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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평창 스키로봇 대회 트라이얼"자율주행 기능 개선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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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1  16: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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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강추위로 연일 얼어붙고 있었다. 호남과 제주에는 폭설이 쏟아졌다. 10일, 강원도 평창군 웰리힐리파크는 영하 17도를 기록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전화를 꺼내면 금세 손이 곱았다. 아픈 손가락을 누르며 서너 장 찍으니 전원이 나가버렸다. 핫팩을 붙여 간신히 살려냈다.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스키대회 “스키로봇챌린지”의 1차 현장 테스트가 열린 첫날 풍경이었다. 사람도 로봇도 추위와 싸웠다.

   
▲ 국민대 RoKII
가장 먼저 슬로프에 올라온 것은 국민대학교 조백규 교수팀의 ‘RoK(Robot of Kookmin)II’였다. 첫 팀은 모든 팀의 베타 테스터 역할을 한다. 안에서는 멀쩡하던 로봇의 시야가 하얗게 흐려졌다. 이른바 화이트 아웃. 추위 때문에 CPU 구동 속도마저 느려졌다.

당일 새벽 5시까지 철야를 했다는 연구원들은 “우리 머리도 덩달아 하얘지는 것 같다”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새로 맞춰 입은 하얀 롱패딩 점퍼도 냉기를 완벽하게 막아주지는 못했다. 조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직접 로봇을 밀고 끌었다. 슬로프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실험이 거듭될수록 문제 상황에 대한 대처 속도가 빨라졌다. “출발점에서의 영점 조정(널링)과 환경 세팅(캘리브레이션)이 생각보다 어렵네요. 이 부분이 관건이 되겠어요.” 이 날 참가한 모든 팀이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 서울과학기술대 루돌프
곧 이어 플라스틱 커버도 스키복도 입지 않은 풀 메탈 바디 로봇이 대기했다. 여덟 팀 중 최장신에 최고 중량을 자랑하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영석 교수팀 ‘루돌프’였다.
다른 팀원들이 “방수 처리를 하지 않으면 기판이 타버릴 수도 있다”며 걱정을 전했다. 눈밭에서는 메달을 다투는 경쟁자가 아니라 어려운 미션을 함께 풀어가는 동료였던 것. 올림픽 정신이 로봇 경기에도 어느새 스며들어 있었다. 루돌프 팀은 “뒤에서 밀어도 절대 넘어지지 않게 설계했어요. 넘어지지 않으니 상체에 눈이 튀어 기판이 망가지는 일 같은 건 없겠죠. 기존 성인 사이즈의 스키복도 맞지 않거니와, 로봇의 금속 몸체를 그대로 드러내 비주얼적으로 압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날은 보조장치를 달고 하드웨어의 안정성만 시험했다.

   
▲ 미니로봇의 태권브이
성인 사이즈에 육박하는 로봇들이 세팅을 점검하는 사이, 하늘색 스키복을 입은 쌍둥이 꼬마 로봇이 슬로프에 등장했다. 기업 팀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미니로봇의 ‘태권브이’였다. “아이고, 아가야!” 영화 '스타워즈'의 ‘BB-8’이 새겨진 어린이용 스키를 신고 폴까지 짚은 앙증맞은 모습에 앓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자못 진지한 얼굴로 현장을 지켜보던 오준호 총감독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어났다. 전영수 이사의 무선조종으로 꼬꼬마 로봇이 기문 다섯 개를 모두 통과하자, 그 웃음들은 탄성으로 바뀌었다. 자율주행 시도 역시 성공했다. 회사 이름이 낯설어 물으니, 지난 20여 년 동안 교육용 휴머노이드 대회를 안팎으로 석권해 온 실력 있는 팀이라고들 했다. 서로 다른 출전용 로봇 수십 대의 이름이 똑같이 태권브이라고.

   
▲ 한양대 다이애나
리서 한양대학교의 기대주 ‘다이애나’가 모빌을 타고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고 있는 팀이었다. 한재권 한양대 교수는 잘 알려진 대로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의 버지니아 공대 시절 제자다. 유학 시절, 엄윤설 숙명여대 교수와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찰리’ 제작에 함께 참여한 이후, 귀국해 합류한 '로보티즈'에서는 DARPA 출전용 ‘똘망’을 공동 제작했다.
   
▲ 한양대 팀

   
▲ 한양대 한재권 교수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낳은 세 번째 로봇이 바로 다이애나다. 다이애나는 ‘국민 스키로봇’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한 달 만에 추가 제작비 2천만원을 모았다. 현장에 나타난 건 시험운영 이틀 전 리뉴얼 완성된 새 모델이었다. 지난해 8월, 뉴질랜드 스키장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이후 전면 개조에 들어간 것. 예상하지 못한 오류들이 일어났다. 가장 큰 문제는 통신 두절. 시그널이 너무 많아서 신호가 붙지 않았다. 한 교수의 얼굴이 무거워지자, “태어난지 이틀 된 아이에게 뭘 바라느냐”고 엄 교수가 그를 위로했다.

   
▲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스키로(SKIRO)
마지막 선수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의 ‘스키로(SKIRO)’였다. 미니로봇의 태권V보다는 조금 큰 유아 사이즈로, 역시 어린이용 스키를 신고 있었다. 사전에 공지된 슬로프의 길이와 너비, 기문 간격 등을 고려해 작은 스키를 전략적으로 선정하고, 그에 맞춰 역으로 로봇을 설계해 시험 운행에 나섰다고 했다. 하네스를 단 스키로는 흡사 스키를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조심스럽게 마지막 기문까지 통과하자 팀원들의 함성이 터졌다. 덩치가 큰 다른 로봇들보다 주행 속도는 느렸지만, 제법 안정적인 출발이었다. 현장 테스트에서는 키즈 사이즈 로봇들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첫날 설원 테스트에는 위 다섯 팀이 참여했다. 경북대학교 이학 교수팀 ‘알렉시(ALEXI)’와 명지대학교 이범주 교수팀 ‘명지대 휴머노이드 로봇’, 카이스트 김수현 교수팀 ‘티보(TIBO)’는 로봇 안정성 문제를 조율했다.

   
▲ 명지대 휴머노이드 로봇
   
▲ 카이스트 '티보'
참가팀 모두 전반적으로 비전과 머신러닝 모두 기문 인식률이 떨어지고, 사람의 보조 없이 완전하게 자율주행하기는 아직 어려운 단계라는 점이 개선점으로 지적됐다. 기술위원 허정우 레인보우 이사는 “한 달은 충분히 긴 시간”이라며 “지금까지 업데이트된 하드웨어의 안정성을 기반으로 현장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보완한다면, 출전한 모든 팀이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필자:걸스로봇 이진주 대표, 김연희 걸스로봇 긱스카우트>

이진주  lady.robot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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