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터진후 6년만에 로봇이 격납용기 내부에 흘러내린 핵연료 파편을 발견하는 등 원자력 발전소 해체와 주변 지역 정화 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즈 '마틴 팩클러(Martin Fackler)' 기자는 도쿄전력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최근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원전내 연료 파편의 수색 작업과 발전소 주변의 정화 작업 진척 상황을 소개했다.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한 뉴욕타임즈 기자는 우선 4명의 엔지니어들이 여러 대의 모니터 앞에서 웅크리고 앉아 게임 콘트롤러처럼 생긴 것을 잡고 조작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들 엔지니어들은 한달 가까이 오염된 후쿠시마 원전에 투입되는 소형 로봇을 조작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일찍 투입된 로봇들은 엄청난 방사능 때문에 전자회로가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잔해더미에 막혀 핵심 부분에 접근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도쿄전력이 투입한 ‘미니-만보(mini-Manbo)’ 로봇은 방사능에 내성을 갖고 있는 재료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탑재된 센서는 로봇이 장애물을 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미니-만보는 신발 포장 박스의 크기에 불과하지만 작은 프로펠러를 이용해 드론처럼 물속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미니-로보는 사흘간 붕괴된 발전소 내부를 조심스럽게 이동하다 심각하게 손상을 입은 3호기(Unit 3 reactor)에 도착했다. 로봇은 발전소 바닥의 큰 구멍 부분을 촬영해 전송했다. 그 밑에는 경화된 용암같은 덩어리가 있었다. 이 영상은 흘러내린 우라늄 연료의 첫 번째 이미지다.
원전 사고 당시 6개의 발전소 가운데 3개가 과열되면서 우라늄 연료봉이 격납용기 바닥으로 촛농처럼 흘러내렸다. 이 연료는 격납용기 주변의 강철벽과 콘크리트 바닥을 태워버렸다. 이렇게 흘러내린 핵연료가 어디까지 흘러들어갔는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로봇이 내부 영상을 전송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당국은 재난 상황을 제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은 미니-만보와 ‘뮤온(muon)' 우주 입자를 사용하는 대형 X레이 장비를 투입해 원자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일본 정부와 원전 관계자들은 후쿠시마 원전의 폐기와 정화 작업이 본격화되면 여론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전력의 다카히로 키모토 관리부장은 “그동안 핵연료가 정확하게 어디에 있고,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지만 이제는 확인했고 추적 계획을 수립할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원자력 발전소를 하나의 거대한 정화 지역으로 간주하고 있다. 현재 7천명의 사람이 이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새로운 대형 물탱크 건조 작업을 진행하고 방사능 폐기물을 새로운 처리장으로 옮기는 일이다.
발전소 접근은 1년전보다 훨씬 용이해졌다. 1년전에는 방문객들이 특수 제작된 보호 의류를 바꿔입었지만 지금은 가장 위험한 지역을 제외하곤 야외복을 입고 이동할 수 있다. 도쿄전력측은 발전소 주변의 오염된 토양의 봉인 작업이 완료됐기 때문에 발전소 접근이 과거보다 용이해졌다고 설명한다. 물론 발전소 주변의 통행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현저하게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사람들은 방사능을 측정할수 있는 뱃지를 달고 다닌다. 작업자들이 휴식하는 빌딩 내 카페테리아나 편의점에선 작업자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발전소 입구에는 “시설 내에선 포켓몬고와 같은 게임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발전소 해체 작업을 진행 중인 도쿄전력 자회사의 다이스케 히로세 대변인은 “우리는 잔재 정화 작업을 마쳤고, 발전소를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실은 대재앙 10주년을 맞는 오는 2021년을 중요한 목표 시점으로 제시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최소한 1개의 발전소 안에서 핵연료를 추출한다는 계획이다.일본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의 완전 정화에 앞으로 30~40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예산은 수백억 달러가 들어갈 전망이다. 사고 현장 주변에는 1억 달러의 예산을 들여 연구 센터 건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발전소 내부에 들어가 흘러내린 연료를 회수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지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소련 정부는 발전소를 콘크리트로 덮은데 비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을 해체하고, 방사능을 완전 제거하겠다고 공약했다. 원전 주변에는 사고가 나기 전에 16만명에 달하는 주민이 살고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다. 하지만 원전 시설을 완전 해체하기 전까지는 사고가 진정으로 종료됐다는 것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 정부 당국과 도쿄전력측은 원전을 성공적으로 헤체하면 재난 후 가동을 중단한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과학자모임(Union of Concerned Scientists:UCS)'의 '데이비드 로흐바움' 디렉터는 “그들은 매우 꼼꼼하게 일을 하고 있으며 불운을 피하기 위해 주의를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신뢰를 얻기 원하며 신뢰를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