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딥 블루(Deep Blue)는 게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에게서 세계 체스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가 버렸다. 마지막 긴장이 흐르는 순간 카스파로프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갑자기 일어나 체스판에서 관객쪽으로 걸어오더니 팔을 들고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딥 블루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있을 뿐이었다.

사실 딥 블루는 체스 조각 하나도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인간 대리인이 그들을 옮겨주어야만 한다. 카스파로프가 한 일 중에 가장 놀라운 일은 천재적인 체스 동작이 아니었다. 인간에게 동작은 그저 우리의 3차원 환경을 통해 자연스럽게 일어난 것이지만 새로운 체스 챔피언에게는 커다란 해결 과제가 생긴 것이다.

인간의 행동을 따라하면서 동작을 바로 습득

포브스는 최근 로봇과 인공지능의 취약점을 극복하고 인간의 동작을 흉내낼 수 있는 학습 방법으로 UC버클리의 가상현실(VR)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인공지능 연구자인 UC버클리의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 교수 피터 애비얼(Pieter Abbeel)은 지난해 말 대학원생들과 함께 로봇의 행동 변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 EI(Embodied Intelligence Inc.)를 설립했다. 애비얼은 "AI의 많은 문제는 변동성과 관련이 있다"며 "유연할수록 문제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가령 체스의 변수는 체스 조각의 좌표로 요약된다. 체스 말을 움직일 수 있는 가능한 좌표의 수는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체스 경기 밖의 우리의 움직임에는 훨씬 더 많은 변수가 있다. 걷기, 조깅하기, 건너뛰기, 여행하고 자전거 타기 등의 행위는 물론 장미 냄새를 맡기 위해 멈추고 신발끈을 묶기 위해 웅크리고 친구에게 손을 흔들며 공원을 산책하는 등 수많은 예측불허의 상황들이 있다.

애비얼과 연구자들은 기존 통제된 학습 환경으로부터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의 장애물이 있는 환경으로 인공지능 연구를 확장하고 싶어한다. 이때 로봇을 조작하기 위한 도구가 바로 VR이다. VR은 로봇을 아바타처럼 조종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인간의 움직임은 로봇에 의해 반영된다. 인간이 움직이면 로봇이 움직이고 그 경험으로 로봇은 학습한다.

수 개월 걸리던 작업을 단 하루만에

EI의 연구팀은 시중의 일반적인 VR 시스템을 사용해 로봇 학생에게 인간의 민첩성(혹은 기능적 어색함)으로 움직이는 방법을 보여준다. 전달된 정보는 코드의 한 조각보다 훨씬 더 상세하다. 각 픽셀은 시각적 퍼즐에서 200만 개가 넘는 조각 중 하나에 해당한다. 초당 70 프레임 이상에서 캡처된 조정 동작인 것이다.

이같은 유형의 모방 학습은 인간이 하는 학습의 향상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프로 골프 강사가 골프 스윙을 실행하는 방법을 보여주면 누구든 그 다음에는 그 동작을 따라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가상 현실에서는 인간 교사가 시연을 하는 것과 나란히 로봇이 동작을 실행한다. 즉 해석하는 단계없이 시연과 함께 바로 통합되는 것이다.

30분이 넘는 시간과 몇 번의 반복 동작 후에 마침내 로봇은 동작을 파악하고 인간처럼 공간에서 물건을 움직인다. 이번엔 스스로 해낸 것이다. 애비얼은 "로봇이 자체적으로 일을 할 때 정확히 경험하도록 로봇을 조종하면 로봇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고 말한다. VR을 사용함으로써 애비얼과 연구팀은 로봇의 기술 습득 과정을 수 개월 혹은 수 주에서 단 하루로 단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