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4대 회계사 사무소가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재무 로봇 솔루션을 출시하고 있다. AI 회사들 역시 영수증 점검 및 인증 로봇, 자동 세금 보고 로봇 등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그간 안정적인 직업으로 평가받던 회계사가 돌연 '사라질 수 있는 직업'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0일 중국 장쑤성 회계학원이 베이징국가회계학원, 난징재경대학, 위안니안(Yuannian) 등과 공동으로 주최한 '대변혁 시대의 재무 성장모델 업그레이드' 주제강연에서 중국 전국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전망을 공유했다.

'인간을 대체하는 기계'가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란 전망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21일 중국 언론 중신사는 연도별 채용 빅데이터에 근거해 '인터넷+금융' 서비스 모델의 보급과 스마트 기술의 응용으로 인해 전년에 비해 전통 금융업의 일자리가 5.4%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국가회계학원의 당위원회 서기이자 원장인 친룽성 교수는 "빅데이터, 스마트화, 모바일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키워드로 하는 디지털화 조류가 밀려들고 있다"며 "기초 재무와 세금 업무의 경우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안니안의 리퉁 부총재는 "향후 80% 혹은 그 이상의 기초 재무 및 세금 업무가 자동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며 "이러한 간단한 중복성 업무의 경우 인간은 할수록 피로감을 느끼지만 로봇은 할수록 실력이 좋아진다"고 언급했다. 또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재무 회계 인력이 회계장부의 빈칸을 채우는 기초적인 업무만을 해왔다면 실업하거나 직무를 바꿀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무 로봇 실력 '우수' 전망

최근 많은 재무 회계 분야 종사자들은 각종 보고서와 표, 데이터를 보며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않고 일해도 손발이 모자란데 로봇이 바쁜 일거리를 도와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만 이로 인해 밥그릇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함께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리퉁 부총재는 "사실상 기존 재무 업무에 대량의 기계적인 반복적 업무가 존재했다"며 "이중 재무 프로세스상 수작업, 관리 및 감독 자동화, 정보 입력, 데이터 병합, 외환 통계 등 재무 로봇이 완성할 수 있는 업무가 많이 있고 이는 일정한 로직에 의해 판단해 재무 프로세스를 식별해내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재무 로봇은 24시간 일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회수 기간이 짧으며 업무 정확도는 높다는 점이 강점이다. 고속 연산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표본추출 검사 대신 전수검사로 진행할 수 있는 등의 이점이 있다.

◇재무 인력은 AI와 협력 방안 찾아야

친룽성 교수는 "회계 심의 인력의 경우 이같은 변화를 괄시하거나 관망, 혹은 저항하지 말고 도태되지 않도록 이른 시일 내에 시대에 발맞춰 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무 로봇을 일종의 도구로 잘 활용해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칭화대학의 친쩡 교수는 "재무 로봇이 등장하는 것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이이며 재무 로봇은 하나의 도구"라고 말했다. 이어 "도구를 제조하고 사용함으로써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되면 회계인력이 일자리를 잃지 않아도되며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마치 PC가 주판을 대체했듯이 회계사들 역시 학습과 조련을 통해 도구를 이용하고 깨우친 후 AI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논지다. 이를 통해 같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재무로봇이 좋은 동료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친쩡 교수는 또 "AI의 보급은 하나의 전환점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며 "최근 중국 내 저급한 회계사들이 넘쳐나고 있으나 고급 회계인재는 부족한데 재무로봇이 저급한 회계사를 대체하면 향후 법률과 회계, 비즈니스와 플랫폼 소프트웨어 관리 등을 모두 이해하는 종합적인 인재만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봇의 출현이 더 나은 재무인력을 탄생시킬 것이며 로봇보다 더 총명한 재무인력이 고급 재무와 관리 및 의사결정 등 업무를 맡게될 것이란 전망이다.

◇AI가 인재 육성 모델 변화 가져올 것

대학가에서 금융 인재의 학습과 육성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금융과 회계 등 전문 업무를 배우는 학생들이 금융지식뿐 아니라 외국어에 컴퓨터 공부까지 해야하는 것이다.

난징재경대학 회계단과대 야오원윈 학장은 "재무 로봇의 출현은 대학의 인재 육성 모델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 거의 모든 대학에서 재무회계 관련 전공이 개설돼 있는 데 이중 상당부분이 아직 시대에 뒤처져 있으며 특색이 없는데 향후 새로운 시대에서는 재무 전공 역시 새로운 교육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오 학장에 따르면 예컨대 기업이 미국에서 상장하려고 한다면 국내 회계뿐 아니라 미국 회계법까지 공부해야 하며 동시에 외국어 수준 역시 높아야 한다며 이같은 종합적인 역량을 갖출 경우 로봇의 출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란 의미다.

이에 주요 재무 업무를 담당하면서 기업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인재로서의 성장이 필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