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XSW 토론회의 멜로니 와이즈(가장 왼쪽)(사진:벤처비트)

’나쁜 놈(asshole)’은 영어권에서 가장 사용 빈도가 많은 욕이다. 지난해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전 CEO의 성추문이 쏟아지자 많은 사람들은 그를 '나쁜 놈'이라며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IT 전문매체 ‘벤처 비트’에 따르면 저명한 여성 로봇 과학자이자 로봇 스타트업인 ‘페치 로보틱스(Fetch Robotics)’ 멜로니 와이즈(Melonee Wise) CEO는 최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행사에서 나쁜 놈들과 멍청이들이 엔지니어링 분야를 망치고 있다며 공학계와 산업계를 향해 날선 비판을 했다. 지난 12일 SXSW ‘로보틱스분야의 여성:좋은 균형(Women in Robotics: A Fine Balance)’ 토론회 자리에서다.

이번 토론회에는 '오픈 로보틱스'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루이스 푸벨(Louise Poubell), 워싱턴대학 '인간중심 로보틱스연구소' 마야 칵맥(Maya Cakmak) 소장, 남캘리포니아대학 로봇자율시스템센터 마자 마타릭(Maja Mataric)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멜로니 와이즈 CEO는 “어떤 사람들은 진짜 나쁜 놈(asshole)”이라며 엔지니어링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이 이런 나쁜 놈들을 상대하는데 질려서 엔지니어링 분야를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아주 오래전부터 엔지니어링업계의 어리석음이 엔지니어링 분야에 해악을 끼쳤다“며 ”이 때문에 페치 로보틱스는 ‘강력한 나쁜 놈 반대 정책(strong no-asshole policy)’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엔지니어링 업계의 어리석은 문화 때문에 이 세계를 등지는 게 단지 여성만은 아니다”라며 또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나쁘고 어리석은 사람들과 일하는 것을 도저히 참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세계를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멜로니 와이즈는 “엔지니어링 세계에는 사람을 배제하는 문화가 있다”고 비판했다. 엔지니어링 업계는 그동안 엔지니어의 전형을 만들어왔으며, 엔지니어들은 자신이 이 방(room)에서 가장 똑똑한 엔지니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 같은 생각이 큰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에선 로보틱스 분야의 다양성 부재부터 양질의 엔지니어 인력 부족 등에 관해 토론이 이뤄졌다. 멜로니 와이즈는 현재 미국 공학계에서 성불평등이나 민족적 다양성의 뷸균형 문제 보다 우선적으로 엔지니어의 전반적인 부족 현상과 창의성의 부재를 다루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미국 공학계가 창의성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엔지니어들이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커뮤니티에 속한 대다수 엔지니어들이 미국 이외 지역에 살고 있다. 오픈소스 로보틱스 플랫폼인 ROS에서 관련 소스를 다운로드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 밖에 있다는 게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여성 과학자 가운데 3명이 미국이 아닌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점도 이 같은 사실을 웅변해주고 있다. 오픈로보틱스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루이스 푸벨(Louise Poubell)은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직업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브라질 국적 역시 자신을 기회에서 멀어지게 했다고 힘줘 말했다.

멜로니 와이즈는 또한 외국인 고급 인재들에게 주어지는 미국의 H1-B 비자 발급이 너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외국의 고급 인재를 고용하면 페치 로보틱스의 경쟁력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지적이다. 그녀는 로보틱스에 관심있는 공학도들은 많은 사람들이 코딩을 리뷰해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거나 로봇연구소에 자원 또는 인턴으로 적극 참여하는 것도 권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 참석자들은 기업들이 석사학위를 갖고 있는 공학도를 많이 채용하고 있는데, '유다시티(Udacity)'의 나노학위 같은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대학 교육에서 해소해 주지 못하는 지적인 호기심과 스킬을 새로운 교육 시스템들이 해소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멜로니 와이즈는 수학을 잘하지 못한다는 등 이유로 공학도들이 스스로 로봇 분야를 포기하는 ‘자기 도태(Self-selection)’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자기 도태의 논리에 매우 능하다며 교육시스템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이 같은 기존의 생각들을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