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숙=도쿄 통신원]일본의 샤프가 해외 경쟁사들에게 밀리고 있는 백색 가전 시장에서 인공지능 '코코로' 엔진을 무기로 반격에 나섰다고 니혼게이자신문이 지난 15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특집을 통해 샤프의 전략과 코코로 엔진을 탑재한 새 청소로봇 모델 '코코로보 RX-V200'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했다.

샤프의 전략은 코코로 엔진을 통해 사용자와 제품간 대화 기능을 강조함으로써 소비자들로 하여금 가전제품에 친근감을 갖게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선보인 청소로봇 '코코로보'의 경우 고령자층 중심의 1~2인 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샤프 측은 대화를 통한 친근함과 안심감이 서서히 소비자들에게 받아 들여지기 시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 14일 발표한 신모델 '코코로보RX-V200'에도 코코로 엔진 기반의 일기 예보 기능 등을 탑재, 고령자 시장에 새로운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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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예보를 알려주는 '코코로봇 RX-V200'

비가 오니까 우산을 준비하는게 좋겠어"
'코코로보 RX-V200'은 외관상으로 일반 청소 로봇과 별로 다를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경쟁사 제품과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이 모델은 "괴로워" "배고파" "아파" 등 일반 가전제품에는 어울리지 않게 사람과 같은 목소리로 메세지를 전해 온다.

'코코로보 RX-V200'의 핵심은 샤프가 2012년에 실용화한 코코로 엔진이다. 이 엔진은 사용자가 건넨 목소리나 소비 전력, 주위 환경 등 작업상황을 판단한다. 음성으로 메세지를 전하면서 자동으로 움직인다. 음성 톤도 수십에서 수백 가지를 낼수 있고,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말투도 바뀐다. 마치 감정을 가진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을 준다.

신모델 '코코로보 RX-V200'에서는 코코로 엔진을 클라우드 대응 방식으로 진화시켰다. 이 방식은 사용자의 음성 데이터는 일단 무선 LAN을 통해 인터넷 서버로 보내 식별을 요청한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답이 서버로부터 전송되어 오면 '코코로보'가 말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날씨를 알려줘"라고 물어 보면 "흐리고 가끔 비가 와. 우산을 가져 가는게 좋겠어"라고 대답해 준다. 기상 정보는 웨더뉴스가 제공하는데 미리 우편번호 3자릿수를 입력해 두면 해당 지역에 맞춘 날씨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적외선 리모콘 기능도 내장했다. 외출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명령을 보내는 방식으로 에어콘이나 조명, 텔레비전등을 원격 조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코코타로'라는 캐릭터가 "알았어! 에어콘을 틀어"라는 식으로 답해 준다. 적외선 리모콘 기능을 내장한 가전제품이라면 샤프 제품이 아니더라도 대응이 가능하다.

"마치 손자같다" 고령자층으로부터 호평
샤프에 따르면 올해 일본내 청소로봇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50%증가한 45만대로 예상된다. 아이로봇의 '룸바'가 압도적으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만 '코코로보'도 지난해 6월 시판 이후 1년간 10만대를 돌파하면서 2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코코로보 RX-V200'DMS'은 "깨끗하게 청소해"라는 사용자의 말에 "알았어!"라고 반응하며 청소를 시작한다. 또 "상태는 어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배터리지 잔량이나 쓰레기통의 상황에 따라 "최고"라거나 "그냥 그래"라고 대답 한다. 또한 쓰레기가 쌓이면 "괴로워", 배터리 잔량이 줄어 들면 "배고파", 장애물에 부딪히게 되면 "아파!"등의 메세지를 전해 온다.

샤프가 자체 실시한 앙케이트 조사에 따르면, 코코로 엔진에 대한 만족도는 고급 기종에서 65%, 중급 기종에서도 50%에 이르렀다. 특히 고령 소비자로부터의 평가가 높았다. "손자처럼 귀엽다"거나 "청소하고 있는 모습을 쭉 지켜 보게 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에따라 샤프는 코코로 엔진이 고령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판단, 이번에 날씨 정보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자 의도를 미리 알아챈다

▲ 앙케이트 조사에서 코코로 엔진에 대한 만족도는특히 노령자 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샤프 개발팀은 앞으로 '코코로보 RX-V200'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에 클라우드서비스 연계기능을 추가하면서 제공하는 정보의 종류와 양을 늘리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날씨 외에 뉴스와 경제 정보, 운세등의 서비스도 고려 중이다.

'코코로보 RX-V200'에서 가능한 어휘는 모두 114개로 기존 모델 보다 2배가량 늘었다.앞으로 이수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샤프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정내 모든 가전제품에 코코로 엔진과 네트워크 접속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전 제품들이 지금처럼 사용자의 명령을 기다려 움직이는게 아니라, 사용자가 하고 싶거나 기분이 좋아질 일을 먼저 알아내 실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오늘은 오후에 비가 내리기 때문에 세탁기로 건조까지 하는 것이 좋을것 같아"라거나 "집에 도착할 테니 에어콘을 켜요"와 같은 식이다.

이와관련, 샤프는 이미 지난 여름부터 코코로 엔진을 오븐 렌지와 세탁기, 공기 청정기 등에 탑재한 모델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도쿄에서 열린 'CEATEC재팬 2013' 전시회에서도 이같은 컨셉트의 제품을 대대적으로 전시한 바 있다. 코코로의 엔진은 현재 에어콘에 대한 탑재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텔레비전, 블루 레이, 스마트폰 등에 대한 적용 계획은 아직 서있지 않다.

코코로 엔진이 비장의 카드
일본 가전업계는 AV부문의 경우 경쟁력저하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 되고 있지만, 백색 가전 부문은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올리고 있다. 샤프 역시 지난 4~9월의 AV기기 부문 영업 이익율은 0.3%로 낮지만 백색 가전 부문 이익율은 6%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샤프에서 백색가전 부문은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한지만 영업이익은 30%에 달한다.

샤프는 아이로봇, 다이손 등 해외기업과 일본내 벤처 기업들의 도전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코코로 엔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따라서 샤프로서는 코코로 엔진을 탑재한 제품군을 확대해 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급선무이다. 코코로 엔진이 고령자 뿐만 아니라, 샤프에 애착을 가진 소비자를 늘려 샤프를 부활시키는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