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애완견 로봇 ‘아이봇’이 과연 90년대 소니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소니는 뮤직 플레이어인 '워크맨', ‘트리니트론 TV‘를 이을만한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오랫동안 극심한 침체를 겪어왔다.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의 호조와 애플 아이폰에 사용되는 이미지 센서의 흥행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소니는 아이보 출시로 90년대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아이보가 진정 부활을 견인할 히트 상품으로 부상할지에 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아이보를 통해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 리더십을 확보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은 아마존이나 구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주 소니는 CES 2018에서 아이보를 공개했다. 글로벌 매체들과 소비자들은 인공지능 로봇 아이보에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즈는 아이보가 소니의 기술적인 강점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지만 다른 측면에선 소니의 실패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상징과도 같은 제품이라고 진단했다.

가즈오 히라이 소니 CEO는 지난 2016년 여름 회사가 턴어라운드에 성공하자 로봇 비즈니스의 부활을 선언했고, 100여명의 엔지니어들을 끌어모아 로봇 연구 개발에 투입했다. 첫 성과물이 바로 아이보다. 아이보는 일본 시장에 1770달러(19만8천엔)에 판매되고 있다. 센서, 카메라, 마이크 등 4000여개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성 명령을 이해하고 주인과 소통한다.

지난 1999년 출시된 아이보는 프로그래밍한대로 반응한다. 동작은 다소 엉성했고 메모리 스틱에 저장된 데이터에 의해 학습 능력도 제한받았다. 이에 비해 새로운 아이보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주인을 인식하고 주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행동을 기억한다. 1999년에 출시된 아이보에 비해 새로운 아이보는 훨씬 똑똑하다.

그러나 소니 아이보가 현재 로봇 시장에 출시된 유일의 제품은 아니다. 인공 지능 로봇이 범람하고 있다.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인 에코,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인 ‘안키’가 내놓은 장난감 로봇 등이 시장에 나와 있고 CES 2018에서 선보인, 다양한 인공지능 로봇들이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CES에 선보인 로봇 가운데 주목을 끈 제품으로는 이동하는 엔터테인먼트 로봇인 키커(Keeker), 노인들을 위한 소셜 로봇 ‘엘리-Q’, 오므론의 탁구 로봇 등이 있다. 하지만 'CCS인사이트(CCC Insight)'의 애널리스트인 벤 우드(Ben Wood)는 CES에서 내놓은 로봇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CES에 소개된 많은 로봇 제품들을 ‘멍청한 기술(idiot tech)’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보가 과연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까. 아이보는 보통 500~1000달러선인 다른 로봇에 비해 비싼 편이다.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 조사업체인 트랙티카(Tractica)는 2016년 5억4200만 달러 규모인 로봇 장난감 및 개인용 비서 시장이 오는 2022년 45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시장을 놓고 로봇 업체들이 경쟁하는 셈이다. 그러나 벤 우드 CCS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현재 소개되고 있는 로봇들이 실생활에 도움을 주기 보다는 장남감에 가깝다”며 현재 나온 인공지능 로봇의 한계를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보의 가격이 너무 높은 게 아이보의 보급 확산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니는 아이보가 소니 고유의 강력한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다며 앞으로 가정용뿐 아니라 양로원, 학교, 병원 등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이보 팬들의 뜨거운 반응은 이런 소니의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 43세인 카에 아먀시타는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소니가 다시 로봇을 만든다는 것에 전율을 느낀다. 새로운 아이보가 소니 부활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런 아이보 열성 지지층에 힘입어 소니 로봇 사업이 구심점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