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로봇공학자(Young Robot Engineer)' 코너는 한국로봇학회와 로봇신문이 공동으로 기획한 시리즈물로 미래 한국 로봇산업을 이끌어 갈 젊은 로봇 공학자를 발굴해 소개하는데 있다.

열번째 인터뷰이는 ETRI 고우리 박사다. 1986년생으로 전남과학고를 거쳐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으로 학사 및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순수 토종 연구자이면서 젊은 로봇공학자다. 졸업 후 올해 3월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로보틱스연구본부 HMI (Human-Machine Interaction) 연구그룹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 및 관심분야는 △인간-로봇 상호작용(Human-Robot Interaction) △소셜로봇 △로봇의 행위를 생성하는 기술 등이다. 2011년 FIRA(세계로봇축구연맹) 주최 로보월드컵 로보솟(RoboSot·카메라 장착 로봇 자율 축구) 종목 3위, 2102년 FIRA(세계로봇축구연맹) 주최 로보월드컵 로보솟 종목 3위, 안드로솟(AndroSot·휴머노이드형 로봇축구) 종목 2위를 차지하였다. 2013년 미국에서 열린 제2회 RITA(Robot Intelligence Technology and Applications) 국제 컨퍼런스 최우수 논문상(Best Paper) 수상, 2104년 '휴머노이드 로봇의 복합작업 수행을 위한 행동선택 알고리즘'으로 제어로봇시스템학회로부터 WISET-ICROS 젊은 여성연구자상을 수상했다.

▲ETRI 고우리 박사

Q. 최근에 하고 있는 연구를 소개 해 주신다면.

ETRI HMI 연구그룹은 사용자 정보(신원ㆍ위치ㆍ행동) 인식 기술, 인간-로봇 소셜상호작용 기술, 군전술ㆍ스포테인먼트 시뮬레이터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그룹에서 저는 ‘고령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실환경 휴먼케어 로봇 개발’ 과제를 수행 중이며, 그 과제에서 로봇의 대인관계지능을 구현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의 목표는 로봇이 사용자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행동을 생성함으로써 긍정적인 관계형성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다가올 때에는 인사를 해야하며, 손을 내밀 때에는 악수를 청하는 것 입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개발자가 로봇의 행동 룰을 모두 프로그래밍 하는 것이지만, 로봇에게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법을 정의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로봇 스스로 사람-사람 상호작용 장면을 보고 그들의 행동 방식을 학습하고 생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 상황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으로 로봇의 행위를 생성하는 연구가 HRI(인간-로봇 상호작용:Human-Robot Interaction) 분야에 적용된 바는 거의 없기에 매우 도전적인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Q. 주요 관심분야 및 연구분야가 HRI, 소셜 로봇 분야인데 관련 연구분야의 최근 동향은 무엇이 있나요.

소셜 로봇의 HRI 기술은 ‘사용자 인식’, ‘음성 인터페이스’, ‘지능’ 기술들로 분류하는데요. 이 모든 분야에서 ‘딥러닝’ 기법을 적용하는게 최근 추세입니다. 사용자의 음성, 얼굴 및 제스처 등을 인식하기도 하고, 사용자에게 사진의 내용을 말로 설명해주기도 하며, 영상 정보로부터 자신이 해야할 행동을 추론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기법은 복잡한 신경망을 학습시킴으로써 사람이 설명할 수 없는 추론 과정을 구현하는 것이기에 많은 양의 학습 데이터가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그래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도쿄대, 도쿄공업대학(Tokyo Tech)등에서는 사람 간의 상호작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소셜 시그널들을 분석하는 연구들을 활발히 진행 중이며, 위스콘신-메디슨(Wisconsin-Madison) 대학, 예일대에서는 사람의 행위 인식 결과를 바탕으로 자동적으로 로봇의 소셜 반응 행위를 학습하고 생성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연구들이 발전한다면 사람과 같은 대인관계지능을 가진 로봇이 등장하게 되겠지요.

Q. 로봇의 행동을 생성하는 기술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하셨는데 이러한 기술은 주로 어디에 사용되는 것인지요.

UCLA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에 의하면 전체 커뮤니케이션 가운데 언어는 불과 7%를 차지하고 나머지 93%는 비언어적 메시지(38%는 음성 톤, 55%는 제스처)라고 합니다.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 같은 행동이 사람과 사람간 의사소통에 있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로봇이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겠지요. 이것이 제가 행동 생성 기술을 연구하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주로 소셜 로봇에 적용될 수 있는데요. 엔터테인먼트 로봇에 적용된다면 사용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유지할 수 있는 행동을 생성하도록 하며, 가이드 로봇은 전달해야 하는 정보를 부연 설명하도록, 홈 서비스 로봇은 사용자의 감정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행동을 생성하도록 하는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KAIST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전기 및 전자공학을 전공하셨는데 세부 전공은 무엇이었고, 올해 받은 박사학위 논문 제목과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학사 때는 세부 전공이라는 것이 없이 모든 수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프로그래밍이나 제어 수업을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석·박사 때에는 신호 및 시스템 연구 그룹에 속한 김종환 교수님이 맡고 계신 '로봇지능기술연구실'에서 연구했습니다. 그렇기에 세부 전공을 물으시면 ‘로봇 지능 기술’이라고 해야겠네요.

