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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꿈꾸는 인간-로봇 관계 맺기배일한ㆍ한국과학기술원 녹색교통대학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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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0  18: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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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일한 한국과학기술원 녹색교통대학원 연구교수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논의하는, 요즘 흔한 주제의 토론회에 패널로 나갔다. 행사가 끝나고 한 참석자가 다가와 불편한 어투로 말을 건넨다. “눈치 있고 일 잘하는 인공지능 로봇들이 나오면 삶이 더 좋아진다고 말하셨죠. 로봇기술이 더 발달할수록 결국 실업자가 늘어나는 건 안 보이십니까?” 왕년에 로봇 전문기자였다고 4차 산업혁명에서 로봇산업의 중요성을 잠깐 언급했는데 이 분께는 무척 못마땅했나 보다. 계속 몰아붙인다. “결국 인간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보통 사람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겠죠. 로봇 자동화를 절대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겁니다” 조심하자. 카풀 사태로 택시기사가 분신할 정도로 일자리를 대체하는 첨단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우려가 커지는 세상이니 좋게 넘어가자고. “네, 맞는 말씀입니다.”

행사장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이젠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더 이상 낙관적 희망사항으로 둘러댈 시기가 아니구나. 로봇계는 지난 십여년간 공존과 협업의 논리로 로봇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해왔다. 말하자면 인간과 로봇이 잘 협업하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결국 사회 전체의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로봇이 일자리를 없앤다는 비판을 더 이상 과장이나 오해라고 반박하기 궁색하다. 요즘 맥도날드에선 직원 대신에 무인 키오스크가 햄버거 주문을 받으며 고용규모를 줄인다. 자율주행차가 확산되면 운전자란 엄청난 고용효과를 지닌 직업군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세월이 꽤 걸릴 뿐이지 인공지능 로봇은 결국 현존하는 일자리의 과반수를 잠식할 전망이다. 정형화된 노동을 기계와 알고리즘이 대체한 이후에도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에 기반한 새로운 직업군은 계속 생기겠지만 고용효과가 적고 안정적이지도 않다. 그간 대중들은 두 발로 걷고 사람 흉내를 내는 첨단 로봇의 진보에 찬탄하고 박수쳤다. 그러나 로봇자동화가 자신의 일자리를 잠식할 가능성을 직감하면 누구나 태도가 바뀐다. 택시업계의 극한투쟁 저변에는 자율주행기술의 실용화에 따른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유연한 상황판단과 작업능력을 갖춘 로봇의 등장은 수많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머리띠를 매고 국회 앞에서 로봇 반대시위를 하게 만들 것이다

먹고 살기 팍팍한 세상에서 로봇을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바람직할까? 로봇전문가들이 주창하는 인간과 로봇의 협업구조는 당분간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일자리 감소세를 늦추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허나 인간-로봇간 협업구조는 완전 무인화로 향하는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다. 사피엔스의 신체 능력은 자동차보다 빨리 달리지 못하고 컴퓨터보다 계산을 잘 할 수도 없다. 아무리 평생교육을 하고 기본소득을 지급해도 대다수 인류는 기계와 일자리 경쟁에서 수세에 몰리게 된다. 뻔히 보이는 불편한 진실을 아직 먼 불확실한 미래라고 호도하지 말자.

기계와 생산성 경쟁이 장기적으로 호모사피엔스에게 승산 없는 게임이라면 우리는 왜 로봇기술을 도입해야 하는가?

미래학자 짐 데이토의 담대한 예측은 논리가 다소 궁색한 로봇계에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필자의 지도교수였던 짐 데이토는 미래에는 주요 정부의 경제적 목표가 완전고용이 아니라 완전실업 사회가 될 것이라고 설파했다. 일하는 인구가 극소수이고 실업율이 100%에 근접한 나라일수록 선진국으로 간주된다는 주장이다. 헛소리라 생각하겠지만 요즘 한국사회에서 성공했다고 칭송 받고 부러움을 사는 워너비 인물 중에서 전통적 의미의 일자리를 가진 이가 별로 없음에 주목하자. 수백억 자산을 갖고 방송매체에서 행복을 자랑하는 셀러브리티, 시골에서 직접 밥해먹고, 해외여행가고, 낚시질하면서 돈 버는 연예인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월세 받으면서 골프 치러 다니는 자산가. 음식 먹방이나 장난감 놀이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유튜버.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21세기 한국인들이 꿈꾸는 욕망 속에서 땀 흘리는 정직한 노동의 비중은 크지 않다.

미래사회에서 로봇기술은 사람들이 생존을 걸고 노동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꿈을 현실로 만들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인간-로봇 관계를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불편한 사이로만 볼 필요는 없다. 인간은 행복의 주체, 로봇은 생산의 주체로 정의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지 않을까.

3월 11일~14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회학 등 해외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인간-로봇 상호작용 국제 컨퍼런스(HRI 2019)가 열린다. 마침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협력적 인간로봇 상호작용(Collaborative HRI)'이다. 로봇을 일자리를 뺏는 위협이 아니라 협력자로서 좋게 봐달라는 뜻이렸다. 로봇산업 메카를 자처하는 대구에서 처음 열리는 HRI 학술대회이다. 로봇을 협업도구로 보는 관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류를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시키는, 참으로 가슴 설레는 인간-로봇의 새로운 관계를 대구에서 논의하길 기대해본다. “일은 로봇에게, 행복은 인간에게” 배일한ㆍ한국과학기술원 녹색교통대학원 연구교수

배일한  mirero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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