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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글존' 혹은 세대교체서현진 본사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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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26  22: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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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계 밖의 사람들이 로봇계 안으로 들어서면 세 번 실망한다고 한다. 로봇이 프로그래밍한 대로만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렸을 때의 실망이 그 첫 번째이다. 실제 사람들은 영화에서처럼 로봇이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적잖게 당황한다. 공식석상에서 로봇이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을 위해 연구원들이 몇 날 며칠을 세워 프로그램을 짰다는 사실은 차라리 충격이었으리라.

두 번째 찾아오는 실망은 로봇산업 규모가 생각보다 작다는 사실을 깨닫을 때이다. 2013년 기준으로 보면 세계 로봇시장은 130억 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비교기준이 없어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 한 곳의 매출이 2100억 달러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부터 실망감은 몇 배로 커지고 만다.

세 번째 실망은 로봇산업의 역사가 불과 50년 안팎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이다. 물론 이것 저것 따지면 고대중국이나 로마시대부터 로봇이 있었고 가깝게는 100여 년 전 체코의 어떤 소설가가 어쩌고저쩌고 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산업으로서의 로봇 역사는 매니퓰레이터(로봇손)연구가 시작된 1960년대 초반이 그 출발점이다. 역사가 짧다는 것은 산업기반도 그만큼 취약하다는 의미이다.

세 번의 실망은 결과적으로 로봇산업이 아직은 보잘것 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보잘것 없음 속에 반전이 숨어 있다. 바로 '애글존'의 존재이다. 애글존(Aglezon)은 애플(Apple), 구글(Google), 아마존(Amazon)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로봇계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지난해부터 언론매체에 보도된 대로이다. 애글존의 등장은 보잘 것 없어 보이던 로봇계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나아가 로봇계에 세대 교체 움직임까지 몰아왔다.

지금까지 50여 년 동안 세계 로봇산업은 1세대와 2세대가 이끌어왔다. 1세대는 로봇이 산업현장에 들어오기 시작한 1970~80년대에 자리를 잡은 빅4가 대표한다. 독일의 쿠카와 스위스의 ABB, 그리고 일본의 파낙과 야스카와가 그 주인공들이다. 빅4 중심의 1세대는 아직도 세계 로봇산업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건재하다. 1세대는 산업화 시대와 함께 성장했다. 일본이 로봇 강국으로 부상한 배경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1990년대 중 후반 전문서비스로봇 시장을 일으킨 게 2세대이다. 1세대가 사전에 정의된 작업을 오차 없이 수행하는데 집중했다면, 2세대는 로봇에 일정한 지능을 부여해서 주변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인튜이티브서지컬, 아이로봇,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미국기업들이 대표주자이다. 이들 기업은 연간 매출이 1억 달러를 넘은 곳이 2~3곳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은 산업적 기반이 취약하다, 그러나 2세대는 로봇의 궁극적인 목표가 사람을 위한 서비스에 있음을 확실하게 일깨워주었다.

이런 세대 구분에 더하여 등장한 3세대 선두주자가 바로 애글존이다. 애글존의 접근 방법은 1,2세대와 또 다르다. 자동차, 물류, 군수와 같은 기존 산업 군 속에서 로봇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이들의 존재감이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평가가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애글존의 움직임이 결과적으로는 2세대의 범주에 머물고 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애글존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 로봇계에 엄청난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애플,구글,아마
▲ 애플,구글, 아마존 로고를 합성한 '애글존' 심볼
존 3사가 뛰어드는데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뱅크 같은 IT기업들이 가만 있겠는가. 또 이들 거대 기업이 각축을 벌인다면 앞으로 로봇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애글존의 등장은 이들의 출신배경부터 새로운 시대 메시지가 읽혀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1세대나 2세대가 로봇으로 ‘자수성가’했다면 애글존은 로봇계 밖에서 경험을 가진 기업들이다. 1,2세대가 로봇을 앞세워 외부 세계를 품으려 했다면 애글존 세대는 반대로 외부 세계로부터 로봇을 취하려는 형국이다. 이런 접근방식은 이들이 추구하는 로봇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역할로 우리 앞에 다가설지 모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애글존의 등장은 로봇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역사적인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일지도 모른다. 서현진 본지 편집고문

서현진 기자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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