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더 워크숍의 로봇

첨단 과학기술 업종에서도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성차별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어릴 적부터 로봇을 통한 성중립적인 STEM 교육을 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와이어드’는 최근 ‘로봇이 소녀들의 과학기술 분야 진입을 도울 것인가?(Can robots help get more girls into science and tech?)’라는 기사에서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 인력 부족 현상을 언급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로봇을 제시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미국 엔지니어의 12%만이 여성이다. 컴퓨팅 분야의 여성 노동 인구는 약 26%로 그나마 좀 낫지만 1990년의 35%와 비교하면 크게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여성을 STEM 관련 직업으로 유도하고 있지만 유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실리콘밸리와 다른 고용주들이 여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 와이어드의 분석이다. 미묘하지만 명백한 차별이 여성으로 하여금 노동 시장에서 이탈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사회는 여전히 성차별의 고정관념을 양산하고 이를 구조화시킨다. 습관처럼 '남자 애들이 여자 애들보다 만들기를 더 좋아하지' 같은 표현들 말이다.

로봇이 소녀들의 STEM에 대한 관심 높여

성차별처럼 복잡한 문제에 하나의 해결책은 없지만 약간 다른 접근이 있다면 로봇이다. 로봇이 일터에서 다양성을 구현한다거나 모든 일을 성별 개념을 제거해 처리하지는 않지만 소녀들을 STEM에 더 흥미를 갖도록 할 수는 있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로봇 키트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장난감으로 청소년들이 제작 및 코드 작성 방법을 익히도록 해준다.

장난감을 활용하는 것은 아이들이 과학과 공학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쓰는 방식이다. 효과를 위해 성별에 따라 다르게 구성하기도 한다. 가령 루미네이트(Roominate)는 소녀용으로 구성된 제작 키트이며 불리언박스는 소녀들에게 코드 작성을 가르친다.

터프츠대학 인간 개발 분야의 아만다 설리번(Amanda Sullivan)은 "때로는 소녀들을 위해 특별한 레고가 필요하거나 핑크색과 보라색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가끔 불편함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그녀는 “핑크와 보라색의 툴들이 소녀들의 참여도를 높여준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아이들을 위한 도구와 책, 물건들이 더 많이 나오는게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래서 이를 실험으로 옮겼다. 설리번은 특별히 키보(Kibo)라고 불리는 비성별화(non-gendered)된 로봇 키트 효과를 테스트했다. 아이들은 특정 명령을 나타내는 블록과 함께 묶은 롤링 로봇을 프로그래밍하게 된다. 여기에는 남성성 또는 여성성에 대한 어떤 느낌도 없으며 그저 빈 슬레이트일 뿐이다.

“별도 키트보다 모두를 위한 로봇을”

키보와 작업하기 전에는 소년들은 소녀들보다 엔지니어가 되는 것을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작업 이후 소년들은 의견이 달라지지 않은데 반해 소녀들은 소년과 똑같이 공학적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키보와 함께 하지 않은 통제 그룹의 소녀들은 의견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설리번은 "로봇은 일반적으로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 모두에게 신기한 것이기 때문에 소녀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뭔가 특별한 것을 만들기보다는 키보와 같은 (비성별화된) 로봇 키트를 통해 수업에서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성중립적인 로봇 키트를 통해 여학생들이 엔지니어링에 관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소녀들이 로봇을 구매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을 통해 스스로 균형을 잡는 스쿠터 인형을 판매하는 스마트걸즈(SmartGurlz)의 CEO겸 공동창업자 샤르미 알브레치슨(Sharmi Albrechtsen)은 "판매 데이터를 살펴보면 소녀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며 "성중립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조차도 데이터를 보면 분명히 편견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성을 특정해 판매하는 것은 적어도 부모가 구매를 원할 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성중립적 로봇 제작에 노력하는 로봇 업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성에 무관한 신세대 장난감을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원더 워크샵(Wonder Workshop)’이라는 회사는 비성별화된 로봇 대시(Dash)와 큐(Cue)를 내놓고 있다. 시제품을 제작할 때는 소년, 소녀들과 함께 디자인을 테스트한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비카스 굽타(Vikas Gupta)는 "우리가 소녀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이것이 자신들의 장난감이 아니라 오빠나 남동생이 가지고 놀만한 것이라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자동차나 트럭처럼 보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작팀은 바퀴를 감추었다. 그랬더니 소녀들이 모두 갖고 놀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굽타는 "우리가 알아낸 중요한 사실은 모든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선입견을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뭔가를 보면 이미 본 것과 같은 것을 다시 그려낸다는 것이다.

스마트걸즈의 알브레치슨은 “우리가 실제로 찾아낸 재미있는 사실은 많은 소년들이 놀이에 참여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라며 “실제 우리 제품을 가지고 노는 많은 소년 고객들이 있다”고 전했다.

어린이가 무엇에 관심을 갖든 부모와 교육자들은 동기 유발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점점 더 멋지고 더 세련되고 더 저렴한 로봇이 소녀들을 과학기술 분야로 끌어들이는 해결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와이어드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