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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영일 UNIST 석좌교수원로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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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09  15: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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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신문은 새해를 맞아 신년 시리즈 기획으로 '원로에게 듣는다'를 마련했습니다. 이 기획물은 우리 로봇계가 당면한 현실에 대한 진단과 나아갈 방향을 로봇계 어른들을 통해 직접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또한 지나온 삶의 이야기를 통해 젊은 로봇인들에게 꿈과 지혜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두번째 순서로 염영일(72) 포스텍 명예교수 겸 유니스트 석좌교수 편입니다. 염영일 교수는 유타주립대를 졸업하고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대학원에서 기계역학을 전공한 뒤 아이오와대와 매릴랜드대 교수를 거쳐 1987년부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포스텍에 재직하는 동안 포스코의 제철소자동화를 비롯 포항지능로봇연구소 창립을 주도했고, 제어로봇시스템학회 회장과 로봇융합포럼 초대의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지금은 숙성시간, 조만간 큰일 낼 것"

[ 대담=서현진 본지 편집고문 ]
2011년부터 유니스트 석좌교수로 재직중인데
포항공과대(포스텍) 마치고 훌훌 털고 울산을 갔어요. 나야 뭐 사실 은퇴한 거지요. 그런데 울산과학기술대학교(유니스트)가 신설학교니까 새로운 기분으로 간 거에요. 거기 석좌교수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신설학교이다 보니까 행정적으로 총장 부총장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석좌교수가 분야마다 연구와 행정을 겸해요.

지난 6월 학생들과 유니콥터라는 쿼드로터를 개발했습니다. 아마존이 쿼드롭터를 이용해서 택배서비스를 한다고 해서 그 활용성에 관심이 높은데요.
쿼드로터 개발은 얼마 전만해도 리서치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취미수준으로 보편화됐어요. 실용화단계가 됐다는 거죠. 어느 자료를 봤더니 이게 학문적으로도 괜찮고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모터를 최소한으로 사용해서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게 그겁니다. 일반 비행체들은 활주로를 통해서 비상하는데 쿼드로터는 그 자리에서 뜨고 내리고 하잖아요. 또 일반 비행체들은 지상에서는 움직이지 못하는데 굴러갈 수도 있어요. 재미있잖아요. 사실은 나도 쿼드롭터를 배우면서 개발했어요. 또 모터 같은 부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옛날부터 로봇 개발이 그렇게 쉬웠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우리 시절에는 뭐 직접 깎고 다듬고 그랬어요. 그렇게 해서 그걸 몇 대 제작했는데 대학캠퍼스를 공중촬영도 했어요. 시애틀 경찰당국은 쿼드로터를 이용해서 산으로 도망간 범인도 추적한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프라이버시에요. 남의 집 지붕이나 정원을 날아다니니까요. 그런 문제 때문에서 미국에서는 지역에 따라 쓰는데도 있고 안 쓰는데도 있는데 쿼드로터 활용은 이런 법적인 문제가 선결돼야 할 것 같아요.

국내 첫 로봇경진대회를 창설

상용화도 염두에 두고 계세요?

미국의 싱귤래러티대학에서 로봇 하는 친구들이 미국을 쿼드로터 내지는 무인 비행체로 연결하는 비즈니스를 구상한다고 들었어요. 인터넷으로 네트워킹하듯이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도미노피자를 배달할 도미노봇을 만들었고요. 우리도 일단 성공적으로 출발은 했습니다. 그런데 상용화까지는 자금이 많이 들어가고 할 일이 많아요. 내가 소장으로 있었던 포항지능로봇연구소(PIRO)에서도 여러 가지를 했어요. 그 가운데 이제 막 산업화 되고 있는 수중청소로봇과 윈도로 라는 유리창 청소로봇이 있어요. 이런 것들은 앞으로 몇 세대를 거쳐가면서 상당히 산업적으로 유용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거기까지 가려면 자금이 많이 들어가요.
▲ 유니콥터를 개발한 유니스트 기계신소재공학부 학생들과 함께.

