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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산업, 아마존닷컴에 빚질까서현진 본지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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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15  18: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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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의 산업이 발전하려면 성장의 모멘텀을 건드려줄 트리거(Trigger)가 필요한 법이다. 한국을 IT강국으로 이끌었던 CDMA 칩이 대표적인 사례다. CDMA 기반의 핸드폰들이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요동 치면서 IT산업이 주렁주렁 가지치고 살이 오르지 않았던가. 자동차와 PC산업이 그랬고 평면TV와 스마트폰 산업도 그런 경험을 거쳤다.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 성장판을 열어 준 트리거가 존재했다.

몇 년째 지리멸렬한 로봇산업에도 성장판을 건드려 줄 트리거 하나가 떠오르고 있다. '하늘의 눈'(Eye in the sky)이라는 별명을 가진 무인항공로봇 드론이다. 일부에서는 "에이 뭐~"하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다. 그도 그럴 것이 드론의 용도란게 지금까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투입된 최첨단 무기체계 정도였으니까.

현재의 드론과 같은 개념이 구현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이다. 지금까지 줄잡아 수백여 종이 선을 보였다. 앞으로 1~2년 내에 또 다른 수백여 종의 드론이 쏟아질 전망이라고 한다. 산업적 성장을 위한 기반은 갖추어진 셈이다. 이런 상황을 바로 알아보고 드론에게 로봇산업의 트리거 역할을 맡긴 곳이 어디가 될까. 엊그제 '프라임 에어'(Prime Air) 서비스 계획을 발표한 아마존닷컴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프라임 에어'는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어디에서나 30분 이내에 택배해주는 꿈의 서비스이다. 아마존이 2015년부터 도입하겠다는 이 서비스의 핵이 바로 드론이다. 그런데 아마존이 어떤 회사인가. 전세계 220개국에 네트워크를 가진 세계 최대의 온라인쇼핑몰이자, 세계 물류서비스의 흐름을 지배해온 기업이다.

아니나다를까. 아마존의 계획은 미국 최대의 배송서비스회사 UPS를 자극했고, UPS는 다시 독일의 DHL을 일깨웠다. 두 회사 모두 아마존의 계획에 대응하는 드론 기반의 배송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드론이 벌써부터 세계 배송서비스 업계를 요동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일주일 사이이다. 그 배경에는 아마존의 계획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배송업계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감이 자리했을 터이다.

이제 UPS와 DHL을 찍고 난 드론의 다음 행선지를 예측해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우선은 배송업계와의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항공회사, 그리고 항공회사와의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철도회사 등이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철도회사와의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여행회사, 여행회사와의 경쟁에서 무관하지 않은 호텔과 요식업계 식으로 연쇄 비행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존과 또 다른 경쟁 축인 온오프라인 쇼핑몰을 향한 비행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쟁 축은 쇼핑몰들과 직접 관계를 맺고 있는 패션, 전자, 생필품 등 제조업과 농업 분야를 두루 항해권 안에 들게 할 가능성이 높다.

트리거로서 드론의 영향력은 그러나 드론 그 차제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CDMA가 칩 회사와 핸드폰 회사만 살찌웠다면 CDMA는 그저 성공한 히트 상품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을 것이다. 드론이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거대한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예컨대 '프라임 에어' 서비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자동 분류해주는 로봇이 필요하다. 아마존에는 '키바'라는 최첨단 물류로봇이 그 역할을 한다. 그런 회사 내부에 설치될 수 있고 협력사나 심지어 경쟁회사에 존재할 수도 있다. 이런 로봇시스템은 드론이 제공할 궁극적인 서비스가 어떤 유형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프라임 에어' 같은 서비스는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드론 비즈니스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수많은 유형의 드론 비즈니스가 등장하고 더불어 이를 지원하는 로봇업계는 바빠지게 될 것이다. 드론이 불러올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상상력은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인다.

어쩌면 이제 우리가 걱정해야 할 일은 어느 날 하늘에 메뚜기처럼 몰려다닐 드론 떼에 관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드론의 비행구역을 규제하려는 항공당국과의 치열한 줄다리기를 해야할 일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산업은 고구마 순이 덩굴을 치고 살집을 키워나가듯 그렇게 야금야금 커나가는 것이다. 벌써부터 또 다른 분야에서 성장판을 열어 제껴 줄 제2, 제3의 로봇산업 트리거가 기대된다.서현진 편집고문

서현진 기자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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