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토미(Shintomi) 요양원에서는 남녀 노인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운동 지침에 따라 잘 알려진 동요를 부르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 이들의 활동을 이끄는 것은 인간 헬스케어 전문가가 아니라 소프트뱅크가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이다. 그 사실을 알고도 요양 노인들은 열심히 박수치며 열정적으로 따라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간병 로봇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의 잠재력에 대한 기획기사를 게재했다. 일본은 첨단 로봇 공학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많은 회사들이 노인들을 돌보는 '간병 로봇'에서 큰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인구의 4 분의 1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 인구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어 간병 근로자가 크게 부족한 상태이다. 많은 일본인들이 로봇과 문화적 친화력을 지니는 것은 오랜 로봇 개발 이외에 필요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요양원 노인들 로봇 간병사에 호응

아직 시장은 작다. 일본 정부는 2020년경이면 2015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543억 엔(약 4억 8000만 달러)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는 산업 및 서비스 로봇의 규모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원인 중 하나는 비용에 있다. 가격이 높아 소수의 개인만이 로봇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들은 부분적으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주요 고객인 양로원도 보조금도 받는다. 현재 로봇을 테스트하고 있는 간호 치료 기관은 약 5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이버 다인 요추 지원 수트

고가의 장비를 만드는 로봇 업체 사이버다인(Cyberdyne)의 창립자 요시유키 산카이(Yoshiyuki Sankai)는 "스티브 잡스가 개인용 컴퓨터를 발명했을 때에도 시장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AIG와 같은 민간 보험사를 설득해 일부 제품의 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신토미 요양병원과 다른 곳에서는 장비의 대부분이 작업자가 환자를 들어올리거나 이동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가전 제품 제조사인 파나소닉의 침대는 2개로 분리되는데 그 중 하나가 휠체어로 변한다.

사이버다인의 요추 지원 수트는 착용자의 신체에서 생체 신호에 반응하고 간병인이 구부리거나 들어 올릴 때 도와준다. 환자가 가장자리 근처에서 움직이고 떨어질 위험이 있을 때는 침대 위에 있는 센서가 작업자에게 경고를 보내기도 한다. 일부 가정에서는 신체의 배설 센서가 장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해 화장실이 필요할 때를 예측해준다.

인간 간병사 대체는 시기상조

소통하면서 동반자 역할을 하는 로봇은 신토미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파로는 일본의 인텔리전트 시스템(Intelligent System)에서 개발한 물개로봇으로 손발과 소리에 반응하면서 말을 거는 환자들을 돌아보고 코를 비비기도 한다. 소니의 아이보는 노인들에게는 또다른 애견이 되었다.

페퍼와 같은 다목적 로봇은 특히 유망한 것처럼 보인다. 공항이나 은행 등 다른 비즈니스에서는 페퍼가 고객 서비스 전문 로봇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양로원에서는 야간에는 환자와 이야기하고 복도를 감시하는 것은 물론 운동 수업을 주재하기도 한다.

로봇 기술은 만약 인간 간병인을 대신할 기계가 있다면 훨씬 더 심화될 것이다. 신토미의 매니저 유카리 세키구치(Yukari Sekiguchi)는 "로봇이 남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리기 전에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봇이 누군가가 차 한 잔을 원하는 걸 한번 보고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인간은 가능하다"며 "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은 수동적인 임무보다는 로봇을 이용해 해결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고 덧붙였다. 소프트뱅크 로봇 사업부를 운영하는 케니치 요시다(Kenichi Yoshida)는 "지금은 인간만이 환자의 치아를 닦거나 면도하는 것과 같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토미의 많은 노인들은 인간 간병인보다 로봇에 더 열중하고 있다고 세키구치는 전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로봇을 사용하면 거주자의 3분의 1 이상이 적극적으로 자율 활동을 벌일 수 있다. 로봇 공학의 얼리어답터들은 인생 후반기에 있는 노인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