2007년 포항지능로봇연구소 소장으로 계실 때 로봇그랜드챌린지라는 초대형 경진대회를 주최했는데 결국 3년 동안 우승자를 내지 못했어요.
사실 그보다 앞서 1999년에 포항공대에서 국내 첫 로봇경진대회인 한국지능로봇경진대회를 창설했어요. 그럴 수 있었던 것 중 하나가 경상북도에서 믿고 지원해준 것이 컸어요. 금상 1000만원, 은상 500만원 등 해서 총상금 7000만원, 1999년도 상황에서는 대단한 거죠. 사실 그때는 경진대회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전반적인 로봇환경도 일본한테 한참 뒤졌었고요. 그래서 경진대회를 만들기는 했는데 누가 뭘 가지고 나올 것인가를 두고 걱정부터 앞섰어요. 지금과 비교해보면 장려상감도 안되는 게 대상을 받은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게 바로 발전과정입니다. 처음에는 연구소의 연구원들까지 출전했어요. 때마침 미 국방부 방위종합연구계획국(DARPA)가 사막을 질주하는 어반 챌린지라는 것도 하고요. 그래서 포스코 측에 이만저만 해서 우리도 한단계 뛰어넘는 경진대회를 해보자고 했어요. 또 그때는 21c프론티어 사업 가운데 하나로 추진하는 지능로봇사업단 활동이 활발했었는데, 그런 사업들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준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취지로 포스코에 1억원을 요청했는데, 상금만 1억이죠! 흔쾌히 지원해준 겁니다. 첫해에는 KBS가 특집을 만들고 야단법석이었어요. 당시 코엑스에 무대를 꾸몄어요. 로봇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3층에 올라가서 특정 방을 찾아요. 그리고 그 방의 문을 열면 비슷한 사람들이 앉아 있어요.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는 일반 사무실을 재현한 거죠. 이때 로봇은 얼굴 인식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찾아요. 그런 다음 그 사람이 주는 물건을 받아가지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미션입니다. 그런데 결국은 어느 팀도 성공을 못했어요.

당시 가진 기술수준이라면 그런 정도의 미션수행은 가능할 거라고 예상했나요?.
그렇죠. 얼굴인식 다 되고 내비게이션 다되고 엘리베이터 인식도 문제 없었잖아요. 연구상황과 실제상황이 다르다는 게 바로 그런 겁니다. 적어도 한 팀 이상은 통과할 것으로 보고 다만 시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봤어요. 그런데 모두 실패했어요. 첫해는 그렇게 지나갔고 이듬해에는 전년도 상금까지 포함해서 상금이 두 배인 2억 원이 됐는데 역시 성공한 팀이 없었어요. 3년 차에는 상금을 3배로 올려 3억 원을 내걸었는데도 마찬가지였어요. 조금 실망스러웠지요. 1~2년의 보완기간이 주어졌고. 또 그 기간에 여러 가지 정부과제를 하는 팀들도 있었는데, 아무튼 포스코와 약속한 3년이 지나서 결국은 접게 됐습니다.

"개별기술은 강한데 융합은 약해요"

로봇그랜드챌린지가 다시 시작되면 미션 수행할 수 있을까요. 이미 3-4년 시간이 지났는데...
당연히 성공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나는 실패한 이유를 참가 팀의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로 봐요. 많은 예산이 투입된 21c 프론티어사업을 두고도 누군가는 결과가 없다고 혹독하게 비판하던데, 그건 아니라고 봐요. 그 사업은 한 팀이 아니라 여러 팀이 연구한 결과를 모아야 성과물이 나올 수 있어요. 우리 로봇계는 그런 게 좀 약하잖아요. 로봇은 결국 융합의 결과에요. 각개 기술은 우수하지만 그걸 하나의 목적아래 엮어내는 것은 약한 거죠. 로봇그랜드챌린지 미션도 그런 일들이 강했다면 이미 그 당시 성공할 수 있었을 거라고 봐요.
▲ 포항지능로봇연구소 소장 시절

