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소통을 하는 로봇은 꼭 사람처럼 얼굴을 갖고 있어야할까?

가정용 로봇이나 소셜 로봇들은 대부분 사람처럼 얼굴을 갖고 있다. 사람처럼 꼭 둥글둥글한 형태는 아니더라도 얼굴로 간주할수 있는 부분을 갖추고 있다. 사각형의 디스플레이에 사람처럼 눈과 코,입을 넣은 경우도 많다.

이들 로봇들이 얼굴을 갖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로봇에 보다 친근감을 느끼고 신뢰감을 갖기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얼굴 부위가 있으면 기쁨, 호감, 슬픔, 좌절 등 다양한 얼굴 표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얼굴을 갖고 있으면 사람들이 로봇의 지능을 과대 평가할 수 있다. 사람처럼 얼굴을 갖고 있으니 지능도 높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로봇에 대해 선입견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로봇의 형태는 로봇의 기능을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애완견 로봇은 실제로 개의 모양을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런 형태는 사람들과 로봇간 상호 작용 방식을 일정 부분 규정한다.

‘IEEE 스펙트럼’에 따르면 이스라엘 ‘IDC 허즐리야(Herzliya)’ 산하 ‘미디어 이노베이션 연구소(Media Innovation Lab:miLAB)’는 미국 코넬대 연구진과 함께 기능적인 요소를 제외한 채 오로지 심미적으로 또는 기계적인 관점에서 최대한 단순하게 설계한 ‘그리팅 머신(Greeting Machine)’이라는 로봇을 개발하고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사람의 얼굴을 갖고 있지 않고, 외관상으로 전혀 기능을 알 수 없는 로봇이 사람들과 실제 소통이 가능한지를 연구한 것.

‘그리팅 머신’은 사람에게 인사를 건내는 로봇이다. 로봇의 기능과 디자인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추상 로봇(Abstract Robot)’으로 부를 수 있다. 마치 추상 미술처럼 추상 로봇 역시 이해가 쉽지 않은 심미적인 관점에서 설계됐고 기계적인 기능도 최소화했다.

그리팅 머신은 큰 공 위에 작은 공이 붙어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큰 공안에는 자석을 내장한 로봇 팔이 들어 있어 내부에서 움직일 수 있다. 작은 공에도 자석이 붙어 있기 때문에 큰 공안에 있는 로봇 팔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인다.

▲ 큰 공 내부안에 있는 로봇 팔

연구팀은 큰 공위에 작은 공이 움직이는 모양을 8개의 형태로 형상화했다. 움직이는 방식은 크게 ‘접근(aproach)’과 ‘회피(Avoid)’로 구분된다. ‘접근’은 작은 공이 큰 공 앞쪽으로 이동하는 모양이고, ‘회피’는 작은 공이 큰 공 뒤쪽으로 움직이는 모양이다. 접근과 회피 행동은 각각 직선으로 이동하는 방식(straight)과 곡선으로 움직이는 방식(animated)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 움직이는 작은 공이 전면에서 전부 보이는 방식이 있고, 큰 공 뒷면으로 숨는 방식이 있다.

연구진은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로봇이 놓여 있는 방으로 들어오라고 요청했다. 피실험자가 방으로 들어오면 로봇은 접근과 회피 행동을 표현한다. 실험 결과 피실험자는 자신이 방안으로 들어올 때 작은 공이 뒤쪽에서 큰 공쪽으로 오는 ‘접근’ 행동을 하면 로봇이 자신과 친해지거나 소통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작은 공이 큰 공 뒤쪽으로 가는 ‘회피’ 행동을 하면 로봇이 사람과 별로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으로 간주했다. 또 ‘접근’ 또는 '회피' 행동시 직선으로 움직이는 것 보다는 곡선으로 움직이는 게 보다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그리팅 머신이 다른 로봇과 달리 사람의 얼굴 부위를 갖고 있지 않지만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인간-로봇 상호관계' 연구에서 이번 연구가 보다 창의적인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니멀(minimal)’ 설계를 통해서도 보다 풍부한 감정의 표현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