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이 인간의 기존 일자리를 빼앗지는 않았지만 일자리 증가를 억제했으며 중간급 숙련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쿼츠’에 따르면 뷔르츠부르크, 만하임, 뒤셀도르프 하인리히하이네 대학 연구자들은 지난 20년간 독일의 고용 데이터를 조사해 산업 생산성 증가가 독일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했다.

유럽의 가장 강력한 경제 및 제조 강국 독일은 지난 20년 동안 산업용 로봇 수를 4배로 늘리면서도 인간의 일자리를 줄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4년 독일은 1000명 근로자 당 약 2대의 산업용 로봇을 설치했는데 이는 미국과 비교해 4배 많은 것이다. 2014년에는 독일 노동자 1000명당 7.6대의 로봇이 설치됐다. 미국은 겨우 1.6명이었다. 1994년에 비해 2014년에 1000명당 60~100대의 로봇이 추가로 설치됐다.

연구팀은 로봇 사용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내 전체 고용에 있어 어떠한 변화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산업 구조와 인구 통계를 고려하면 그 영향이 0에 가깝다"고 밝혔다.

로봇, 일자리 증가 억제와 임금 삭감 요인

로봇은 직업 역학을 변화시키고 있다. 산업용 로봇이 독일 경제의 총 작업의 수를 줄이지는 못했지만 평균적으로 한 대의 로봇이 두 개의 제조 작업을 대체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1994년에서 2014년 사이 약 27만 5000개의 풀타임 제조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었으나 로봇으로 인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공동 저자인 뒤셀도르프 경쟁경제연구소 옌스 수드쿰(Jens Südekum) 연구원은 "제조 로봇이 설치되어 로봇으로 인해 노동자가 해고된 것은 결코 아니다"며 "대신 로봇으로 인해 많은 산업에서 더 적은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젊은 노동 시장 근로자의 약 25%가 제조 분야로 들어갔고 나머지는 다른 일을 했다"며 "이제는 더 많은 근로자가 서비스 부문에서 직업을 시작하는데 로봇이 제조업 진입을 막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또한 이미 자동화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전과는 다른 역할을 수행하겠지만 직업 자체는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파악했다. 다만 중급 숙련 노동자의 수동적, 일상적 업무에 대해서는 임금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독일 노조의 유연함이 일자리 유지의 비결

결론적으로 이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은 로봇 때문에 해고된 노동자는 없지만 로봇이 사람들의 임금을 삭감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수동 작업과 일상적인 업무를 진행하는 중견 숙련 노동자는 대부분 영향을 받았다. 제조업 근로자의 약 75%는 중급 숙련 노동자이며 임금 삭감 정도는 아직까지 온건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독일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로봇을 선호한 독일에서 해고가 일어나지 않은 핵심 이유 중 하나는 고용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탄력 임금제를 받아들인 강력한 노동조합 및 노동 협의회의 역할 덕분이다. 수드쿰은 "물론 독일에서는 노동조합이 임금 설정에 대해 강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며 "다른 나라의 노동조합과는 달리 일자리 보장을 위해 임금 삭감을 수락하는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로봇은 생산성과 이익을 증가시켰고 사람들을 실업 상태로 몰아넣지는 않았지만 이는 블루칼라 노동자에게는 그다지 좋은 소식이 아니다. 그는 "중급 숙련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는 사이 관리자와 과학자,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과 같은 고급 인력들은 임금에서 이익을 봤으며 심지어 로봇으로 인해 더 많은 임금을 받았기 때문에 로봇이 불평등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