그런 점에서 보자면 요즘 융합을 유도해 세계 로봇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DARPA의 역할이 돋보입니다.
맞습니다. 로봇 개발은 한 개인이 해서 될 일이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서 달나라 가는 로켓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 한 개인에게 그 일을 맡기면 절대로 안돼요. 미국의 연구 풍토는 개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적어요. 일단 국립과학재단을 통해 연구자금을 지원해요. 그들은 거기서 2%만 건져도 잘 했다고 평가를 해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수준이 못돼요. 로봇 분야는 융합이 핵심이기 때문에 더욱 힘들어요. 미국의 로봇분야는 DARPA가 그걸 해요. 게다가 미국의 과학기술 연구의 정점은 국방입니다. 미소간 냉전이 극한을 치닫던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 위성을 쏘아 올렸을 때 미국이 발칵 뒤집혔어요. 그게 뭔가 하면 오늘날 북한이 인공위성 쏘아 올린 것 하고 같아요. 인공위성 대신 핵탄두를 달면 그게 핵폭탄입니다. 우리는 아직 그런 기술이 부족하잖아요. 당시 소련에 대해 미국이 그랬어요. 그때 젊은 대통령 케네디가 60년대가 가기 전에 미국이 달나라에 제일 먼저 도달해야 한다는 아폴로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렇게 미국은 국방이라는 차원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을 몰아갔어요. 당시 나는 대학원 유학시절이었는데 어느 날 교수님이 강당에 모이라고 해요. 갔더니 암스트롱이 착륙선에서 내리는 그 유명한 장면을 보여줘요. 그 장면이 그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없더라고요.

오늘날 상용화된 많은 과학기술들이 아폴로 계획에서 비롯된 거지요?
거의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운송체인 자동차의 경우는 아폴로계획 이전에도 있었지만요. 달착륙선의 모습을 화상으로 지구에 전달하는 과정 자체가 IT잖아요. 다만 그게 국방이라는 개념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연구결과를 일반인에게 공개를 안 했을 뿐입니다. 내가 학위논문을 쓰던 1970년대 중반만 해도 컴퓨터프로그래밍을 펀치카드로 해결하던 시절이었어요. 카드 몇 천장에 구멍을 내 밤새 컴퓨터에 걸어놓으면 답이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시스템으로 달나라를 갔느냐? 절대 아니지요. 로켓이 발사되면 영원히 날아가는 게 아니라 발사 3분만에 타서 없어져요. 이게 로켓의 무게와 연료 등에 관계되는 문제에요. 로켓을 제어할 컴퓨터도 최대한 작게 만들 수 밖에 없어요. 그게 바로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입니다. 아폴로 계획으로 남겨진 연구 부산물들이 줄잡아 40만 건이라고 해요. 나중에 그것들이 디클래시파이(declassify)돼서 IBM,인텔,휴렛팩커드 같은 기업에 넘겨져 오늘날과 같은 IT세상이 만들어진 거죠. 스티브 잡스도 대학중퇴하고 휴렛팩커드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배워 애플을 창업한 겁니다. 미국에서는 그렇게 우주개발에서 국방이 나오고 국방기술의 부산물들이 산업의 기초가 되는 사이클이 제대로 작동이 돼왔어요.

"우리도 로봇 정책을 국방부문에서 관장하면 좋을 것"

로봇융합포럼 초대 의장도 하셨는데 우리나라의 로봇정책을 평가한다면.
무슨 위원장, 의장 이런 것 해보니까 정부에서 원하는 것이 캐치플레이즈 수준이에요. 2018년까지 세계 3대 로봇 강국이 된다, 2020년까지 1가정 1로봇을 실현한다, 수출은 또 얼마로 한다… 그런데 그 캐치플레이즈가 나중에 비전이 돼버려요! 물론 정책 하는 사람에게도 고충은 있겠지요. 기획재정부에 가서 예산 따오려면 그럴 수 밖에 없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게 인쇄돼서 정책으로 발표되면 로봇 하는 사람들한테는 부담이 되는 거에요. 그렇지만은 꼭 그렇게 해서 볼 것만은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정책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한 단계 올라간 겁니다. 그전에는 좋다 나쁘다고 말할 만한 정책 자체가 없었어요. 과거에는 로봇 담당하는 부서 자체가 없었고요. 이명박 정부시절 지식경제부에 로봇팀이 생겨나서 로봇정책이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로봇법(지능형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제정되고 로봇산업진흥원도 만들어 냈잖아요. 로봇융합포럼을 조직한 것도 그런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아이디였고요.
▲ 2010년 로봇인의 밤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는 염영일 교수.

