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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결정 이후장길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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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9  16: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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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차 새로운 국정동력 확보를 위해 개각을 단행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적극 대응하고, 국내 기업의 기술개발 및 R&D 정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 전문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발탁했다.

작년 산업통상자원부와 올해 4월 중소벤처기업부에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까지 장관이 교체되면서 국내 산업진흥과 R&D를 총괄하는 정부 부처들이 모두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워낙 위중한 시기라 장관직을 수행해야하는 인사들의 어깨가 무겁다.

청와대와 산업진흥 및 R&D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국정의 콘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되어야만 한일간 무역 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국민과 산업계가 새로운 사령탑에 거는 기대감이 큰 이유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결정 이후 정부는 대응 정책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미 긴급 대응책이 나왔고, 향후 사태의 진전에 따라 새로운 정책들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과의 무역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를 확실하게 틀어쥘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다각도로 모색되어야한다. 그러기위해선 관료 집단과 전문가 그룹의 지혜와 경륜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국정 콘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해 줘야한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이후 우리는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한국경제의 놀라운 성장과 기술적인 성취에도 불구하고 기초과학과 원천 기술은 우리의 취약한 고리이자 한국경제의 중차대한 도전 과제라는 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문제는 일본이 오랜 산업화 시대를 거쳐 축적한 기초과학과 원천 기술을 짧은 시간에 극복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놓고 관료들과 정치인, 그리고 산업계 인사간에 일정 부분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현실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 드러난 시각차를 좁히는 것도 정부의 당면 과제 중 하나다.

우리 과학기술이 튼튼한 반석 위에 올라서기 위해선 긴 호흡으로 과학기술의 미래를 내다보고 원천기술의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당장 큰 위기에 몰린 국내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 못지않게 국가 백년지대계 차원에서 기초기술과 원천기술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촉구하고,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강화하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한다. 그러려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은 예산과 시간이 많이 투입되지만 성과는 매우 더디다. 실패에 따른 부담도 크다. 오랜 시간과 예산을 투입해야만 성과물이 나오는 기초기술과 원천 기술개발에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국민들이 인내하고 기다려주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단기적인 성과에만 매몰되기 쉬운 국내 연구 개발 토양에선 매우 도전적인 과제다. 게다가 사회복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기초과학과 원천 기술에 예산을 대대적으로 투입한다는 게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지구상에 존재하는한 기초과학과 원천 기술에 대한 투자는 꼭 필요하고, 확대되어야 한다. 구태의연하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 과거 산업화 시대의 케치프레이즈였던 '과학입국'의 정신을 되새겨보자.

국내 로봇산업으로 얘기를 좁혀보면 로봇산업 역시 핵심부품의 일본 의존도가 높다. 주요 제조업에 들어가는 산업용 로봇은 압도적으로 일본산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산 로봇 부품업체인 SBB테크 김포공장을 방문해 대일 의존도가 높은 핵심부품 및 소재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결정 이후 국내 산업계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로봇용 하모닉 드라이브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SBB테크를 대통령이 방문한 것은 국내 로봇산업계에 반가운 소식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4차 산업 육성 정책에서 로봇산업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홍보하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로봇 분야 원천 기술과 핵심 부품 개발에 대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기대한다. 로봇산업계가 공감하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들이 발굴돼 로봇산업이 우리나라 4차산업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로봇산업 육성 정책이 빨리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정부 부처가 지금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현재 산업부는 로봇산업을 총괄하는 담당 과장과 로봇PD 교체를 앞두고 있다. 최근 몇년동안 산업부 기계로봇과장이 도대체 몇번이나 바뀌었는지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정책의 일관성과 깊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게다가 산업부 기계로봇과는 우리나라 기계산업과 로봇 산업을 총괄한다. 기계산업만 챙기는 것도 힘에 부칠텐데 이제 막 도약을 준비중인 로봇산업까지 챙겨야 한다. 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야하는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도 원래 일정대로라면 진작에 나왔어야 했다. 이 같은 문제들이 꼭 로봇 산업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제아무리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이 바뀌고 국정 콘트롤 타워가 면모를 일신한다고해도 관료조직이 제대로 굴러가주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정부 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지못하는 것은 어쩌면 특정 부서나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나 대한민국 관료제의 문제일수도 있다. 극일을 위해 요구되는 원천기술과 기초과학의 육성도 결국은 시스템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이번 개각이 일본과의 경제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장길수ㆍ편집국장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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