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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르네상스'의 시작점장길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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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5  17: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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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로봇산업계에 '제조업'이 화두다. 지난달 정부가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선포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조 로봇 보급에 발벗고 나섰다.

‘제조업’이 화두로 떠오른 배경을 살펴보려면 먼저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살펴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지난달 19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안산시 스마트제조혁신센터에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을 갖고 2030년까지 세계 4대 제조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스마트화·친환경화·융복합화로 산업구조 혁신을 가속화하고, 신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인 숫자도 제시했다. 산업구조를 혁신해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현재 25%에서 선진국 수준인 30%로 끌어올리고, 제조업 생산액 가운데 신산업과 신품목 비중을 16%에서 3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세계 일류 기업을 지금보다 2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로봇 및 인공지능 산업 관련 내용도 포함되었다. 연내 AI 국가전략을 수립해 2030년까지 인공지능 팩토리를 2000개 구축해 산업지능화를 본격 추진하고 ‘(가칭) 제조업 혁신 특별법’을 제정해 제조업 전반에 걸쳐 AI기반 산업 지능화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빅데이터 플랫폼, 인공지능 허브, 5G 네트워크 등 DNA(데이터,네트워크,AI) 인프라를 집중 구축해 신산업 육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시스템반도체, 미래자동차, 바이오 등 3대 핵심 신산업을 제2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아래 신산업 규제혁신 로드맵을 마련하고 로봇, 전기 수소차, 바이오 등 10대 분야를 중심으로 국제 표준 300종 개발 프로젝트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또한 제조업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소재, 부품, 장비산업 육성을 위해선 ‘소재 부품 특별법’을 전면 개정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100대 핵심 소재 부품 장비 기술 개발에 매년 1조원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에는 이밖에도 많은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이같은 정부의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에 맞춰 로봇산업계에 요즘 ‘제조 로봇’이라는 말이 화두로 떠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까지 제조 로봇 설치대수를 2018년 32만대에서 70만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제조 로봇을 집중적으로 도입할 분야로는 자동차, 전기/전자, 뿌리, 기계, 식음료, 섬유 등 6대 산업 분야를 꼽았다.

제조 로봇에 관한 표준 모델을 만들어 선도보급(실증사업) 사업을 추진해 총 1080개 업체를 대상으로 7560대의 로봇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중소ㆍ중견기업의 로봇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저금리 로봇도입 자금지원 사업도 펼친다. 이 같은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한국로봇산업진흥원내에 제조로봇혁신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겠다는게 산업부의 복안이다.

이처럼 정부가 제조업 르네상스를 부르짖고 나서면서 ‘제조업‘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새삼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에게 과연 제조업은 무엇일까. 최근 선진국의 흐름을 보면 다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웃 일본은 다른 선진국보다 제조업의 강점이 두드러지는 국가다. 1990년대 초반 마키노 노보루 전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소장은 `제조업은 영원하다`라는 저서에서 국가의 제조업 비중이 20% 이하로 떨어지면 국력이 쇠퇴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통찰이 검증된 주장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일본은 오랫동안 제조업과 기초 소재 산업을 집중 육성해왔다.

일본의 첨단 기술력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부러움의 대상이자 좀처럼 풀리지 않는 숙제이기도 했다. 최근 감정적으로 격앙된 한일 관계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원천 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핵심 원천 기술을 무기로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일본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하루 빨리 부품 소재 산업의 기술력을 높이는 것이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고속 성장을 구가했던 중국은 ‘제조 2025’ 정책으로 제조업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왔지만 미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덜미가 잡혀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제조업 굴기라는 중국 정부의 대원칙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미국은 제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떨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이후 외국으로 나갔던 미국 기업들의 공장을 본토로 불러들이고 해외 업체들의 공장을 미국으로 유치하는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으로 인력 신규 채용보다는 로봇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더 열을 올리고 있어 트럼프의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은 유권자들에게 상당히 호소력을 갖고 있다. 강대국들이 제조업에 대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들이 어떤 것인지 드러난다.

다만 산업혁명의 진원지이자 제조업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은 분위기가 좀 다른 것 같다. 영국은 제조업보다는 금융·서비스업·콘텐츠 산업이 국가 경제의 주류를 이루고 있고 경제의 활력도 여기서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의 여파로 경제의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서비스와 콘텐츠 중심의 창의 경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높아졌지만 제조업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성장 엔진이다. 제조업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가 위협받을 수 밖에 없는 경제적 구조를 갖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제조업을 한다는게 점점 대단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가 정신은 위축되고 있고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기업가에 대한 사회적인 존경심은 예전에 미치지 못한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화두를 들고 나온 것은 매우 타당한 일이지만 그만큼 제조산업이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의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은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서 제조업이 다시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선 기술 융합과 스마트화가 절실하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제조 로봇의 보급 확대는 제조업 르네상스의 실현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제조 로봇 보급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로봇산업계와 해당 산업 분야와의 교감이 필요해 보인다. 여전히 많은 제조업체들은 로봇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로봇의 가격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중소제조업체 입장에선 선뜻 로봇을 도입하겠다는 의사결정이 쉽지않다. 로봇의 가격이 비싼데다 기존의 비좁은 공장 환경에서 생산라인의 큰 설계 변경없이 로봇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지난 4일 산업부가 섬유산업계와 로봇산업계를 대상으로 개최한 ‘제조로봇 전국투어 2차 설명회’에선 제조 로봇 활성화를 위해 로봇산업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이날 설명회에서 로봇업체 한 대표는 “섬유산업에는 직원 3~10명 정도의 인력으로 힘들 게 사업장을 꾸려가는 업체들이 많다”며 "이들 업종에 종사하는 숙련 노동자들이 대부분 50대 이상의 여성인데,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섬유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며 노령화 문제를 지적했다. 과거 저임금 여성 노동력으로 유지해오던 우리 섬유산업의 전근대적인 경영 방식이 빨리 변화해야할 상황에 왔다는 의미다.

다른 측면에선 섬유산업이 더 이상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 아니라 장비 집약적인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 동남아로 떠났던 섬유업체들이 해당 지역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상승하자 로봇 자동화로 활로를 모색하면서 섬유산업이 장치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로봇산업계가 제조 로봇의 보급 확산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선 혁신이 요구되는 각 산업의 변화 추세를 잘 꿰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섬유업종을 대상으로 로봇 자동화 도입을 추진했던 로봇업체 대표는 섬유업종에서 쓰는 국적 불명의 전문 용어들을 이해하지 못해 프로젝트 초반에 의사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서로 사용하는 전문 용어가 다르다 보니 의사 소통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공감대를 이루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제조 로봇 보급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로봇업계와 제조산업계간 인식의 간극을 좁히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공통된 인식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만 바람직한 해법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제조업과의 상호 교류 및 인식 공유가 제조업 르네상스의 시작점인 셈이다.

리 로봇산업계가 제조업의 르네상스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고, 그 고민의 바탕위에서 어려움에 처한 제조업에 먼저 손을 내밀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때 제조업 르네상스의 전망은 한층 밝아질 것이다. 장길수ㆍ편집국장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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