로봇융합포럼은 민간 싱크탱크 개념으로 출범한 게 아니었나요?
그랬지요. 그런데 사실 거기서 뭘 해야 될지 모호했어요. 임기 끝날 때쯤 되니까는 윤곽이 만들어지고 볼륨이 나왔어요. 그런데 포럼의장이 진짜 일을 하려면 어떤 권한을 가져야겠지요. 포럼 또한 주위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큰 일을 하려면 풀 타임으로 운영해야겠지요. 내가 자꾸미국 사례를 제시하는 게 그런 차원이에요. 미국에서는 그런 일을 국가가 직접 해요. 기회 있을 때마다 하는 얘기가 하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로봇을 미국처럼 국방부문에서 관장하면 어떻겠느냐는 겁니다. 그럴 기관으로는 국방과학연구소(ADD)도 있어요. 그래서 거기서 이것 해보고 저것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군대의 특징이란 게 실용화거든요. 아무리 이론이 좋아도 필드에서 써먹지 못하면 안되잖아요. 로켓 발사만 하더라도 민간한테 맡기기 보다는 국가가 나서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거든요.

정부의 연간 R&D 예산이 600억~700억 원인데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로봇 프로젝트는 시작하면 일단 2~3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실용성이 담보될 때까지는 더 걸려요. 그런데 거기까지 가는 동안 연구기관과 실용화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존재가 없거나 부족해요. 연구도 대학이 중심이 되고 있어요. 중소기업으로 가면 인재가 별로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대학의 연구결과가 산학으로 연결이 돼야 하는데 공과나 이과 모두 논문에 치중하다 보니까 실용성이 좀 떨어지죠. 그게 문제라고 봐요.

진짜 로봇 원하는 산업체, 논문만 쓰는 대학 "언밸런스"

논문쓰기 위한 R&D는 필요 없다?
아마 우리 로봇 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어느 정도는 공감할 겁니다. 논문쓰기 위한 R&D는 하등 도움이 안 돼요. R&D를 통해 산학이 잘 협조하는 모습도 필요한데 갈수록 그게 잘 안돼요. 산업체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 산업 자체의 요구를 충족시킨 다음 대학의 요구까지 충족시키면서 같이 논문을 쓴다면 또 모르지요. 어쨌거나 실제적인 로봇을 원하는 산업체와 논문을 많이 쓰는 대학이 언밸런스인 것은 사실입니다.

로봇분야에서도 큰 기업들이 나오면 좋을 텐데요.
큰 기업들이 먼저 나서주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스스로 해야지요. 반도체도 우리가 뒤졌다고 생각 했는데 당시 후발기업인 삼성 같은 데서 뚝심을 갖고 하니까 됐잖아요. 옛날 애플도 그랬어요. 애플이 등장하기 전에는 컴퓨터가 매일 새로운 이름이 나와요. 타이맥스니 싱클레어니 하면서요. 그런데 애플이 평정을 해요. 그때 그런 과정을 가만히 지켜본 회사가 IBM입니다. 그 큰 IBM이 그때까지는 일언반구도 없다가 나중에 PC 시장이 될 성 싶으니 IBM PC라는 것을 내놓잖아요. 선발주자들이 하는 시행 착오를 지켜보고 있는 게 큰 기업들의 특성입니다.
▲ 포항지능로봇연구소 건설 현장(2006년) 왼쪽부터 박찬모 포스텍 총장, 김관용 경북지사, 류경열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영영일 소장(모두 당시 직함)

