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로봇올림피아드(WRO) 세계 대회에 우리나라 고등부 대표로 참가해 많은 경험을 쌓았다. 이번 WRO는 지난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렸다. 36개국 500여 팀이 초중고 경기부분과 창작부문 그리고 로봇축구 대학부로 나누어 경기를 치루었다.

대회 첫날 우리팀에게는 아침 9시부터 밤10시까지 연습 시간이 주어졌다. 서울대회가 끝나고 정말 최선을 다해 나름 완벽하게 준비한 로봇이었기에 안심했던 우리는 연습경기를 몇 번 돌려보고 초조해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연습했던 곳과는 경기장 재질도 다르고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 로봇이 평소 연습한대로 잘 움직여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튿날 아침 경기를 앞두고 서프라이즈 미션이 공개된다고 하여 더욱 더 초조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잘하는 팀들도 많았고 서프라이즈 미션에 대비해 미션에 없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팀들도 볼 수 있었다.

저녁 아홉시 서프라이즈 미션이 공개되자, 연습이 끝나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던 모든 팀들이 다시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을 개조하거나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3cm 정도 되는 턱위에 탁구공을 올려놓고 기존 미션을 수행하는 도중 탁구공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다행이 우리팀은 모듈이 다른 팀에 비해 높게 달려있어 로봇을 개조해야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 위치는 대회당일 랜덤으로 뽑아서 알려준다고 하여 더 연습을 하고 싶었지만 예상만 할 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아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둘째 날, 드디어 고대하던 경기가 시작됐다. 각 팀마다 3번의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3번의 경기 중에 제일 잘 나온 점수를 토대로 8팀을 선발해 결승전에서 한 번 더 겨룰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전날 발표된 서프라이즈 미션을 수행하면서 많은 팀들의 전략이 바뀌고 순위가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세계대회이니 만큼 만점이 나오는 팀들이 수두룩 했기에 우리 팀도 최대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 팀은 시간보다는 최대한 안정되게 주행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첫 번째 경기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파란공이 하나 떨어지는 바람에 5점을 감점받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경기가 끝나고 다른 팀들의 경기를 보았는데 다들 서프라이즈 미션을 듣고도 각자 자신들 만의 스타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루 만에 생각해내기 어려울 것 같은 기발한 모듈을 단 팀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연습과 경기를 번갈아 가면서 우리의 로봇을 수정하고 2번째, 3번째 경기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팀은 안타깝게도 첫 번째 경기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었고 결승에도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마지막 날,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대신 다른 두 팀이 결승전에 나가 상을 받았다.

이번 대회를 참가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팀은 그동안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여 대회당일 로봇이 부서지거나 변수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어왔는데, 이번 대회에 참가해보니 안정성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나라 아이들의 로봇들을 보면서 평소에 내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던 것을 실제로 실현시킨 로봇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상상하지도 못한 그런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가장 관심 깊게 본 것은 NXT모터가 아닌 RCX모터를 쓴 로봇이었다. 이 로봇은 RCX모터를 사용하여 다른 팀에 비해 비교적 부드럽게 주행을 하고 빠른 주행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을 치는 팔에도 이것을 사용하여 눈 깜짝할 새에 공을 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이번에 비록 상은 받지 못했지만 내가 우리나라 대표로 세계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는 것에 영광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나아가 다시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 또한번 이 대회에 도전하고 싶다. 내년에는 이번에 보고 배운 것을 토대로 우리 팀만의 색깔을 가진 로봇, 예를 들면 남들이 처음 보았을 때 기발하다고 생각 할 로봇을 만들어 꼭 순위권 안에 들고 싶다. 그런 점에서 이번 WRO는 나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게 해 줘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해 준 대회로 남을 것이다. ▒ 강지현∙학생기자(서울 진명여고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