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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변할 수 있을까서현진 본사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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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03  22: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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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기업 역사를 들여다 보면 몇 가지 전설적인 사건들이 눈에 들어온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지 못해 시장 주도권을 놓친 기업들의 얘기다.

1980년대까지 IBM은 제국시대의 영국을 빗대어 '해가 지지 않는 컴퓨터 왕국'으로 통했다. 1970년대 PC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지만 IBM은 철밥통이었다. 어떻게 우리가 저 따위 작은 물건을 만들 수 있느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애송이' 빌 게이츠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모든 책상에 컴퓨터를 올려놓겠다(Computer on the desk)'는 비전을 갖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다. 세상은 애송이의 꿈대로 바뀌었다. IBM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왕좌를 물려주고 평범한 컴퓨터회사의 하나로 돌아갔다.

카메라 필름의 대명사 코닥의 파산은 한편의 희극을 보는 듯하다. 1880년대 창업 초기 코닥의 모토는 '당신은 카메라 버튼만 눌러라, 사진은 우리가 완성한다(You push the button, we do the rest)'였다. 사진에서 필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었지만 필름 없는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한 1990년대에도 이 모토는 변하지 않았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디지털카메라가 코닥에서 처음 발명됐고 관련 특허도 1000건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결국 코닥은 창업 131년째인 지난해 1월 적자를 견디지 못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핀란드 국부의 3분의 1이라던 휴대폰 회사 노키아의 비극은 차라리 충격적이다. 잘나가던 시절, 그러니까 2000년대 초반까지 노키아의 모토는 '사람간의 접속(Connecting people)'이었다. 휴대폰 회사로서는 최상의 슬로건이었겠지만 2010년부터 불어 닥친 스마트폰 열풍 앞에서는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었다. 문제는 판세를 읽는 노키아의 자세였다. 접속 패러다임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람과 '정보'로 바뀌었지만 노키아는 여전히 휴대폰 명가의 재건만을 꿈꾸었다. 결국 노키아는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수모를 겪었다.

변화의 귀재 구글은 오늘날 리딩 컴퍼니의 자세가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세계 최고의 검색서비스를 지향하는가 싶더니 휴대폰 제조회사 타이틀에 욕심을 낸 게 엊그제다. 아직 개념도 확립되지 않은 양자컴퓨팅에 투자하면서 SF수준의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나선 것도 그렇다. 2007년부터 자율주행자동차(self driving car ∙ 로봇자동차)사업에 나선 것은 변신의 백미다. 그런 구글에게 기업의 정체성을 논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구글의 궁극적인 목표가 '사람들부터 가장 사랑 받은 기업'에 있다는 점이다.

로봇자동차 얘기가 나왔으니 자동차업계 얘기를 하나 해보자. 변화에 무감한 업종 가운데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분야가 자동차 업계이다. 그런 자동차업계에 올해 로봇자동차 바람이 불어 닥치면서 너도나도 차종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세계 10대 자동차그룹 가운데 8개 그룹이 이 대열에 동참했다. 모두가 나서 미래에 대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조만간 로봇차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다. 다만 그 시기가 관건일 뿐이다. 가장 늦게 뛰어든 닛산이 2020년까지 상용차를 내놓는다고 하니 적어도 지금이 시장이 꿈틀거리는 때인 것만은 분명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의 희망'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차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는다. 대열에 동참하지 못한 2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현대차그룹이다. 물론 임직원들의 로봇차에 대한 관심은 그 어떤 회사보다 높다고 한다. 얼마 전 '2013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이라는 사내공모전에서는 본선 진출 10개 작품 가운데 5개가 로봇차 관련 아이디어였다. 시각장애인용 로봇차를 개발한 데니스 홍교수가 임원대상의 특별강연에서 환대 받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사보에 소개되는 것만 해도 그렇다. 이런 관심과 열정이 구체화되지 못한다는 것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어떤 장애가 있다는 의미다. 만약 그것이 최고 의사결정단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상황은 민감해진다.

IBM,코닥,노키아가 세계 최고기업에 올랐던 것은 한때 강력한 최고경영자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사례는 수많은 경영학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한다. 하지만 교과서들은 또한 그런 기업들을 왕좌에서 내려오게 한 것도 그들 최고경영자였었음을 빼놓지 않고 지적한다. 세계 최고에 오른 다음부터 세상의 변화에 둔감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대차가 한국 최고기업을 넘어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저로 도약한 것을 두고 기적이라고들 한다. 그 배경에 강력하고 독특한 오너십 문화가 자리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바로 그 오너십 문화로 현대차가 경영학 교과서에 오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지고 있다. 안타깝지만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서현진 본사 편집고문

서현진 기자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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