삼성과 엘지도 지금 로봇업계가 하는 일들은 지켜보고 있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 어떤 제품 하나를 잘 만들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언젠가 유진로봇이 청소로봇(아이클레보)을 발표했는데, 며칠 뒤 다른 회사에서 청소로봇을 발표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알고 보니 기능은 대강 비슷한데 가격은 거의 반값이에요. 중국산 짝퉁이 나온 겁니다. 한 기업이 조그만 기술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어요. 로봇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같은 기술들이 다 필요하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곳이 해야죠. 그렇다고 꼭 대기업이 해야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합쳐 힘을 키우던지, 애플처럼 조그만 중소기업이 크게 자라든지요.

어떤 기고문을 보니 인력양성, 특히 대학원 중심의 교육도 강조했습니다.
기계공학 전공 교수 입장에서 볼 때 제자들이 학교에서 배워 자동차회사 같은 곳을 들어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어요. 실무는 입사해서 좀더 배우면 되니까요. 그런데 로봇 분야는 그게 아닙니다. 그래서 특별한 인력양성 프로그램이 있어야 되겠다 싶어 오래 전에서부터 대학원중심 교육을 주장해왔어요. 한양대와 부산대 등이 정부지원을 받아 로봇특성화대학원을 운영하는 것이 좋은 사례지요.

"인력난은 고급인력이 중소기업 기피하기 때문"

기본적으로 로봇업계는 인력난이 심각합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로봇분야 인력이 적은 것은 아닙니다. 고급인력으로 치면 대학 교수들도 많아요. 그런데 정작 로봇을 상품화하는 분야 인력들은 적어요. 아니 거의 없어요. 그런데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중소기업엔 안 간단 말이에요. 모두 연구소나 대학으로 빠져요. 가장 손이 필요로 하는, 일선에 있는 산업체들이 고통스러운 이유에요. 나도 대학원생 몇 명으로 포항지능로봇연구소를 운영하다가 막상 로봇을 만들려고 하니까, 요소요소에 사람이 필요해요. 그때 포프라는 안내서비스로봇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엘리베이터 타고 내방에 까지 찾아올 수 있게 한 것인데 그것만으로 안되잖아요. 외관을 멋있게 설계하는 디자이너도 필요하고 또 로봇에 바퀴 달아 움직이게 하려면 그쪽 전문인력도 필요해요. 하여튼 팀이 하나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게 하루 이틀에 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인건비의 문제에요. 포프 프로젝트는 결국 비디오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어요.
▲ 포스텍 교수 정년퇴임식 및 명예교수 추대식(2007년)

업계가 어려운데 그래도 잘하는 기업들은 있지 않나요?
결국은 시장 아닙니까. 상품을 아이들에게 파는 것이라면 몰라도 장난감처럼 만들면 곤란해요. 세계 시장으로 나가려면 검증된 로봇을 만들어야 해요. 그런데 그런 수준을 가진 기업들이 흔치 않아요. 다행히도 이제 우리나라에도 그런 기업들의 모습이 조금씩은 보이고 있는 것 같아 고무적입니다. 유진로봇과 로보티즈 같은 기업들이 눈에 띱니다. 로보티즈와 데니스 홍교수의 협력관계도 알게 모르게 성과라고 봐요. 데니스 홍교수가 길을 열어주고 실제 일은 로보티즈가 하고 그러잖아요.