올해 받은 박사학위 주제는 “다대일 인간-로봇 상호작용을 위한 발달형 일화기억 기반 생각 메커니즘의 샴쌍둥이 로봇”입니다. 해당 논문에서는 여러 사람이 있는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는 ‘샴쌍둥이 형태의 로봇 플랫폼’과 이 로봇이 현재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를 결정하는 생각 메커니즘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만약 먼 거리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다면 ‘두 팔을 흔들기’와 같은 큰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가까운 거리에 사람이 모여 있다면 ‘놀람’과 같은 동적인 얼굴 표정을 지어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여러 사람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교 교사, 안내, 홍보용 로봇 등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샴쌍둥이 로봇 '샴봇(Siambot)'

Q. 세계 최초로 샴쌍둥이 형태의 로봇을 한국연구재단 도약연구지원사업으로 제안하였는데 어떤 로봇인지 궁금하고, 이러한 연구를 제안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기존의 학교 교사, 안내, 홍보용 로봇들은 머리가 하나인 로봇 플랫폼을 사용하였는데요. 사람과 닮아 매우 친숙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여러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 자신의 뒤쪽에 있는 사람들과는 상호작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존재하는 샴쌍둥이와 같이 머리 두 개, 팔 두 개를 가진 샴쌍둥이 형태의 로봇 플랫품을 제안하여, 앞, 뒤쪽 사람 모두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 로봇은 한 몸에 존재하는 두 개의 인격체가 서로 다른 행동을 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하드웨어 자원을 최소화하여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한 로봇 플랫폼입니다.

Q. 로봇을 하게 된 동기?

저는 다른 사람에 비해 로봇을 시작한 시기가 늦은 편입니다. 주변 연구자들이 학부 때나 또는 그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로봇 활동을 했던 것에 비해 저는 대학원 연구실에 들어와 처음 접하게 되었으니까요. 늦게나마 로봇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제가 흥미롭게 들었던 제어와 프로그래밍 등의 학부 수업의 내용을 모두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로봇 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로봇 분야는 센서, 모터 등과 관련된 부품, 제어 기술부터 시각, 청각, 추론과 같은 지능기술까지 구현할 요소가 많으며, 적용 분야도 제조부터 의료, 교육, 문화 등 다양하여 사회적으로 기여할 부분도 많습니다. 실제 로봇 시장은 규모뿐 아니라 활용분야까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생각합니다.

Q. 나에게 로봇이란?

저에게 로봇은 항상 도전과제 입니다. 풀고자 하는 문제를 풀었더라도 환경이 달라지거나 제약에 생기면 안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것을 ‘데모의 법칙’이라고 많이 합니다. 데모만 하려고 하면 멀쩡한 것도 안된다고요. 하지만 그것을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은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2013년 미국 덴버에서 열린 제2회 'RITA 국제 컨퍼런스'에서 최우수 논문상(Best Paper) 수상 모습

Q. 로봇 연구자로서 앞으로의 꿈과 목표는?

로봇 연구자로서의 가장 큰 목표는 최첨단 로봇 지능 기술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돌보는 것입니다. 현재에도 장애인, 노인, 노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많은 사회적 정책이 존재하지만, 그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기 위한 인력 지원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입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를 로봇 지능 기술로 해결하고자 합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로봇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사용 가능하기에, 그들의 바로 곁에서 편의를 제공하고 위험을 모니터링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심리적인 안정을 제공하고 심리 치료를 동반하게 된다면, 미래에 소비하여야 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공공의 편의를 도모하는 기술을 개발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Q. 로봇연구자가 되기 위해서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 후배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로봇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는 센서, 모터 등의 하드웨어 관련 지식과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스킬이 필요합니다. 우선은 이와 관련된 이론적인 백그라운드를 배워야 하겠지요. 하지만 로봇이 워낙 실제 환경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실전 문제를 풀면서 배우는 것이 제일 확실한 방법입니다. FIRA(세계로봇축구연맹)나 로보컵(RobuCup) 등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국내외 대회들이 많으니 참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향후 유망한 로봇 분야를 꼽는다면, 그리고 이유는?

유망한 분야를 하나만 꼽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동차, 전기·전자 산업 등에 활용되는 산업용 로봇은 스마트 로봇으로 진화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의료ㆍ군사 등에 활용되는 전문서비스 로봇은 2014년도에 150% 정도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바 있습니다. 더불어 청소 로봇 등의 개인 서비스 로봇은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을 만큼 가장 안정적인 시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나 휴먼케어 분야의 시장이 더 확대되어 1가구 1로봇의 시대가 빨리 도래했으면 좋겠습니다.

Q. 국내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저는 아직 로봇 산업에 뛰어들었다고 할 만큼 많은 경험을 하지 않아 조언을 할 위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연구하면서 불편했던 점은 현재 로봇의 핵심 부품들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아 구매나 수리를 하게 되면 개발 기간이 장기화 됩니다. 카메라 센서나 모터 등의 주요 부품들을 모두 수입해서 쓰는 실정이니까요. 로봇 핵심 부품의 내재화를 통해 개발 기간도 단축하고 로봇 완제품의 가격경쟁력도 확보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연구에 주로 영향을 받은 교수님이나 연구자가 계시다면...

연구 영향은 석·박사를 지도해주신 김종환 교수님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았습니다. 항상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 정신을 강조 하셨거든요. 그런 영향으로 샴쌍둥이 로봇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로봇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로봇 분야에 저를 있게 한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습니다.▒