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뱅크의 CEO인 존 크라이언(John Cryan)

도이치뱅크 CEO가 향후 직원 절반을 로봇으로 교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혀 로봇의 일자리 대체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특히 이미 일부 업무를 기계로 대체해나가고 있는 도이치뱅크 최고 의사결정자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실리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도이치뱅크의 CEO인 존 크라이언(John Cryan)은 최근 기술이 눈에 띄는 해고를 가져올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크라이언은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9만 7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는 메이저 동종 기업들의 2배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하고 "현재 수동적인 작업에 의존해 오류가 발생하기 쉽고 비효율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머신러닝과 기계화가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절반까지도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이 크라이언의 견해다.

그동안 로봇과 AI의 일자리 대체에 대한 논의는 대세론과 함께 실체가 과장됐다는 의견까지 분분하다.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는 "로봇이 우리보다 잘하기 때문에 분명히 직업상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AI는 인간 문명의 근본적인 위험"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반해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Bill Gates)나 페이스북 마크 주커버그는 로봇과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과장돼 있다고 말한다. 옥스포드대학의 연구는 향후 20년 내에 미국의 직업 중 47%가 로봇, 자동화 기술 및 자동 지능으로 교체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크라이언의 발언이 중요한 것은 단지 계획이나 예측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이치뱅크는 2015년 말 5년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9000명 직원을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약 4000개 일자리를 없앴다. 인력 조정에도 업무가 차질이 없는 것은 기술로 이를 대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크라이언의 설명이다. 앞으로 대체될 위험에 처해있는 직원 수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역시 '큰 규모'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9월에도 "도이치뱅크의 많은 회계사들이 주판을 사용하면서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며 "이들의 업무가 간단한 기술로 대체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더 나아가 도이치뱅크뿐 아니라 전 산업 영역에서 로봇이 근로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크라이언은 "우리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며 사람들은 시간을 보내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진실은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도이치가 이같은 변화를 겪는 이유 중 하나는 소비자 뱅킹이 온라인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지점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많은 직원들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