우리 로봇산업이 최근 3년 동안 성장 없이 횡보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나는 그런 질문을 받으면 숙성기간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뭐든지 숙성기간이 필요한데 우리는 기다려줄 생각은 않고 자꾸 기대치만 올려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로봇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게 2004년 21c프론티어사업 부터라고 봅니다. 이제 10년이 지나가는 시점이거든요. 패션 변하는걸 보면 10년은 굉장히 긴 세월인데, 우리가 해보지 않은 과학기술을 숙성시키는데 10년은 그렇게 긴게 아니거든요. 자동차만 해도 70년대까지는 엔진 고장이 무지 많았어요. 미국 기준으로 자동차산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4~50년 지난 시점인데도요. 자동차도 처음에는 말 타는 것 보다 좀 낫기를 바라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자동차에 적응을 하잖아요. 로봇도 그런 기간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우리는 이제 갓 10년 지났는데 로봇에게 우리 생활에 들어와 우리를 도우란 얘기잖아요. 지금 단계에서는 로봇이 그것밖에 할 수 없는데 자꾸만 이것까지 하라는 격입니다. 우리가 로봇수준에 맞춰나가야 하는데 그런 개념이 조금 부족해요. 산업용 로봇이 그나마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로봇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로봇에 부족한 부분은 거기에 사람이 적응해서 메워가잖아요. 산업현장도 그렇게 바뀌고 있고요. 서비스로봇도 이제는 사람과 로봇이 공존 하면서 서로 배워 나가야 되지 않나,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기계공학에 의공학 접목한 1세대

어떤 계기로 로봇계에 입문하시게 됐나요?
로봇이라는 개념이 하루 아침에 완성된 게 아닙니다. 내가 유학하던 시절만 해도 로봇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어요. 지금 로봇 개론에 보면 처음 한두 챕터에 로봇역사와 함께 기구학이라는 게 나와요. 움직이는 기계장치는 모두 기구학의 응용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기구학을 하면 로봇을 보는 눈이 생겨요. 내가 기구학으로 학위를 받았어요. 학위를 받고 바로 의과대학에 가서 실험실을 차리고 의공학을 했어요. 기구학을 사람에게 적용하고 싶었어요. 로봇이 움직이거나 사람이 볼을 던지는 거나 운동은 똑 같아요. 두 팔 달린 로봇이 용접을 하다가도 그 팔이 하체로 내려가면 다리가 되잖아요. 그래서 휴머노이드 로봇 하는 사람들은 이런 로봇을 전부 매니퓰레이터 또는 네 개의 매니퓰레이터가 있는 형태로 봐요. 그게 하나의 계기가 됐어요. 그전에 대학원 때 우연히 사람이 볼을 던진다던가 찬다던가 하는 모션이 기계에는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때까지 기계는 땅을 파는 포크레인처럼 팔이 다 연결이 된 폐회로식이었지요. 그런데 사람은 움직일 때 폐회로와 개회로를 반복해요. 걸을 때도 처음에 개회로가 됐다가 두발로 내딛는 동안에 다시 폐회로가 되는데 이게 반복되면 걸음이에요. 내딛을 때는 에너지가 전혀 필요 없어요. 옛날에는 그런 게 학문적으로 정의되지 않았어요. 그런걸 착안해서 시작한 게 로봇 손 연구입니다. 로봇 손이라는 게 로봇 다섯 개가 조화롭게 움직이는 거에요. 그 로봇 손 제어 연구를 내가 했어요. 만약 그때 로봇을 들여다 보지 못했더라면 나는 학교 보다는 어느 기업에 갔었겠지요. 내가 기계공학을 의학에 접목시키는 첫 세대입니다.
▲ 2010년 어느날 포스텍 기계공학과 1기생들과 그의 가족들이 염영일교수를 찾았다. 박성진 교수(포스텍교),강관형 교수(포스텍) 박철우 교수(경북대)등의 얼굴이 보인다.

포스텍 창립멤버인데요
로봇손에 대한 학문적 성과를 이룩한 뒤 1987년 포스텍의 부름을 받고 귀국을 했어요. 당시 모기업 포스코에서 관심을 가졌던 것은 제철소 자동화였습니다. 포스코에서는 그때 모든 작업을 사람중심으로 했는데, 그러다 보니 안전문제가 이슈가 됐어요. 우선 포스텍에 가서 기계공학과를 창설했어요. 그때서부터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로봇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포스코가 거의 무한대로 지원을 했죠. 학자로서는 상당히 행운이었던 그곳에서는 이른바 산학연 삼위일체 환경이 갖추어져 있었다는 점입니다. 포스코와 포스텍 그리고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은 말 그대로 한 식구입니다. 연구원에 가서는 연구하고 학교에 오면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랬어요. 어떤 때는 하루에 모자를 한 두 번씩 바꿔 쓰기도 했어요. 그때 개발했던 것이 1500도 펄펄 끓는 용탕의 온도를 재는 로봇이에요. 제철소에서는 온도 1~2도 차이로 강판 성능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람이 10분마다 용탕의 온도를 재요. 힘도 들겠지만 얼마나 번거로웠겠어요. 안전문제도 그렇고. 내 눈에는 방열복을 입고 하는 그런 과정들이 그 시대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것부터 로봇으로 해결했습니다. 자동화가 로봇이잖아요.

