을 이끌었다. 후발주자인 모뉴엘 역시 청소로봇 부문에서만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금액은 모뉴엘 전체 매출의 1%정도이다.

청소로봇 업체의 승승장구가 관련 부품 업체로 까지는 이어지진 못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한울로보틱스 등에 청소로봇용 항법센서의 90%를 공급하는 마이크로 인피니티의 매출성장률은 전년 대비 1.7%에 그쳤다.

로보티즈는 교육용과 부품에서 성과를 올리며 2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매출 비중은 교육용과 부품이 각각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디는 3분기까지 실적이 80억원에 불과했지만 4분기 들어 1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모두 200억원을 기록했다.

국방 로봇 분야에서 퍼스텍은 삼성테크윈의 감시시스템과 관련한 부품, 원격무장과 관련한 부품 공급을 통해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국방분야 로봇은 방위사업청의 국방로봇사업팀 신설과 같은 호재가 이어지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로봇업계는 대체적으로 지난해 어려운 여건속에도 성장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이런 모습은 올들어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김병균 LS메카피온 대표는 "국내 로봇계는 지난해 어려운 경제 여건 상황 속에서도 꾸준한 연구 개발 투자를 통해 성장을 일궈냈다"며, "아직까지 매출이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더해진다면 올해는 큰 도약을 이루어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