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의 쥐에게 로봇 치료를 성공적으로 시행한 사례가 나왔다. 아직 사람에게 적용된 것은 아니지만 로봇 치료의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척수 손상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다.

스위스 국가연구역량센터(NCCR) 연구팀은 2010년부터 척추 손상이 심한 쥐를 대상으로 로봇 보조기 재활과 전기화학적 척수 자극을 병행한 결과 마비된 팔다리의 제어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NCCR 로보틱스 교수인 ‘그레고리 쿠르틴(Grégoire Courtine)’은 "뇌는 손상 후 아직 손상되지 않은 신경계의 영역을 통해 새로운 해부학적 연결을 형성한다"며 "뇌는 본질적으로 차세대 뇌-척수 현미경 검사법을 사용해 전례없이 미세한 부분까지 노출된 상태에서 대뇌 피질, 뇌간 및 척수의 회로를 재배선한다"고 설명했다.

영문 IT전문 매체인 ‘지디넷’은 2014년 초 창문에서 떨어져 등이 부러지는 바람에 마비가 온 시각장애인 ‘마크 폴락(Mark Pollock)’의 재활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전기화학적 자극 요법과 로봇 재활을 함께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치료에 대한 약속이 거의 마법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쥐의 치료에 효과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왜 혹은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를 만족스럽게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NCCR 로보틱스의 연구원들은 처음으로 치료를 받는 쥐의 뇌가 대체 신경계 경로를 통해 임무 특정 모터 명령을 어떻게 전달하는지를 관찰하면서 원리를 파악해냈다.

연구팀에 참여한 스위스 로잔공과대학(EPFL)의 과학자인 ‘레오니 아스보스(Léonie Asboth)’는 "로봇 재활 치료는 로봇 메커니즘이 일련의 동작을 통해 피사체를 움직임으로써 재배선 프로세스를 가능하게 한다"며 "그러나 그 회복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재배선을 위한 강렬한 재활치료가 요구된다"고 말한다. 때문에 척수의 전기화학적 자극은 물론 스마트 보조장치의 능동적인 물리치료가 병행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척수 손상 환자를 비롯해 물리 치료에 사용되는 로봇 외골격을 만드는 엑소 바이오닉스(Ekso Bionics) 및 리워크(ReWalk)와 같은 회사는 이미 유망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NCCR 실험실에서는 척수가 외과적으로 절단된 쥐를 의약품으로 먼저 치료한 다음 전기로 척수를 자극하고 부상 아래 근육을 활성화시키는 단계를 밟는다. 약제 및 화학 치료는 스마트 하네스(smart harness) 치료와 결합돼 걷는 자세에서 다친 쥐들의 다리 하중을 줄여줘 자연스러운 도보 위치를 찾도록 도와준다. 아주 짧은 기간(몇 주) 후에 쥐들은 뒷다리에 대한 광범위한 통제력을 되찾았고 어떠한 자극이나 외부 도움없이 스스로 걸을 수 있었다.

스위스 연구자들은 건강한 쥐로 재활한 후 광시트 현미경을 사용해 부상당한 쥐와 재활 쥐의 뇌를 3D 이미지로 비교했다. 이들 이미지는 치료가 이러한 경로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보여준다. NCCR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이미 손상된 뉴런은 재생되지 않으며 신경 분자의 재구성은 상처 부위에서 일어나 새로운 연결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소위 ‘신경보철 재활(neuroprosthetic rehabilitation)’이라고 불리는 이 연구는 아직 사람에게 적용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스위스 연구자들은 낙관적이다. 코르틴은 "우리는 선행 연구를 통해 척수 손상 후 신경계가 새로운 연결 부위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능력인 소성(塑性)이 설치류보다 사람이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현재 로잔대학병원(CHUV)에서 척수 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법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