"이제 우리도 자신감 충만"

포항지능로봇연구소 설립도 주도하셨는데요.
우리나라 공과대학들이 요즘 상당히 심각해요. 교수 임용심사에서 논문 수를 세요. 그것도 유명한 저널에 실린 것을 위주로요. 물론 그럴 수도 있어요. 예컨대 생명과학 같은 이론 분야라면 네이처나 사이언스 알아주잖아요. 근데 공학에서는 그게 안 맞아요. 로봇 분야에서도 대학원생이나 교수들 평가가 모두 논문중심입니다. 학위를 받으려면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해서 국제적으로 인증을 받으면 돼요. 간단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실기가 약하게 돼버렸죠. 그래서 자꾸 이론 쪽으로 흘러요. 로봇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하잖아요. 모터 달아서 컴퓨터로 움직이게 하면 되는데, 그게 바로 수학이 들어가는 제어죠. 논문이 많이 나올 수 있지요. 그런데 포항공대 시절 난 승진이란 게 필요 없는 입장이었으니 학생들하고 여러 가지 로봇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때마침 노무현 정부시절 과학기술부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 사업을 공모했습니다. ‘지자체 연구소육성사업’이라고요. 그 자금으로 처음 기초를 닦은 게 포항지능로봇연구소(PIRO)입니다. 내가 초대 소장을 5년간 했고 포항공대 교수가 후임 소장을 했는데 그 뒤 2012년 이명박 정부시절 국가기관인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으로 개편됐지요.

새해인데 로봇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어떤 일을 잘했다 못했다 하는 것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를 수가 있어요. 아까도 얘기 했지만 우리가 로봇을 실질적으로 한 것은 이제 10년 밖에 안됐어요. 1987년부터 우리나라 로봇계에 발을 담그면서 지켜봐 왔는데요. 그 가운데서도 2004년 이후 10년 동안 로봇이 무지하게 발전을 했어요. 이 기간 동안 조직이 짜여 지고 정책이라는 것도 시작했어요. 또 정부 돈이 1조원쯤 투자돼 매출이 2조2000억 원까지 올랐잖아요. 그래서 나는 이 시기를 숙성 기간이라고 보는 겁니다. 숙성할 때는 뚜껑 열어서 맛도 보고 그러잖아요. 로봇계 안팍으로 로봇에 대한 부담감이나 거부감도 별로 없어요. 우리 스스로 자신감이 생긴 겁니다. 나는 그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봐요. 이 숙성단계에서 단계만 더 올라가면 아주 좋아질 거에요. 왜 그 우리나라 국민성 있잖아요. 조만간 무슨 큰 일을 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염영일 교수 주요 이력]
1942년 서울 출생
1968년 유타주립대 기계공학과 졸업
1970년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대학원 기계공학 석사
1973년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대학원 기계역학 석사
1976년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대학원 기계역학 박사
1978~1987년 미국 캐토릭대 기계공학과 교수 및 생체공학부 주임교수
1982~1987년 미국 국방부 의과대 겸직교수
1983~1987년 미국 메릴랜드대 의과대 겸직교수
1987~2007년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
1994년 포스텍 부총장
2003년 제어로봇시스템학회 회장
2004년 포항지능로봇연구소 소장
2007년 포스텍 명예교수(현재)
2009년 로봇융합포럼 의장
2011년 유니스트 석좌교수(현재)

서현진 기자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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