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화성에 착륙한 화성 탐사 로봇 ‘인사이트(InSight:Interior Exploration using Seismic Investigations, Geodesy and Heat Transport)’가 올해 2월부터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해 미 항공우주국(NASA)이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사이트에는 여러 과학장비가 탑재되어 있는데 화성의 지진 발생을 측정할 수는 있는 지진계, 지표면 열 흐름 및 온도측정장치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인사이트에 탑재되어 있는 지진계는 올해 4월 6일 처음으로 화성의 지진을 기록한 바 있다.

▲ 인사이트의 왼쪽 하단 부분에 HP³가 설치되어 있다. 오른쪽 둥근 기기는 지진계가 탑재되어 있는 장비

문제는 굴착 장비에서 생겼다. 인사이트는 화성의 지표면을 뚫고 들어가 지각의 온도와 열흐름 등을 측정하는 장비인 ‘HP³(HP Cubed:Heat Flow and Physical Properties Package)’를 탑재하고 있는데, 굴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화성의 지표면을 뚫고 들어가는 굴착기인 ‘몰(Mole:두더지)’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몰’은 원래 지표면 아래 16피트(5m)까지 뚫고 들어가 온도와 열의 흐름을 측정해야 하지만 현재 30cm 정도까지만 굴착한 채 2월부터 동작을 멈춘 상태다. NASA 과학자들은 화성 지표면의 5m 아래에서 온도와 열의 흐름을 측정하고 물질의 성질을 알 수 있다면 화성의 지각이 지구와 어떻게 다른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화성의 생성 등 우주의 신비를 푸는데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와 HP³를 공급한 독일 우주항공기관인 DLR(German Aerospace Center)은 2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몰의 작동 중단 원인을 찾고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은 몰이 화성의 지표면을 굴착하면서 암석을 만났을 수 있다. 몰은 작은 돌맹이들은 옆으로 치우면서 굴착할 수 있지만 큰 암석을 만나면 대책이 별로 없다. NASA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인사이트 착륙 지점을 암석이 적은 곳으로 선택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몰이 굴착하는 과정에서 원래 의도했던 화성 지표면의 마찰력이 당초 예상보다 작었을 수 있다. 마찰력이 작으면 주변을 받치고 있는 벽이 부드러워져 몰이 직각이 아니라 사선으로 휘어져들어간다. 벽 부분과의 마찰력이 작아 휘어져들어갔다는 것이다.

▲ 굴착 장비인 몰이 20도 각도로 휘어져 들어간 모습

NASA와 DLR는 몰이 암석을 만났을 가능성 보다는 지표면의 마찰력이 작아 휘어져 들어갔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몰이 20도 정도 휘어져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몰이 외부 구조물에 의해 가려져 있어 몰과 구멍의 정확한 상태를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ASA와 DLR은 몰의 외부의 구조물을 인사이트의 로봇 팔을 이용해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해 일단 성공한 상태다. 구조물을 한쪽에 치우고 카메라를 이용해 몰이 굴착한 구멍을 카메라로 촬영했다.

앞으로 NASA는 인사이트 로봇팔에 있는 스쿠프(scoop) 장비를 이용해 몰 주변의 지표면을 다지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몰 주변의 표면을 다지면 마찰력이 높아져 몰이 굴착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JPL과 독일 DLR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몰의 구조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테스트하고 있다.

NASA와 DLR 엔지니어들은 JPL의 테스트센터에서 화성에 있는 HP³와 동일한 장비를 설치해놓고 스쿠프를 사용해 지표면을 다지는 작업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런 작업을 조만간 화성에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 스쿠프로 화성 지표면을 다지는 모습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NASA 과학자들은 일단 몰 주변의 구조물을 성공적으로 치웠지만 몰을 정상 위치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지표면 다지기 작업이 성공하고 몰의 위치를 정상화한다면 화성 지표면의 온도와 성질을 파악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비로서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