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자율이동로봇(AMR)의 상용화와 확산

최근 등장하는 상당수 로봇들은 사실상 ‘자율이동로봇(AMR:Autonomous Mobile Robots)’이라는 큰 범주에 포함된다.

병원 내부를 이동하면서 의약품이나 혈액을 배송하는 병원 물류 로봇, 온라인 주문 고객들을 대상으로 음식이나 상품을 배송하는 로봇, 기간 시설 주변을 이동하면서 감시 활동을 펼치는 경비 로봇, 공항을 이동하면서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서비스 로봇, 농장에서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농업용 로봇, 건물 내부를 이동하면서 곳곳을 청소하는 로봇,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피킹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물류 이송 로봇 등등. AMR의 범주에 들어가는 로봇의 종류들은 아주 많다.

AMR은 마그네틱 테입, QR코드, 와이어 없이도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이동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물류업종에 공급되고 있는 AGV(Automatic guided vehicles:무인반송차)는 자기 테입, QR코드 등 보조적인 마커를 이용해 정해진 특정 지점과 특정 지점을 이동하는데 반해 AMR은 선호하는 이동 경로가 있지만 장애물이 있으면 대체 경로를 찾아간다. AGV가 고정된 경로만을 움직이는 ‘멍청이’라면 AMR은 대체 경로 또는 새로운 경로를 찾는다는 점에서 ‘스마트’한 제품이다. AMR은 경로 생성, 대체 경로 선택, 트래픽 관리 등 보다 높은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AGV와 구분된다.

현재 AMR은 물류, 유통, 보안, 농업 등 여러 분야에서 실증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핫’한 분야가 바로 물류 부문이다. 이 시장은 지난 2012년 아마존이 물류 로봇인 ‘키바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및 온라인 쇼핑업체들은 고객들의 온라인 주문이 매년 급증 추세를 보임에 따라 상품 배송시스템의 로봇 자동화가 선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6리버시스템즈, 페치로보틱스, 그레이오렌지, 로커스 로보틱스, 넥스트쉬프트 로보틱스, 긱플러스, 인비아 등 스타트업들이 속속 설립돼 AMR기반의 물류 로봇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경제 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벤처 캐피털이나 엔젤투자자들이 물류 로봇 업체에 투자한 금액이 2억 5천만 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긱플러스와 페치로보틱스는 각각 6150만 달러, 4800만 달러의 투자 자금을 유치했다.

▲ IAM로보틱스의 스위프트

AMR과 로봇 팔 등 기술을 결합한 제품들도 나오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에 위치한 로봇 스타트업 '아이앰 로보틱스(IAM Robotics)'는 선반에 놓인 물건의 선별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는 물류 로봇인 ’스위프트(Swift)’를 개발했다. 필요로 하는 물품이 있는 선반으로 이동해 로봇 팔을 내밀어 원하는 물품을 꼭 집어올릴 수 있다.

▲ 월마트 선반 스캐닝 로봇

유통 분야도 AMR 도입이 초기 단계다. 월마트는 샌프란시스코 ‘보사노바(Bossa Nova)’가 개발한 선반 스캐닝 로봇 50여대를 매장에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로봇은 매장을 이동하면서 선반에 놓인 제품의 품절 여부, 가격표나 상품 표시 오류 등을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최종 마일(last mile)’ 배송 부문에서도 AMR의 도입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음식이나 우편물 배송 등을 위한 자율이동 로봇들이 속속 등장해 사용 서비스를 한창 준비하고 있다. 스타쉽 테크놀로지스는 실리콘밸리 금융 서비스 개발업체인 ‘인튜이트’와 제휴해 상용 서비스에 들어갔으며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동닷컴(JD.com)은 상품 배송을 위한 이동 로봇을 도입했다.

▲ 징동닷컴 배송 로봇

일본 ZMP는 인도를 자율주행할 수 있는 택배 로봇 '캐리로 딜리버리(CarriRo Delivery)'를 발표했다. ZMP는 ‘라이드 온 익스프레스(Ride On Express)’와 제휴해 초밥(스시) 배달 택배 서비스를 시험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농업분야도 AMR의 도입 적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농업 로봇은 특히 노동력 부족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이 활발한 것이어서 잡초 제거, 과실 수확, 농약 살포, 농지 개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자동화의 도입이 시급한 영역이다. 시장 조사업체인 ID테크엑스에 따르면 이미 레벨 3와 레벨 4 수준의 자율이동 트랙터들이 출시되고 있다. 현재 레벨 5 수준의 자율주행 트랙터도 시제품 형태로 개발됐다.

▲ 시드니대 '스웨그봇'

호주 시드니대 연구팀은 로봇 카우보이인 ‘스웨그봇(Swagbot)’을 개발해 농장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로봇이 이동하면서 가축들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수 있다. 카우보이 처럼 소떼나 말을 몰고 다니며, 짐을 싣고 거친 지형을 종단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능을 갖추고 있어 농장내 늪지, 배수로, 통나무 등을 피해갈 수 있다.

경비 순찰 등 보안 분야도 AMR기반의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기간 시설, 대중 시설, 대형 쇼핑 센터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미국 나이트스코프(Knightscope)사의 자율 이동 경비 로봇이 복합 건물을 돌아다니다 갑자기 분수 속으로 돌진해 추락하면서 안전성 확보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 분수로 돌진한 경비 로봇

이처럼 AMR은 전산업에 걸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이 개발되고 있어 향후 시장 규모가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인 ‘ID테크엑스(IDTechEx) 리서치’는 최근 AMR 시장 전망 보고서(제목:New Robotics and Drones 2018-2038 : Technologies, Forecasts, Player)에서 다양한 형태의 AMR이 ‘분명한 상업적 목적’과 ‘보다 구조화되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이제 시장 진입 단계에서 본격적인 확산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