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위터에 올라온 동영상 중에 로봇이 봉을 잡고 춤을 추는(pole dancing) 장면을 본 적이 있는지. 이 영상에서 머리에 CCTV 카메라가 달린 로봇은 하이힐을 신고 엉덩이를 야릇하게 흔들며 폴대를 잡고 춤을 추고 있다.

로봇은 디스토피아,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상실 공포, 부조리에 대한 두려움 등 많은 담론을 만들고 있지만 봉춤 추는 로봇의 의미는 무엇일까. 단지 예술이거나 가십거리일까.

‘더 버지’에 따르면 이 로봇은 영국의 아티스트 자일즈 워커(Jiles Walker)의 2008년 작품이다. 총 3대 중 2대는 카메라를 지닌 봉춤 로봇이며 나머지 하나는 확성기 머리를 갖고 있는 DJ 로봇이다. 이 로봇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로봇공학이나 작업 자동화가 아니라 감시, 관음증에 관한 것이다.

워커는 "내가 이 로봇을 만들었을 때 런던 전역에 CCTV 카메라가 설치됐으며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감시가 심한 사회가 됐다"고 말한다. 그는 "계속 이 같은 주제로 작업을 해왔으며 관음증은 그것이 도촬자든, 감시자든 간에 관계에서 힘을 가지게 된다"고 지적한다.

워커는 당시 영국 정부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s)의 존재 여부를 조사한 문서가 단지 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해 과장됐다는 보도를 보며 이를 착안했다. 그는 "문서가 그런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면 CCTV 카메라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고 이것이 이 봉춤 로봇 개발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로봇은 개발 이후 여러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로봇 사진과 동영상은 매 순간 온라인에서 재현되며 워커는 기술 컨퍼런스, 축제 및 기타 행사에서도 그들을 선보인다. 초청 비용은 하루 1000~1343파운드 가량이다.

로봇은 B급 SF영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기술적으로는 복잡하지 않다. 상점의 마네킹을 재활용했으며 윈도스크린 와이퍼 모터에 의해 구동되고 간단히 사전 정의된 루프에 의해 동작이 제어된다. 워커는 "당시 온갖 폐품을 활용해 이 로봇을 만들었으며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은 전형적인 구식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워커의 다른 프로젝트로는 브레이크다운 클론(Breakdown Clown;말하기 패턴이 서서히 퇴화하면서 독백하는 애니매트로닉 조각), 최후의 만찬(테이블 주변에서 말하고 논쟁하고 담배를 피우는 13개의 조각들), 그리고 게릴라 미술로 도시에 배치된 일련의 노숙자 로봇 등이다.

워커가 또 하나 주목하고 있는 것은 성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로봇이다. 성차별과 차별의 오랜 역사 속에서 아무리 갓 태어난 첨단 테크분야라고 해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워커는 이러한 이슈를 염두에 두고 로봇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계속 고민하는 주제라고 말했다. 그는 "섹스봇의 부상은 내 조각품에 특별히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며 "이번 로봇은 관음증에 관한 이미지를 위한 것이지만 약간의 육감적인 움직임을 하는 섹스봇으로도 어필하고 있다"고 말한다. 워커는 앞으로도 다양한 로봇 실험을 통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