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예술가 하지메 소라야마(Hajime Sorayama)가 도쿄에서 열린 디올(Dior)의 2019년 남성복 전시회에서 거대한 여성 로봇을 무대에 올렸다.

영국 디자인 잡지 '디진(Dezeen)'이 독점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패션쇼에는 거대한 복고풍의 미래지향적 로봇이 등장한다. 디올의 남성복 예술감독 김 존스(Kim Jones)가 소라야마에게 의뢰한 이 로봇은 ‘이상화된 여성’의 형태를 취했고 몸 전체에 걸쳐 기계적 관절, 너트, 볼트와 유사한 형태로 각인되었다. 동영상에서 보듯 로봇은 스티로폼 한 덩어리에서 조각되어 여러 층의 알루미늄 페인트를 입혀 제작되었으며 총 20일이 걸렸다.

소라야마는 지난해 소니가 재출시한 아이보(Aibo) 오리지널 로봇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예술가는 동영상에서 “로봇을 위한 디자인을 처음 그리기 시작한 지 40년이 되었다”며 “하지만 이렇게 큰 동상은 처음이며 새로운 시도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한다.

소라야마는 1983년 저서 '섹시 로봇(Sexy Robot)'에 나오는 캐릭터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책은 로봇을 여성처럼 묘사하는 데 사용되는 초현실적인 ‘펨봇(fembot)’을 묘사한 삽화로 가득 차 있다. 소라야마 로봇의 무게는 1톤 미만으로 조립에 16명이 투입됐다. 머리는 눈 위치에 빛이 나는 직사각형 슬릿이 있고 귀를 위한 안테나를 가진 헬멧과 유사한 모양새다. 금으로 된 가터 세공품은 오른쪽 허벅지를 가로지른다. 디올 이름은 소리야마가 디자인한 미래형 글꼴로 새겨져 있고 내장 조명으로 밝혀진다.

주변 플로어에는 분홍색 벚꽃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디올의 컬렉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미 이미지에 대한 일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쇼의 나머지 부분과 관련되어 있는데 오늘날 ‘일본 문화의 초현대적 현실’을 언급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디올이 도쿄에서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고인이 된 크리스찬 디올의 일본 문화에 대한 경의를 의미한다. 디올 측은 “크리스찬 디올은 이 나라의 문화에 매료돼 드레스 문화를 조사하고 자신의 작품에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밝혔다. 디올은 또 “존스는 일본의 역사신화가 아니라 현대적 실체를 탐구하는 쪽을 택했는데 이는 일본의 냉엄한 과거와 주로 상상되는 미래를 언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새로운 남성복 컬렉션은 소라야마의 작품에서 출발한 하이테크, 미래주의적 비전을 반영한다. 모델에는 소라야마의 삽화로 인쇄된 의복, 금속 블레이저, 밀러 스티븐 존스(Miller Stephen Jones)가 만든 강철 모자, 그리고 로봇 너트와 볼트와 비슷한 보석류를 착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