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금지된 행성' 당시의 로봇 '로비'

1956년 개봉한 프레드 윌콕스 감독의 SF 영화 '금지된 행성(Forbidden Planet)'에서 출연했던 로봇 '로비(Robby)'가 경매 시장에 나왔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로비는 사설 경매업체인 본햄(Bonhams)이 11월 21일 뉴욕에서 진행하는 영화 기념품 경매 ‘세상 밖으로(Out of This World!)’에 등장한다. 예상 판매 가격은 수백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본햄은 컨트롤 패널과 알테어 IV 행성에서 조종한 미래형 육상 차량, 그리고 원래의 MGM 포장 나무상자도 함께 경매에 부친다.

우뚝 솟은 모양의 7피트(213cm) 로봇 로비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1927)'의 머신엔멘쉬(Maschinenmensch), '지구 최후의 날(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1951)'의 고트(Gort)와는 달리 획기적인 캐릭터를 보여줬다. 위협적으로 보이지만 로비는 인간과 잘 섞였고 마빈 밀러(Marvin Miller)의 포스트 프로덕션에서 제공한 목소리는 우렁차면서도 대화형이었다.

외모 역시 인상적이다. 롤 모양의 다리, 소용돌이 치는 가슴과 헤드 부품들 그리고 그가 말했을 때 불을 밝히는 파란 네온 튜빙은 이내 로비를 로봇의 고전으로 등극시켰다. '금지된 행성' 이후 로비는 '트와일라잇 존', '애덤스 패밀리', '로스트 인 스페이스', '콜롬보', '헤이젤' 등에 출연했다. 여러 종류의 장난감으로 만들어진 건 물론이다.

로비 소유자인 빌 말론(Bill Malone, 70세)은 "그는 생각보다 아름다웠다"며 "'금지된 행성'에서 로비가 1940년대의 보일러통처럼 생긴 로봇이었다면 아무 감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1956년 금지된 행성에 나왔던 로비의 로봇 짚(Jeep)

로비는 영화사 MGM 디자이너와 기술팀이 수화물을 위해 종종 사용하는 ABS 플라스틱 로열라이트(Royalite)로 만들었다. 비용은 10만 달러 정도. 전자 장치는 케이블로 연결된 숨은 컨트롤 패널이나 실제 움직임을 수행한 코스튬 안의 오퍼레이터를 통해 작동된다.

말론씨는 "어렸을 때는 로비가 진짜라고 완전히 믿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는 1970년에 짐 브루커(Jim Brucker)에게 팔았는데, 그는 지금은 없어진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무비 월드 장소에 로비를 전시했었다. 1979년 말론이 브루커에게 싼 가격으로 로비를 구입한 이후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었다. "매일 아침 로비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게 일상이었다"고 말한다.

아직 건강한 말론씨가 로비를 경매에 내놓기로 한 것은 로비의 미래를 생각해서이다. 일본 여행객들이 로비를 보기 위해 마치 투어하듯 방문한 적이 있는데 로비를 대학이나 박물관에 두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금지된 행성'의 마지막 생존자인 얼 홀리먼(Earl Holliman, 89세)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로봇과의 작업은 힘들었다"며 "내가 로비와 이야기할 때마다 스크립트 감독자가 카메라맨 옆에 앉아 있어 어색했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